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없애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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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없애야 경제가 산다

작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을 다녀가면서 메시지를 주셨다. “원전은 재난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기에는 안전이 충분하지 않다. 핵에너지 사용은 한계에 도달했다.” 그로부터 석달 후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새 총리는 이전 정권에서 획책한 원전도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원전이 있으면 핵폐기물이 쌓여서 백만년 동안 남게 된다. 이 나라가 세상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며칠전 삼성반도체의 라이벌 대만TSMC가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여 가겠다는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지구촌 24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린뉴딜의 대표적 트렌드다. 애플, 구글,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2020년 현재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LG 화학도 이 대열에 끼는 중이다. 삼성도 기로에 섰다.

다른 업종도 그렇다. 갈수록 거래길이 막히는 것이다. 최근 예측처럼 제조업의 40%가 수년내 붕괴할지도 모른다. 말이 ‘모른다’는 것이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령, 이 글을 쓰는 동안에 SK건설이 창문형 태양광을 발표했다. 이런 혁신기술이 범용화되면 뒤처진 기술은 그대로 좌초적 존재가 된다. 이미 안산이나 화성의 공단에는 이런 좌초자산이 폭증하고 있고 일자리 붕괴도 필연적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위기에 재빨리 에너지전환 일자리로 갈아타자는 것이 그린뉴딜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것.

미국은 10년이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수요의 100%을 충당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에 의하면 미국은 2017년에 벌써 약100만명이 재생가능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화석연료전기산업고용자의 5배에 해당한다. 일거리 개념의 고용까지 포함하면 300만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이런 녹색일자리의 평균임금은 다른 부문보다 8~19% 더 높다.

▲ 미국 태양광 설비용량 추이. 미국은 2011년 이후 8년간 태양광 설비규모가 18배나 되는 폭발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 출처=Wikipedia▲ 미국 태양광 설비용량 추이. 미국은 2011년 이후 8년간 태양광 설비규모가 18배나 되는 폭발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 출처=Wikipedia

이런 흐름위에서 지난달 미국 대선 바이든 후보는 2400조원 투자를 내걸었다. 4년간 이 돈으로 청정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100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공약이다. 온실가스 줄인 고효율 주거단지 150만개를 건설하고, 기존 빌딩 400만개와 주거시설 200만개를 업그레이드하고, 친환경 자동차 생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은 이미 사망선고가 났다. 투자은행 라자드(LAZARD)는 최근 8년간 태양광 발전이 86%, 풍력 발전이 67%의 비용절약을 달성하는 한편, 원자력 비용은 20% 올랐다고 밝혔다.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태양광(36~46달러/MW시)과 풍력(29~56달러/MW시)에 비해 원자력(112~189달러/MW시)은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균등화발전원가는, 전력생산자산을 구축한 후 폐쇄시점까지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을 에너지총생산량으로 나눈 평가지표다. 이미 민간투자자 그리고 국제적 개발은행 및 보험사들은 원전프로젝트로부터 눈을 돌렸다.

일본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원전을 올스톱하다시피 하면서 전체에너지소비량도 줄였는데 GDP는 도리어 성장하였다. 무엇인가. 원전 없어도 경제는 잘 돌아간다.

▲ 일본에서의 에너지공급 추이(일본 자원에너지청 자료). 2011년~2015년에 52개 원전(핵발전소)의 가동이 올스톱되면서 전체에너지 공급양이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의 에너지공급 추이(일본 자원에너지청 자료). 2011년~2015년에 52개 원전(핵발전소)의 가동이 올스톱되면서 전체에너지 공급양이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다.
▲ 일본에서의 에너지소비 추이(일본 자원에너지청 자료). 52개 원전(핵발전소)의 가동이 올스톱 되다시피한 2011년~2015년에 GDP는 오히려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의 에너지소비 추이(일본 자원에너지청 자료). 52개 원전(핵발전소)의 가동이 올스톱 되다시피한 2011년~2015년에 GDP는 오히려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추세를 미리 알아채고 진작 혁신을 거듭한 기업도 있다. 지멘스는 독일의 17개 원전 건설 모두에 참여했던 유럽 최대의 발전설비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는 ‘더 이상 원전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과감하게도 디지털 기업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멘스가 매각하거나 분리한 사업은 철도, 에너지 등 10개에 이른다. 화석연료사업 원전사업을 좌초자산으로 보고 혁신한 덕분에 그린뉴딜의 선도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양심을 발휘한 보너스다.

일찍이 4개 원전을 모두 폐쇄했던 이탈리아는 2008년 재도입을 꾀했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90%의 압도적인 국민투표로 탈원전으로 원위치했다. 지금은 원전해체기술의 선진국이다.

우리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편이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IT까지 포함하는 뉴딜로 190만개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적 지적도 있다. ‘기후위기에 좀더 직접적인 효과가 있고 민주적이고 수평적 연대를 추구하는 그린뉴딜’이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바꾸는 전환은 개인과 기업의 주도적 행동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지금은 전대미문의 비상시국이다. 닥치지 않을 수 없는 ‘좌초 팬데믹’에 생존하려면 금단증세의 괴로움을 속히 치료하고 건강한 몸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일석삼조의 특단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다. 좌초산업의 일자리를 그린뉴딜의 일자리로 신속히 자발성을 이끌어내려면 공감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새 지식을 활용하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공유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변화의지를 발현하는 흐름이 있어야 한다. 이런 거버넌스는 과거와는 다른 행정적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알리고 공감하는 일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그 방안은 개인이나 조합이나 기업이 그린뉴딜과 관련하여 ‘알리는 일’을 하면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검토할 방안이다. 마치 과거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원전홍보에 언론에 지원해주었듯, 그린뉴딜 관련 광고가 게재되면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알리고 공감하는 길이 수월해진다. 정부의 미진한 부분을 민간이 찾아서 보완해주는 효과도 크다. 가짜뉴스 왜곡뉴스에 대한 강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이런 언론활용 전략도 있어야 한다.

또하나 정부가 관심을 집중할 부분이 있다. 내년 착공할 원전해체연구소에 발맞추어, ‘좌초자산’이 될 원자력공학과를 신속히 원전해체학과로 바꾸는 일이다. 원전 없애는 일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세계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령 독일 KIT공대에서는 원전해체의 산학연계프로그램으로 체계적 인력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원전해체 생태계’는 본받을 만하다. 학과전환을 하겠다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연구 및 산학연계의 큰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좌초’와 ‘블루오션’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는 수만 명의 원전종사자들에게 확고한 ‘시그널’을 주는 게 좋다. ‘좌초될 자산’에 집착하여 국민의 눈을 흐리는 ‘좌초될 운명의 언론’에는 자비 없이 대할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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