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중 9명 2030년까지 석탄발전 멈춰라
국민 다수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가운데 정부의 ‘탈석탄’ 대응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에 나선 결과 응답자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게 된 계기로는 ‘올 여름 폭우’, ‘코로나19’, ‘2018년 폭염’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관련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응답자 66.7%가 “동의한다”고 답변해, 코로나19 사태 또한 기후위기와 연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선 응답자 90.8%가 “현재의 2030년 정부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엔의 권고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0)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도 90.6%가 동의했다. 탈석탄 시점과 관련해선 응답자 90.7%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지난 4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의원 5명과 만나 ‘탈석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너무 세게 드라이브를 걸지 말고 적당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노 실장이 만난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발의된 ‘해외 석탄발전 금지 4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기후 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발표한 ‘탈 탄소화 사회로의 전환: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배출 감축 경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매우 불충분’한 수준으로, “세계 각국의 기후 목표가 한국처럼 미온적일 경우 지구 온도는 파리협정 목표의 2배 수준인 3~4°C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가 한계치인 1.5°C를 넘어서지 않도록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제로에 도달하는 목표 수립을 권고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목표보다 2배 이상 낮추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해야 한다. 10년 내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석탄발전이나 내연기관차와 같은 주요 배출원의 퇴출과 정의로운 전환을 조속히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전기 수요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력생산을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현 정부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석탄발전소는 추가로 건설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기후위기 대응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정부’가 3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기업’ 28.5%, ‘개인’ 25.3% 순이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3명 중 1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 4명 중 3명은 현재 한국에 59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7기가 추가로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가 지금이라도 건설 중단되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 비율은 81.6%로 높았다. 응답자 5명 중 3명은 국내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실도 몰랐다고 답했다.
유새미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시민들은 2030년 석탄발전 종료,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지, 석탄발전 투자 중단에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시민 인식에 상응하는 수준의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며 “중장기 정책 권고를 마련 중인 국가기후환경회의도 과감한 탈석탄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8월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3%p다. 이번 조사는 기후위기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청소년의 의견까지 포함하기 위해 조사 대상을 만 14세 이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