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축하금 무슨 소용"···첫째 낳으면 1440만원 주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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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축하금 무슨 소용"···첫째 낳으면 1440만원 주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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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이후 출산축하금 큰 변화
셋째 위주에서 첫째로 이동
시·군·구 26곳, 시·도 4곳 신설
32개 시·군·구은 지원금 늘려
국회보고서 "셋째 몰아주기 효과 없어"


김제시 보건소는 올해부터 예비 엄마들의 건강한 출산을 돕기 위해 분기마다 해피맘 출산준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김제시청]

강원도 홍천군 이준영(28·건설회사 직원)씨는 지난 10일 아빠가 됐다. 이씨는 "집을 장만한 뒤 아이를 가지려 했는데 그러다간 영영 아빠가 못 될 것 같아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씨는 홍천군에서 출산장려금으로 1년에 100만원씩, 총 200만원을 받게 된다. 이씨는 "첫째 아이도 수당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뜻밖이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기저귀·분유를 사는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 지원도 좋지만 유치원을 늘리는 등 육아 비용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천군은 올해 4월 조례를 개정해 첫째 아이에게 출산축하금을 준다. 200만원이다. 그 전엔 첫째 아이에게는 주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후 첫째 출산축하금을 도입한 시·군·구 중 최고 금액이다. 홍천군에서 14일 현재 첫째 아이 72명이 지원을 받았다. 홍천군 행복나눔과 안은자씨는 "개정 전엔 첫째 출산 가구는 다문화 가정만 지원하다 첫째 아이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대상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시도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해 첫째 출산장려금 지원을 시작했다. 개정 전엔 둘째 아이 100만원, 셋째 아이 20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부턴 첫째에게 100만원을 준다. 김제시 보건소 김정숙 계장은 “김제시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째 지원금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위 배너를 누르면 229개 지자체의 출산축하금 및 현물 지원 현황을 볼 수 있는 우리동네 출산축하금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중앙일보는 전국 229개 시‧군‧구(226개 기초지자체, 특별광역지자체인 세종시 및 제주도 산하 제주시·서귀포시 포함)의 출산 축하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동네 출산축하금’ 사이트(https://news.joins.com/digitalspecial/312)를 새로 단장해 13일 공개했다. 229개 지자체의 출산 축하금 변화를 일일이 확인해 업데이트했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이후 26개 시·군·구가 첫째 아이 출산지원금을 신설했다. 32곳은 첫째 아이 지원금을 늘렸다. 강원·충남·경기·대전 등 시·도 4곳도 첫째 수당을 신설했다. 강원도는 육아기본수당으로 1440만원을, 충남은 충남 아기수당으로 130만원 등을 매월 분할 지급한다. 경기도는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으로 아이를 낳은 모든 엄마에게 지역화폐 50만원을 준다. 

지자체의 출산 지원 정책이 첫째 아이로 옮기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지면서 이런 변화가 생겼다. 둘째나 셋째는 나중 문제고, 우선 첫째라도 낳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게다가 올해는 0.9명 밑으로 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와서 지자체의 위기 의식이 남다르다. 지난해 출산축하금은 셋째 아이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전남 함평군은 지난해엔 첫째 70만원, 둘째 120만원, 셋째 670만원, 넷째 이상 770만원을 줬다. 그런데 올해는 첫째에게도 적지 않게 투자한다. 첫째 270만원(200만원 증액), 둘째는 470만원(350만원 증액)을 준다. 셋째는 그대로이고, 넷째 이상은 970만원이다. 
 


출산축하금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북 김제시는 100만원, 전북 무안군은 70만원의 첫째 아이 지원금을 새로 도입했다. 진도·울릉·금산 등은 첫째 아이 지원금을 대폭 늘렸다. 진도는 100만원을 500만원으로, 울릉은 340만원을 690만원으로 늘렸다. 충남 금산군은 50만원을 500만원으로 늘렸다. 인상 폭이 가장 크다.  


출산축하금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재 금산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박철우(46)씨는 올해 힘들게 첫 아이를 얻었다. 5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게 된다. 박씨는 "출산장려금을 생각하고 아이를 낳은 건 아니다. 어쨌든 아내가 도움이 많이 된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런 지원 정책과 더불어 금산에 기업이 들어와서 젊은 사람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산군청 보건소 김영란 출산장려팀장은 "첫째 아이 지원을 강화하면 젊은 부부들이 금산에서 살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이 정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첫째 아이를 낳은 부모가 둘째도 낳는 경향이 강하다"며 "첫째 출산 장려금이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제출 보고서도 "셋째 출산장려금 효과 떨어져"

국회사무처 연구용역보고서 ‘출산영향요인 발굴을 통한 미래 인구정책 방향(2018)’에서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출산장려금 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셋째 아이에게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실성이 매우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낳지도 않을 셋째 아이에게 집중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는 조사 결과 첫째·둘째 아이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도가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을 1000만원 제공한다면 출산율이 평균 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혼인 지원 정책과 지역 경제 활성화, 보육의 질 향상, 돌봄 부담 경감이 뒤따르면 출산율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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