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가 개도국 특혜" 韓통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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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가 개도국 특혜" 韓통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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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국가들 개도국 특혜 안돼/ 90일내 진전없으면 독자적으로 중단”/ 中 겨냥 압박… 한국도 언급돼 촉각/ 일본 수출규제 이어 통상분야 이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과테말라와 ‘안전한 제3국’ 합의문 서명식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막을 조치를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에 지시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일본이 한국 제품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문제 삼아 우리 통상분야에 이중고가 우려된다. 미국이 향후 90일 이후에 한국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경우 우리 농산물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문서로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를 통해 “WTO 회원국 중 거의 3분의 2가 스스로를 개도국으로 지정해 특혜를 받고 있다”면서 “일부의 개도국 지정은 적절하지만 다수는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면 (개도국 지위를) 결코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브루나이,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구매력 평가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0위권에 속한 7개국이 개도국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와 한국, 터키가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국내총생산 세계 2위이고, 전 세계 수출의 13%를 차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90일 이내에 WTO의 개발도상국 지위 개혁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우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을 경우 공산품은 큰 타격이 없겠지만 농산물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쌀,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등 농산물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내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제외되면 관세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행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농업 분야를 포함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회원국별 입장차가 상당해 10여년 넘게 중단상태에 있다”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차 등으로 앞으로도 의미 있는 논의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은 그동안 개도국 지위와 관련해 WTO 회원국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특혜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결론적으로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韓… ‘개도국 제외’ 현실화 땐 농산물 직격탄

한국의 수입쌀에 대한 513%의 고율 관세 부과와 쌀 변동직불금제는 계속될 수 있을까. “부자 나라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WTO 가입 이후 농업 분야 등에서 누렸던 높은 관세와 정부 보조금 등의 특혜를 선진국 수준으로 내려놔야 한다.

◆개도국 제외 시 관세·보조금에 충격파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잃을 경우 가장 피해를 볼 분야는 농산물이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쌀 등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등 공산품의 경우 개도국 우대 축소 또는 시장개방 확대를 지지해왔다.

예컨대 우리는 2001년부터 진행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쌀을 개도국 특별품목으로 인정받아 513%의 관세를 매겨왔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분류된다면 민감품목일 경우 393%, 일반품목이라면 154%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선진국이 될 경우 쌀과 마늘, 인삼 등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 인하가 불가피하다.
 

선진국은 직불금 등 정부 보조금 지급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는다. 쌀 생산액이 1조4900억원이라면 개도국일 경우엔 향후 8년에 걸쳐 30%를 인하하는 대신 정부 보조금을 1조430억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5년에 걸쳐 45%를 인하해야 하고 감축 대상 보조금 상한액도 8195억원에 불과하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WTO 개도국 지위에 관한 논의 방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선진국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경우 쌀 소득보전직불제도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위원은 “WTO에서 개도국 지위 문제가 논의될 경우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유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으로의 지위 변화 대비책 절실”

정부는 현행 수입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WTO가 개도국 지위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 또한 일부 개도국들의 특혜를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관세 감축, 개도국 특별품목, 농업 보조금 감축 등에 대해서는 2008년 WTO 문서로 논의됐지만, 농업협상이 사실상 중단돼 더는 WTO에서 의미 있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 개도국 지위와 관련해 예정된 협상이 없을뿐더러 지난 5월 브라질의 경우처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해서 관세나 보조금 등에 있어 변화가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중국 압박용이라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은 개도국 지위와 관련해 WTO 회원국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특혜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번 개도국 발언으로 중국 등을 압박해 향후 농업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후 양자·다자 간 협상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보면서 필요 시 이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선진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원칙적으로 선진국 의무를 준수하되 쌀 등 소수 핵심 품목 보호를 위한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개도국 우대를 이용하겠다는 선진국 설득 논리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송민섭·이우중 기자 kuk@segye.com 

본문보기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22&aid=0003384430&date=20190729&type=1&rankingSeq=1&rankingSection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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