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판기사보다 칭찬기사가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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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판기사보다 칭찬기사가 많은 이유

여당이 연일 ‘김종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언론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여당과 온도 차를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광주에 방문해 5·18묘역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이후 여당은 비판 수위를 올렸다. 김 위원장 광주방문에 대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권의 의견을 잘 요약하고 있다. 진정성 부족, 독재정권 참여 이력 등을 비판했다. 

우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정말 그분이 우리당 대표를 안 했으면 그 눈물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우리당 대표까지 했던 분이 통합당 대표가 돼서 완전히 통합당이 사죄하듯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전두환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분으로 우리당에 있을 때 사과하려면 사과를 다 하지. 이런 쇼는 보고 싶지 않다”고 남겼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6년 4월말 광주를 방문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에서 모두 패배한 직후였다. 같은당 광주시의원들이 만남을 거부하는 등 그의 광주 방문 반응은 냉랭했다. 호남에서 여론이 좋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한 행보였고 당 안팎에서 ‘김종인 당대표 추대론’으로 논란이 있던 시기였다. 

요약하면 4년전 자기정치임을 드러내며 광주를 방문했던 인사가 당을 옮긴 뒤 ‘진심으로 광주에 사죄하겠다’니 민주당으로선 김 위원장이 못마땅할 수 있다. 게다가 보수정당 최초로 5·18묘역에서 사과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언론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 흥행에 실패한 여당 전당대회 등 악재와 대비효과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선동 통합당 사무총장은 2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야당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전당대회용, 친문용 무리한 정치 공세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 위원장 행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1일 광주지역언론 광남일보는 사설 “5·18 영령에 무릎 김종인 진정성 입증하라”에서 “통합당의 5·18 망언의원들부터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광주일보도 사설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광주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 위원장이 “호남 관련 법안은 어느 정도 기다린 후 거론하는 게 좋다”며 5·18 관련 입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다음날인 20일자 (위에서부터)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다음날인 20일자 (위에서부터)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그럼에도 5·18묘역 방문 자체에 대해선 광주 지역언론, 중앙의 진보언론에서도 긍정 평가했다. 보수언론에선 이번 사과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행보를 대체로 극찬하고 있다. 광주방문 다음날인 20일 조중동은 1면에 김 위원장이 무릎 꿇은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21일 ‘무릎사죄’란 칼럼에서 유대인 추념비에 사과한 빌리브란트 서독총리 사례와 엮어서 김 위원장 사과를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광주방문에 대한 언론 반응은 통합당의 현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비판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결국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진보언론에서도 김 위원장이나 통합당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지만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김 위원장의 큰 실책이 나오지 않으며 긍정평가도 이어졌다. 통합당이 민주당과 달리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보완책을 내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방문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무식하고 무례한 훈장질”, “전형적인 구태정치”, “셀프 대선행보”라고 비판했고, 같은당 이원욱 의원은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 행세”라고 했다. 지난 11일 김 위원장이 “(집회에) 당원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발언해 코로나 확산에 책임이 있는데, 질본을 찾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총선 전처럼 코로나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다시 받는 걸 막아야 한다. 정 본부장 만남마저 비판을 받자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정 본부장의 전문적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발언했고,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의사출신 신상진 전 의원을 코로나19대책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과거 전광훈 목사를 활용했던 통합당의 책임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계속 논점을 옮겨가는 바람에 언론이 비판 수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좋게 보면 김 위원장의 정치적 감각과 매일 이슈를 따라가야 하는 기자들의 부족한 여력 때문이고, 나쁘게 보면 김 위원장의 정치 쇼와 언론의 게으름 탓이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재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재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실책·논란에 대한 소위 ‘애프터서비스’가 안되는 민주당과 비교된다. 대표적 사례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의 막말이다. 뉴질랜드에서 한국 외교관이 현지인을 성추행했고 이에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까지 해서 항의했다. 이미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사건인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 의원은 가해자를 두둔했다. 실점을 부르는 발언이다. 

지난 21일 “주한유엔사령부는 왜 ‘족보’가 없을까요”라는 송 의원의 페이스북 글도 논란이었다. 주한미군사령부나 한미연합사령부와는 달리 유엔사의 지위와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글이었지만 성추행 두둔으로 비판을 받는 와중에 ‘족보가 없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은 정치적 득실로 볼 때 실패한 표현이다. 송 의원은 “은유적 표현이 뭐가 문제냐”며 해당 표현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언론을 탓했다. 송 의원의 진단이 타당하더라도 적절한 마무리로 보긴 어려운 대응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거센 비판 이후 정부와 여당은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으로 이슈를 선점하거나 새 인물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한 채 정치면이 김종인 관련 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종인 대망론’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고, 미국 대선소식을 전하며 트럼프 정부를 문재인 정부에 빗대고 이를 대적할 상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조명하는 칼럼도 심심찮게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과 2살 차이다. 고령을 이유로 대선주자에서 배제한다는 주장도 힘을 잃을 분위기다. 당분간 통합당과 민주당에 대한 현재 평가가 지속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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