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는 홍수를 막는가?
문제 제기
2020년 8월 초에 섬진강과 낙동강에서 제방이 무너지면서 홍수 피해가 커지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0월22일에 준공된 4대강의 16개 보가 홍수를 방지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웠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듣는 일반 국민은 매우 혼란스럽다. 보수 성향의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은 4대강 보가 있었기 때문에 홍수를 그나마 막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진보 성향의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은 4대강 보는 홍수 방지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서 단편적인 견해를 언론에 발표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 전도사라고 별명이 붙었던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은 8월 1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4대강 보 16개가 있는 지역 주변에 홍수가 난 지역은 한 군데도 없다.... 이걸 본다면 4대강 보가 홍수 조절 기능, 피해 예방 기능을 충분히 해 왔다고 밀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인 주장은 아니지만 대개 4대강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전 국토의 절반쯤 된다. 그중에 산악지대를 빼고 평야지대는 (강이) 옛날 그대로였다면 다 범람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보의 홍수 방지 효과” 논란에 대하여 팩트체크의 형식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여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4대강 사업의 목표와 효과
2008년 12월에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4대강 사업은 2009년 6월에 이름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바꾸고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4대강 사업의 목표는 1) 홍수방지 2) 용수확보 3) 수질오염 개선, 4) 지역발전 유도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특별히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강조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까지 인용하면서 4대강 사업은 치산치수 사업이며, 국토를 홍수에서 보호하는 재해 방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하여 2009년 6월 29일에 발표된 라디오 연설문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입니다. 지난 5년간 평균으로 보면, 연간 홍수 피해가 2조 7000억원이고, 복구비가 4조 3000억원이나 들었습니다. (필자 주: 둘을 더하면 정확히 7조원이 된다.)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 환경과 문화도 살리면서,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도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 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발언의 의도는 4대강 사업을 하는 3년 동안에 투자되는 사업비 22조원은 말하자면 종자돈이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홍수피해와 복구비를 합하면 매년 7조원이나 되는데,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3년만 참으면 투자한 돈은 모두 건지는 셈이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만든 홍보 동영상을 보면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1년부터는 반복되던 재난에서 벗어납니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며 예산 낭비를 막는 착한 사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결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모두 16개의 대형보가 만들어졌다. 정부에서는 보의 상류를 깊이 팠기 때문에 큰비가 오더라도 강의 수위가 낮아져서 이제부터는 홍수를 거뜬히 막을 수 있게 되었다고 홍보하였다. 2011년 준공한 이후에 매년 하늘이 도왔는지 한반도에는 태풍 피해도 거의 없었고, 홍수 피해도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8월에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하였다. 섬진강에서 둑이 터진 것은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논외로 하자. 이명박 정부에서 홍보했듯이 4대강 사업을 했기 때문에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유역에서 우리 국토는 반복되던 재난에서 벗어났는가?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에서 본류의 제방이 터진 것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는가? 전국의 곳곳에서 지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나고 도로가 침수되어 인명 피해와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4대강 보는 홍수방지에 도움이 되나 방해가 되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홍수가 나서 하천에 물이 가득 차서 흐른다. 이 때에 하천을 가로질러서 한쪽 둑에서 하천의 중간까지에 커다란 철판을 대면 홍수 방지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당연히 홍수위는 높아지고 물이 둑 위로 넘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은 홍수 시에는 방해가 될 것이다.
4대강을 가로질러 대형보를 설치하는 것은 홍수 관리에 매우 불리하다는 것은 과학적인 상식이다. 토목공학자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원로들은 침묵을 지켰다. 당시 토목공학계의 원로인 연세대의 이원환 교수는 2010년 5월에 발표된 대한토목학회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홍수 조절량 해결책으로 16개 보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한국 하천 특성과 홍수 재해의 가공성을 망각한 일로서 수리학적으로 보(洑)는 그 주기능이 유수를 차단하여 수위의 상승을 도모함으로써 관개용수 취수를 위한 수리시설이지 홍수 조절량 확보를 위한 저수시설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측 답변은 “4대강 보는 가동보(다목적보)이기 때문에 홍수 시에는 수문을 모두 열어서 방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가동보는 4대강 사업에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보이다. 일반적으로 댐의 수문은 구조물의 윗부분에 설치하여 홍수시 물이 위로 넘치도록 설계된다. 수문의 아래 부분은 콘트리트 구조물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가동보는 수문을 회전시키거나, 들어 올리거나, 눕혀서 바닥에서부터 물이 잘 빠지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이러한 가동보는 만드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이다. 왜 이런 구조물이 등장하였을까? 보 상류에 쌓이는 퇴적물의 제거가 용이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에 가동보는 운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낸 창작품이다. 현재의 가동보 아래 쪽에 비슷한 가동보를 추가시키면 두 개의 가동보는 한 쌍이 되어서 배가 오르내릴 수 있는 갑문으로 쉽게 변신할 수가 있다.
4대강 보의 60%는 고정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대강의 16개 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4대강 보는 전체가 가동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4대강 보 16개 중에서 여주보 하나만을 제외하고 15개 보는 가동보와 고정보 부분으로 이루어져서 정확히 말하면 혼합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정부 자료에서는 4대강 사업에서 만드는 보를 ‘다기능보’ 또는 ‘다목적보’라고 불렀다. <그림3>을 보면, 수문이 달린 쪽이 가동보 부분이고 수문이 없이 매끈한 부분이 고정보 부분이다.
<표1>을 보면 보의 길이 중에서 고정보의 점유율은 한강 강천보의 20%에서부터 낙동강 강정보의 87%까지 다양하다. 16개 보의 총길이 7973m 중에서 고정보 부분은 4765m로서 비율로 계산하면 4대강 보의 60%가 고정보이다. 고정보의 총 길이가 가동보의 총 길이보다 더 길다. 그러므로 가동보를 모두 개방하더라도 고정보 부문에서 물의 흐름을 막기 때문에 상류 쪽으로 수위가 높아져서 홍수 시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4대강 보는 구상 단계에서부터 홍수를 막기 위해서 만든 구조물이 아니며 홍수 시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큰 강의 상류에 있는 다목적댐 역시 강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인데, 다목적댐은 홍수에 불리할까? 이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다목적댐은 저수용량이 매우 커서 홍수 시에는 물을 저장하고, 가뭄 시에 저장된 물을 방류하도록 설계되었다. 다목적댐은 웬만큼 큰비가 오더라도 상류에서 유입되는 홍수를 모두 가두어두고 방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저수용량이 크게 설계되었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펼 것이다. 4대강 사업에서 대규모 준설을 했기 때문에 강 바닥이 낮아져서 홍수 시에 수위가 낮아지고 따라서 홍수 방지에 도움이 된다. 준설로 인한 홍수 방지 효과는 본류 구간에서는 약간 인정된다. 만일 4대강 사업에서 보를 막지 않고 준설만 했다면 홍수 방지 효과를 인정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대형보를 막았기 때문에 홍수를 방지하는 효과는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의 상류에 토사가 쌓이고 매년 준설을 계속하지 않으면 홍수 방지 효과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
결론, 4대강 보는 홍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4대강 사업에서 만든 보는 가동보와 고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고정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수위를 높이므로 홍수 시에 불리하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것은 2011년이다. 그후 9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준설로 인한 홍수 방지 효과는 미미하고 고정보 때문에 수위가 높아지는 효과는 여전하므로 4대강 사업에서 건설된 16개 대형보는 홍수를 막는 데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 위 기고글은 2020년 9월1일에 발행되는 월간환경기술 잡지에 게재하는 논문을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