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오락가락 의사 증원 입장 논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27일 의사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에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김 병원장이 그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증원 필요성을 주장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김 병원장은 27일 서울대병원 교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병원을 대표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 서 재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병원장은 이어 “단체 행동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고 있다”며 “정부가 공표하고 있는 전공의와 학생 등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가 앞서 22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유보하겠다고 밝히고 25일 재차 협의안을 내놨지만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가 거듭 받아들이지 않아 강대강 국면이 지속되는 와중에 김 병원장이 의사단체의 ‘정책 완전 철회’ 요구에 무게를 싣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김 병원장은 그간 수차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공개 주장한 바 있다. 김 병원장은 지난해 12월21일 매일경제신문 오피니언면에 “의대정원 확대”란 제목의 칼럼에서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술할 외과의사 부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금대로라면 앞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물론 영상 촬영을 해도 판독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병원장은 이 칼럼에서 “OECD 회원국 중 인구당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우리나라가 꼴찌”라며 “의대 정원은 2007년부터 12년째 3058명으로 동결이다. 10년을 양성해야 의료 현장에 배출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2030년에는 전문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김 병원장은 서울대병원 노동자와 면담에서도 거듭 의사 증원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김 병원장은 지난 5월까지 노사 대표자 면담이나 노사협의회 등 노사가 진행한 공식 회의체에서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병원장은 그간 보건복지부와 면담 자리에서도 줄곧 증원 필요성에 힘을 싣는 의견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분회는 27일 성명을 내 “우리는 지난 시간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던 성과가 그나마 (남아 있던) 공공의료 체계가 고집을 부린 결과임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의사들의 근무 이탈을 독려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분회는 “국립대 병원장으로 자질(을 짐작케 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직종에 대해서만 가지고 있는 천박한 애정이라 볼 수밖에 없기에 이 글을 본 서울대병원 구성원들의 참담함은 끝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