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치는 미국 탓”… 미·중 환율전쟁도 불붙나
KEB하나은행 직원이 5일 서울 중구 본점에 있는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중국 100위안 화폐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예상보다 높은 환율(위안화 가치 절하)에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장중 한때 7.1094까지 치솟았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상황을 가리키는 ‘포치’(破七)가 11년 만에 현실화되자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중국 측의) 환율 조작”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1달러=7위안’의 벽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만, 해외 자본 이탈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포치를 용인한 것은 미국의 보복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환율전쟁이 본격화된다는 얘기다.
인민은행은 5일 성명에서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조치 및 (미국의) 대중 관세 추가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오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어섰다”며 “이는 시장의 수급과 국제 환율 시장의 파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포치가 불가피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민은행은 다만 “우리는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되게 유지할 경험과 자신감,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환율 유지의 의지도 밝혔다.
포치가 현실화된 것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데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포치 방어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지난 6월 초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안화 환율 방어 ‘레드 라인(red line)’이 있느냐는 질문에 “(위안화가) 약간 약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큰 압력 때문”이라며 “특정 수치가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위안화 환율 변동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식으로 미리 명분쌓기를 해온 셈이다.
하지만 위안화 절하가 중국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 해외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이는 ‘위안화 가치 하락 및 추가 자본 이탈’이란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수입품 가격 상승도 불안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큰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치가 현실화되자 즉각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비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