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승객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BS 전 논설위원 김성준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류희현 판사는 21일 오후 김성준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도 결정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 승객의 하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포렌식을 거쳐 김씨가 체포되기 이전에 찍은 불법촬영물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증거의 압수 과정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류희현 판사는 김씨의 주장을 기각하고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류 판사는 증거 확보 과정에 “영장 범죄사실과 그밖의 범죄사실(체포 이전 불법촬영 행위)은 시간적으로 매우 근접해 이뤄졌다. 그리고 피고인이 최초 수사기관에서 영장 범죄사실을 부인했는데, 포렌식 결과 발견된 사진들은 영장 범죄 사실에 대한 간접·정황 증거로 사용될 수 있고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자료로도 사용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류 판사는 “그렇기에 영장 범죄 사실과 이 사건 범죄사실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어 관련성 갖췄다고 본다”며 “이 사건 압색영장에 의한 나머지 사진들의 압수는 일단 적법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류희현 판사는 21일 오후 김성준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진=노컷뉴스

류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현행범 체포된 이후 수사기관으로부터 휴대전화 기록에 대한 출력과정에 대한 참여권을 고지 받았지만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고인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등 형사사건에 의사를 충분히 인지하고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로선 휴대전화를 제출하면 현행범 체포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증거가 복구될 것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범 체포된 범죄사실에만 참여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류 판사는 “압수에 의한 복구된 사진은 모두 증거물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하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류 판사는 김씨의 양형을 놓고는 △촬영물에 나타난 신체부위 노출정도 △피해자 신원의 식별 가능성 △촬영 횟수 △촬영물이 유출되지 않은 점을 비롯해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은 점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SBS에서 메인뉴스인 8뉴스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역임했다. SBS 논설위원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진행 등을 맡았다. 김씨는 시민 신고로 현행범 체포된 현장에서 범행을 부인했으나 그의 휴대전화에서 김씨가 불법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 SBS는 김씨 입건 직후 그를 무징계 사표 수리해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을 샀다. 김 전 위원은 당시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과 가족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 ‘불법촬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1577명의 평균 형량은 징역 6.83월, 유포범죄까지 저지른 경우 징역 8.91월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