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시간씩 일했던 캄보디아 노동자에게 고용허가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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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1시간씩 일했던 캄보디아 노동자에게 고용허가제란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도입’ 16년을 기해 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업주에게 이직 자유를 빼앗긴 상황을 고발하는 한편 코로나19 탓에 국경 안팎에서 한국정부로부터 이중 차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인권단체 연대체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허가제 16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 측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0인 이상 집회 전면 금지 조치해, 기자회견 주최측으로 9명이 참석했다.

고용허가제는 한국 정부가 아시아 지역 16개 국가로부터 노동자를 받아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4년 8월17일부터 실시됐다. 약 20만명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일부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원칙적으로 노동자가 사업주 동의 없이 이직할 수 없도록 해,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거나 협상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도는 임금체불이나 폭행, 성폭력, 차별 등이 벌어지면 이직을 허용하지만, 노동자가 피해를 입증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지난 17일 민주노총과 이주노조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6.5%가 ‘사업장 변경 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캄보디아의 여성 노동자 싸먼씨는 이날 고용주가 이 제도를 악용해 초과노동을 시키고 임금 체불한 사연을 털어놨다. 채소 농장에서 일하던 싸먼씨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1년으로부터 한 달을 앞둔 지난 7월 직장을 떠나야 했다. 사장은 첫 월급부터 세달씩 임금을 미뤄 지급하더니, 지난 4월에는 이마저 주지 않았다. 싸먼씨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하루 11시간씩, 한 달 310시간을 일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인권단체 연대체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허가제 16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인권단체 연대체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허가제 16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싸먼씨는 “월급을 줄 수 없다면 다른 직장으로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만 두면 밀린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결국 싸먼씨는 사장에게 ‘싸인’을 받기 위해 지시대로 비닐하우스 12개 동을 해체했다. 그는 “일한 만큼 월급을 받고, 계약한 대로 일하고 싶다. 제가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이것이 어렵다면, 이것은 정말 잘못됐다”고 했다.

이집트 난민신청자이자 이주노동자인 솔리만씨는 “공장 두 곳에서 일했고, 두 번 해고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두 곳 모두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고 일반 시급만 주는 등 열악한 조건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업주들은 이윤이 줄어들면 너무 쉽게 노동자를 해고한다”고 했다. 솔리만씨는 이어 “법적 계약을 맺지 않고 건강보험 가입하지 않는 사업장이 많고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는 우리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정부로에 겪는 차별 상황도 지적했다. 본국이나 외국을 일시적으로 방문한 노동자는 여러 문턱에 걸려 재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이주노동자들이 ‘14일간 자가격리할 장소를 마련했다’는 자가격리확인서를 발급받아야만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재입국 항공편이 막혔는데 체류기한이나 구직기한 만료가 다가와 체류 자격을 잃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인권단체 연대체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허가제 16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인권단체 연대체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허가제 16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재난지원금에서도 배제되고,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일자리를 잃어도 고용보험도 없다. 취업기간이 끝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갈 수 없는데 정부는 취업활동기간을 충분히 연장하지도 않는다”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와 노동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대안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차별 없이 들어와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노동자 자가격리 대책을 마련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취업활동 기간을 충분히 연장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코로나 시대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 충분히 연장하라” “정부와 지자체가 이주노동자 자가격리 대책 마련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실시하라” “강제단속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민 합법화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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