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복학왕의 논란, 기안84만의 문제일까
만화가 기안84가 2014년부터 계속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는 만화 ‘복학왕’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8월 4일과 8월 11일, 두 차례에 걸려 게재된 에피소드 ‘광어인간’의 1화와 2화의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이다.
물론 ‘복학왕’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안84의 전작이었던 ‘패션왕’에 이어 ‘복학왕’은 잊을만 하면 ‘논란의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작품이 되고 있다. 하지만 ‘패션왕’의 논란은 ‘복학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패션왕’에 제기되었던 논란은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점차 스토리나 연출이 난잡해지고, ‘모델 워킹을 하던 중에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장면’ 등 상당히 무리수적인 표현이 난무하면서 생긴 차원의 것들이었다.
그러나 ‘복학왕’의 논란은 단순한 ‘연출 문제’를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복학왕’의 논란 대다수는 쉽게 표현하기 곤란하거나,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대상을 그저 ‘웃기기 위한 소재’로만 취급하거나 작가 자신이 지니고 있던 고정 관념을 그대로 투사하면서 발생한 사건들이었다. 2019년에는 주인공 ‘우기명’이 공장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여성을 ‘말을 무척이나 어눌하게 하는 것은 물론 지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너무나도 가난하게 자라서 버스는 물론 낡다 못해 천장에서 물이 새는 리조트를 근사하다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은 모두 그러한 차원의 문제였다.
최근에 발생한 논란도 그러하다. 단순하게만 논란의 대상의 컷 하나만 뚝 잘라서 보면 어떤 한 여성이 갑자기 술집에서 누워 조개를 배 위에 올려 놓고 갑자기 길쭉한 돌로 깨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이 컷의 전후 장면과 대사들이 결정적이었다.
해당 컷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봉지은’은 설정상 주인공 우기명이 대학에서 만난 후배이자, 극중에서는 얼마 가지 않아 헤어졌지만 우기명과 연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봉지은이라는 캐릭터는 연재 초반부터 작품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 존재이기도 했다. 우기명과 봉지은이 극중에서 다녔던 ‘기안대학교’는 소위 ‘삼류대학’이다. 모든 대학교의 입시에 다 떨어져도 붙을 수가 있고, 소위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될 수 없는 학교이다.
‘봉지은’ 캐릭터는 한국 사회가 지닌 삼류대학에 지니는 부정적 이미지에, 다시 ‘그런 질이 좋지 않은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들은 이상하다’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투여하면서 형성된 캐릭터였다. 캠퍼스 생활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던 봉지은은 처음에는 너무나도 처참한 기안대의 현실에 절망해 재수를 준비하지만, 결국 재수를 포기하고 그 이후로 극중에서 봉지은의 모습은 갑작스럽게 망가지기 시작한다. 봉지은에게는 알고보니 ‘남자를 유혹하는 천부적 재능’이 있었고 이러한 설정을 활용하여 기안84는 봉지은을 ‘적극적으로 룸살롱으로 보이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해결하는’ 캐릭터로 묘사한다. 심지어는 친하게 지냈던 선배인 우기명이 자신이 일하는 업소에 우연히 방문하자 친분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에피소드를 보이며 그녀의 성격이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교생 실습을 가서 국어책 조차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자판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멍청한 캐릭터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면, ‘복학왕’에게 있어 ‘봉지은’은 소위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수한 악역처럼 ‘대놓고 독자들이 욕을 하라고’ 설계된 캐릭터이다. 직접적으로 우기명의 대사나 독백을 빌려 ‘룸빵녀’나 ‘룸나무’(룸살롱 꿈나무) 같은 대사를 통해 봉지은을 폄하하는 발언을 내비추고, 그 이후로도 봉지은은 공부는 물론 업무 능력도 없으면서 ‘남자를 잘 꼬시는 재주’로 먹고 사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문제가 된 ‘광어인간’ 에피소드의 1-2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초반에서 봉지은은 우기명이 대학 졸업 이후 여러 일을 전전하다 정규직으로 취직을 한 회사의 인턴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그곳에서도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매일 구박을 듣는 식으로 묘사된다. 봉지은은 자신이 이대로는 인턴에서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직면하고 자신의 잘 생긴 외모를 활용하여 상사에게 애교로 승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직후에 문제의 ‘조개 깨기’ 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해당 장면이 묘사될 때 작중에서는 나레이션으로 ‘열심히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 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라는 대사가 나왔다. 이후 봉지은은 낮은 업무 능력에도 불구하고 정직원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주인공과 상사의 대사를 통해 봉지은과 상사가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대사까지 나왔었다. 사실상 봉지은의 정규직 전환이 상사와의 성관계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드러내는 연출이었고, 그러한 차원에서 조개를 깨는 모습은 단순한 코미디 장면이 아니었다. 조개가 흔히 여성의 성기를 비유하는 동물로 활용됨을 생각하면, 애시당초 이 에피소드 전체가 작품이 다시 한 번 ’봉지은‘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하여 여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활용되었다는 함의가 너무나도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해당 묘사에 대한 즉각적인 삭제나 수정을 요구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복학왕’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는 2020년 현재 작가 기안84가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MBC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하차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함께 등장했다. 이에 기안84는 작년 청각 장애인과 이주 노동자의 비하 논란을 샀던 표현을 수정한 것처럼, 이번에도 문제가 된 표현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남겼다.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암시하는 표현은 간접적으로 수정되었고, 봉지은이 배에 조개를 올려놓고 깨는 모습도 그냥 식당 테이블 위에 대게를 부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수정과 함께 사과문에 남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풍자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해명은 오히려 기안84가 자신에게 무수한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피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다시 만들었다. 논란이 쉽게 꺼지기에는 결코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분명 이 논란의 1차적인 책임을 지어야 할 사람은 ‘복학왕’의 작가인 ‘기안84’이다. 그는 자신의 의무경찰(의경) 생활을 모티브로 한 데뷔작 ‘노병가’를 비롯해 여러 단편에서는 지금의 ‘패션왕’이나 ‘복학왕’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 심도 깊은 리얼리즘적 연출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였다. 심지어는 코미디적인 성향이 강한 ‘패션왕’이나 ‘복학왕’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든 주인공 캐릭터 ‘우기명’을 중심으로 이따금씩 피사체에 밀착하여 접근하는 연출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등의 프로그램이나 블로그 등에서 스스로 말했던 대로 어렸을 적 유복하게 살다가 IMF 때 회사가 망하며 순식간에 가난을 겪고, 중퇴로 마무리 된 대학 생활은 물론 의경 생활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고통을 받은 기록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에 능하다. 코미디 요소가 무척이나 적었던 ‘노병가’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제2의 최규석’이 등장했다는 평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동시에 기안84는 자신이 겪은 대상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지하거나 별 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노병가’에서 의경 부대 내에서 일상적인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세밀하게 그렸지만, 동시에 작가는 극중에서 의경 기동대가 시위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강한 부정과 혐오의 감정을 투사하여 그려냈다. 이러한 표현은 처음에는 ‘지속적인 억압과 폭력에 익숙한 기동대가 시위대에 느낄 자연스러운 심리 묘사’처럼 여겨졌었지만, ‘패션왕’을 거쳐 ‘복학왕’을 연재하는 지금에서는 결국 그 묘사의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기안84에게 자신이 공감하지 않고,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대상에 비추는 시선은 너무나도 얇다 못해 전형적이다. 한국 사회 주류가 지니고 있는 혐오와 차별, 편견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쏟아내기에만 여념이 없다. ‘복학왕’이 ‘패션왕’보다도 더욱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지닌 것도 있지만, ‘복학왕’ 작품 내부에서 우기명을 대하는 자세와 그 이외의 캐릭터, 특히 소수적 위치에 놓인 캐릭터를 그리는 표현법이 천양지차 수준으로 달랐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그 책임은 단순히 기안84 본인의 것으로만 끝날 수 있을까? 멀리 갈 것 없이 네이버 웹툰은 이번 ‘복학왕’의 논란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다. ‘복학왕’의 표현 논란은 2020년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줄기차게 발생했던 것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복학왕’와 기안84는 물론 네이버 웹툰 역시 바뀐 것은 없었다. 네이버의 공식적인 입장은 그 이전에도, 지금에도 계속 “네이버 웹툰은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수준에 머무른다. 물론 이와 함께 “많은 의견들을 잘 청취하고 서비스 담당자 대상으로 관련 교육도 강화하겠다”는 말도 덧붙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말들은 결국 네이버 웹툰이 표현의 문제를 놓고 발생하는 논란에 심도 깊게 접근하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복학왕’에서 발생한 어떤 논란들은 게재 직전 편집부의 차원에서 검토를 했으면, 더 나아가서는 연재 기획 단계나 지속적인 정례 회의에서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했었다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은 줄었을 수도 있다.
허나 네이버 웹툰은 2004년 처음 출범할 때에도, 2020년 현재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할 때에도 별반 차이 없는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웹툰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연재 준비 단계에서 작품 기획의 적절성을 타진하고, 작품이 제 때 올라오고 있나를 체크하는 이상의 것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기에도 어렵다. 2020년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는 족히 200편이 넘는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직원들은 작품 편수의 10%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개하는 자료에 적시된 임직원수는 324명이지만, 이들 모두가 웹툰을 기획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는 ‘네이버 웹툰’을 비롯해 ‘네이버 웹소설’, ‘시리즈 ON’ 같은 네이버의 다양한 콘텐츠 게시-판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인력이거나, ‘스튜디오N’이나 ‘LICO’ 같이 자사 웹툰을 기반으로 한 수익 사업을 하는 담당자이다. 과거의 웹툰이 포털 사이트들이 광고 수입이나 다른 수익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윤 일부를 ‘무료 서비스’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2020년 현재의 웹툰은 사실상 한국 만화와 동의어인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지 오래다. 네이버 웹툰은 대기업 그룹이 된 네이버 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 웹툰이 네이버 사내에서 지니는 위상은 확연하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네이버 웹툰은 과거 별다른 예산이나 힘이 없었던 시절과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자사의 연재작들을 대한다. 작품이 좀 더 건강한 매력을 발산하거나 좀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편집자’나 ‘기획자’, 또는 ‘프로듀서’ 개개인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이러한 직군들이 창작자와 지속적인 소통과 의견 교환을 통해 작품을 함께 창작하고, 함께 나아가는 중요한 역할임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 한다.
허나 여전히 네이버 웹툰을 비롯해 상당수 웹툰 플랫폼은 ‘관리 인력’의 수도 제한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렇다 할 역할도 쉽게 부여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기획이나 지속적인 소통, 연재를 마친 이후 작가가 새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독려하고 체크하는 역할은 ‘에이전시’와 같은 중간 사업체에게 좋은 말로 하면 ‘위탁’, 나쁜 말로 하면 ‘떠넘기고’ 있을 따름이다. 설사 ‘매니지먼트’를 직접 한다고 하더라도 ‘어른스러운 철구’의 연재를 마친 뒤에 새 작품도 쉽게 만들지 못한 채, 오히려 매니지먼트 계약에 묶여 다른 플랫폼에도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해다란 작가의 사례는 네이버 웹툰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이는 사례였다.
여기에 기안84 작가를 결정적으로 대중에게 알린 ‘나 혼자 산다’의 방송국 MBC의 책임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는 조금은 어리바리하고, 상식이 부족해 등장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저질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기능한다. 소위 ‘어딘가 부족한 캐릭터’로 위치가 정해진 기안84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기안84의 문제적 행동도 ‘원래 이런 캐릭터니까 괜찮다’는 방어막을 만들었다.
도리어 ‘나 혼자 산다’의 제작진들은 이러한 발언을 연출로 부각시키며, 문제적인 발언마저도 코믹하게 받아들이게 만들도록 유도하기에만 바빴을 뿐이다. 마치 이미 쇠락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끝끝내 ‘모자라서 웃긴 캐릭터’나 ‘타인을 쉽게 폄하하는 부류의 코미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것처럼, ‘나 혼자 산다’ 역시 같은 행로를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나 혼자 산다’가 계속 기안84의 문제적 발언이나 행동을 이렇다 할 편집 없이 드러내는 태도는 엄연히 공영방송을 추구하는 MBC에서 근무하는 ‘나 혼자 산다’의 제작진이 ‘공영성’을 비롯한 시청률 이외의 요소에 대해서는 하나도 신경쓰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는 모습이다. 이미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한 무수한 리얼리티 예능은 방송사에 상관없이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동 떨어져 ‘일상’이 아니라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방송인’만을 바라본지 오래지만, 더 나아가 ‘나 혼자 산다’의 제작진들은 화제를 낳는 이상으로 자신들이 최종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모습을 꾸준하고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제는 만화계의 구성원 일부도 스스로 이 논란의 책임 당사자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 ‘풀하우스’, ‘Let 다이’, ‘매리는 외박 중’ 등의 로맨스 만화로 잘 알려진 중견 만화가 원수연이 대표적이다. 원수연 작가는 지난 8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기안84와 ‘복학왕’에 대한 비판을 ‘검열’이라 칭했다. ‘복학왕’에 대한 연재 중단 요구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며, 마치 1990년대 후반까지 사전 검열이 횡횡했던 시기의 행동과 차이가 없다는 식의 언사였다.
그러나 원수연을 비롯한 만화계 일부 인사들의 ‘검열’ 주장은 역설적으로 특정 표현에 대한 비판과 이를 공론화시키는 움직임 전체에 재갈을 틀어막는 행동에 불과하며, 동시에 문제적인 발언과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이상을 넘지 못한다. ‘검열’은 권위주의적인 국가 체제와 사회 구조가 융합하여 자의적인 기준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적 현상이다. 그러기에 검열은 당연하게도 표현의 자유의 훼손을 초래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서 삭제된 표현 모두가 갑자기 그 정당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마치 1980년대 KBS ‘쇼 비디오 자키’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코미디 코너 ‘시커먼스’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를 지시하며 사라진 ‘검열의 희생양’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커먼스’가 흑인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희화화하는 표현을 마냥 인정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결코 모든 창작가가 완벽할 수는 없고, 모든 작품이 티 한 점 없이 깨끗할 수는 없다. 오히려 ‘창작물’의 특성, 수도 없이 반복된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을 선보일 때 판 내부는 물론 외부의 시민과 대중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작품이 무조건적으로 ‘정치적 공정성’을 획득하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한국보다 훨씬 앞서서 ‘정치적 공정성’의 개념이 창안되고 퍼진 서구에서도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에 놓인 어떤 작품들은 극단적인 수위의 표현과 거친 화법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고, 다시 그러한 표현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결국 ‘언더그라운드’이기에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복학왕’은 네이버 웹툰이 여전히 간판으로 밀어주는 작품 중 하나이며, MBC는 작가 기안84를 ‘나 혼자 산다’의 고정 출연진으로 선정하며 그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존재로 만드는 것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게 ‘복학왕’은 한국 웹툰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안착했고, 당연히 작가의 한계와 작품의 흠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허나 네이버 웹툰은 그런 와중에서도 자신들의 시스템을 끝끝내 바꾸지 않고 있다. MBC 역시 자신들이 기안84를 그저 ‘유명한 존재’로 활용하는 이상으로, 자칫하면 기안84의 이미지가 해가 될 수 있는 모습을 적절히 편집하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며 시청률을 쌓기에만 여념이 없다. 기안84와 ‘복학왕’은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높은 ‘문화권력’을 획득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은 강력한 인지도를 가진 작품이 문제적 표현을 지속적으로 일삼는 것에 반기를 내걸었다.
이들이 반기를 걸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강한 요구를 하게 만들도록 한 것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작가를 그저 방치할 뿐, 이윤을 획득하기에만 여념이 없던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시장만 커지고 작품에 대한 담론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사회의 흐름에 대한 적절한 응답 없이 자신들이 지닌 트라우마만 강조하는 것은 대체 누구인가? 그렇게 기안84와 ‘복학왕’이 만드는 논란은 단순히 작가 한 명, 작품 하나의 논란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적인 구조를 방치하고, 도리어 방조하고 있는 문화예술 영역의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