[필리핀 따가이따이] 따알호수가 보이는 유명한 맛집 - 조세핀 레스토랑(Josephine Restaurant Tagaytay)
지금으로부터 50년도 전의 일이다. 지금은 필리핀 어딜 가나 택지를 개발하여 주택을 분양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1960년대 중반에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카비테 카윗(Kawit)에서는 넓은 땅을 싼 가격에 사서 개간한 뒤 집을 잔뜩 지어서 나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좀 색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알폰소(Alfonso Sarayba Sr) 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카비테 카윗에 연못이 있는 넓은 땅을 샀는데, 그 터가 무려 8헥타르에 달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물고기를 양식하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알폰소 씨가 원한 것은 양어장이 아니었다. 그는 터를 개간한 뒤 그 자리에 주택을 지어 팔기를 원했다. 하지만 넓은 토지를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으니, 공사는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공사가 한참 진행되는 동안 양어장의 물고기를 잡아 간이 식당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한 것은 그의 친구들이었다. 그를 폰소(Ponso)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그의 꿈같은 토지개발 사업에 기꺼이 돈을 대준 친구들이었다. 알폰소 씨는 공사 인부들에게라도 밥을 팔면 괜찮겠다는 친구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양어장 주변에 니파 레스토랑을 만들고, 그의 아내 이름(Josephine Sarayba)을 따서 조세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66년 12월 22일의 일이었다.
어쩌다 보니 시작한 레스토랑이었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근교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양어장에서 갓 잡아 온 싱싱한 물고기로 요리를 해주는데, 그 음식이 꽤 맛있을 뿐 아니라 공기마저 상쾌하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세핀 레스토랑이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알폰소 씨의 가족들은 본격적으로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었게 되었는데 1970년대 마닐라 쿠바오와 바클라란, 파사이 등지에 지점을 내기도 했다. 따가이따이 쪽으로 매장을 옮긴 것은 1995년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카윗에서 따가이따이로 장소를 옮기면서 레스토랑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레스토랑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커다란 건물을 짓고, 주차장도 커다랗게 만들었다. 중상류층을 위한 고급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내부 인테리어에도 무척이나 신경을 썼는데, 알폰소 씨가 그의 아내 조세핀과 함께 지내던 곳 같은 느낌을 주도록 인테리어를 했다고 한다. 손님들이 따알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야외용 테이블을 바깥에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카윗 시절과 마찬가지로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한 씨푸드 요리와 함께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한 필리핀 음식을 메뉴판에 올렸다.
따가이따이에서 따알 호수를 따라 드라이브하다 보면 서밋 릿지 호텔 맞은편으로 상당히 큰 레스토랑 하나가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50년 전통의 필리핀 음식점'이라고 한글로 적힌 광고물도 붙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홍보물은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조세핀 레스토랑은 1966년에 문을 열었으니 말이다. 50년이나 54년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세핀 레스토랑이 지금까지 매우 긴 시간 동안 따가이따이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를 붙잡고 따가이따이의 맛집을 이야기해도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그런 곳으로 음식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늘 손님으로 북적이는 편이다. 손님이 많은 이유야 간단하다. 일단 식당 분위기가 좋다.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 식당답게 음식 맛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서비스도 친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알 호수(Taal Lake)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산이라는 따알 화산(Taal Volcano)의 모습을 매우 뚜렷하게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음식의 맛은 명성에 비해 별로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는 따알호수의 풍경이 어여뻐서 한번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고 할까. 조세핀 레스토랑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곳이야 많겠지만, 이곳처럼 녹색으로 쫙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은 찾기 어려울 듯하다.
# 호세 리잘의 아내가 하는 레스토랑?
가끔 이 조세핀 레스토랑을 놓고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라는 호세 리잘(1861년 6월 19일 ~1896년 12월 30일)의 아내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잘못된 정보이다. 호세 리잘이 홍콩에서 아일랜드인이었던 조세핀 브렉켄(Josephine Bracken)와 만났었고, 둘은 호세 리잘이 민다나오의 다피탄(City of Dapitan)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함께 생활하기도 했었지만 조세핀 레스토랑와는 관계가 없다. 호세 리잘과 조세핀이 만났던 시기는 1895년 즈음으로 레스토랑 오픈 시기(1966년)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여담이지만, 조세핀 블렉켄의 아버지가 백내장을 앓고 있어서 안과 전문의였던 호세 리잘에게 진료를 청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둘이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호세 리잘과 조세핀 사이에는 아이도 하나 있었지만,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서 태어나자마자 바로 사망했다. 둘은 결혼식도 했었는데, 1896년 12월 30일 호세 리잘이 처형당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결혼식이 진행되었었다고 전해진다. 호세 리잘 사망 후 그녀는 카비테 혁명을 돕기도 했지만, 스페인 총독에게 잡혀 감옥에 투옥되어 고문을 당해야 했다고 한다. 조세핀 브렉켄은 결국 홍콩으로 돌아갔고, 1902년 결핵으로 사망했다
따가이따이 맛집, 조세핀 레스토랑(Josephine Restaurant Tagaytay)
창업주인 알폰소 씨는 이미 오래전에 은퇴하고, 아들딸들에게 식당 사업을 물려준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예전과 비교해 음식 맛이 별로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단품 메뉴로 주문하지 않고 뷔페로 식사하면 식사가 부실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3성급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 뷔페같이 나와서 딱히 먹을만한 메뉴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무척 배가 고파서 음식을 맛이 아닌 양으로 고르고 싶다면 모를까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595페소를 내고 뷔페를 먹기보다 적당한 메뉴 몇 개를 주문하는 편이 낫다. 직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Mutya ng Cavite이란 이름의 해산물 수프와 불랄로(Bulalo)가 베스트 셀러 메뉴라고 한다. 불랄로나 시니 시니강 등 수프 종류는 한두 명이 먹기에는 양이 좀 많은 편이다.
■ 영업시간 : 월요일 ~ 금요일 오전 8시 ~ 오후 9시 / 토요일, 일요일 오전 7시 ~ 오후 10시
■ 주소 : Km. 58, General E Aguinaldo Highway, Maharlika West, Tagaytay, Province of Cavite
■ 위치 : 필리핀 따가이따이 / 서밋 릿지 호텔(Summit Ridge Hotel) 맞은편
▲ 필리핀 따가이따이. 서밋 릿지 호텔(Summit Ridge Hotel. 이곳 맞은 편에 레스토랑이 있다.
▲ 조세핀 레스토랑 따가이따이(Josephine Restaurant Tagaytay)
▲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주차장이 정말 넓다.
▲ 레스토랑 입구
▲ 더티 아이스크림(dirty ice cream) 수레도 놓여져 있다. 아이스크림은 50페소이다.
▲ 식당 내부
▲ 직원들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노래도 들려준다.
▲ 비빙카(bibingka). 비빙카는 쌀가루와 코코넛 밀크 등으로 반죽을 화덕에 구운 빵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즐겨 먹는 빵이다.
▲ 비빙카는 주문을 받으면 바로 구워서 가져다준다.
▲ 야외 테이블. 따알호수가 바로 옆에 있다.
▲ 서늘한 바람, 그리고 산뜻한 공기와 함께 한 점심.
▲ 찹수이 320페소
▲ 상하이 스타일 볶음밥 195페소 (그냥 밥은 한공기에 45페소이다)
▲ 방우스 시니강 450페소. 국물이 깔끔했다.
▲ 모듬 바비큐 780페소, 맛이 없지는 않으나 좀 비싸게 느껴진다. 돼지고기는 좀 질겼다.
▲ 망고 쉐이크 180페소이고, 산미구엘 맥주는 90페소이다. 찹수이와 시니강, 바비큐, 볶음밥, 밥 한 공기, 맥주 한 병, 쉐이크 두 개를 시키니 2,472페소가 나왔다. (서비스 차지가 10% 추가됨)
▲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하면 이렇게 통에 담아 준다.
▲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 조세핀 레스토랑은 결혼식이나 약혼식과 같은 장소로도 매우 인기이다. 레스토랑에서 따로 웨딩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이다.
▲ 뷔페 메뉴를 선택하면 아래쪽에 있는 별도의 공간에서 식사하게 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만 뷔페 식사가 가능한데 가격은 점심 기준으로 595페소이다.
▲ 뷔페 쪽은 좀 어수선한 데다가 음식도 별로이다.
▲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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