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기사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려야 한다
지난 1일부터 폭우가 한국을 덮쳤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장마철 집중호우는 앞당겨지고 길어진다. 신종 인수공통 감염병의 세계 대유행이 기후변화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쪽에선 시베리아가 한 달째 불타고 있다. 사람 탓이 아니면 설명 불가능한 8만년 만의 폭염이란다. 코로나19와 이상 기변 소식이 뉴스를 뒤덮고 있다.
불과 2년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인천 송도에서 열렸다. 이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주간 행사도 지난해와 올해 연속 송도에서 열렸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결정이 이뤄진 행사였지만 정작 한국엔 이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도 찾기 힘들다.
한겨레는 지난 4월 종합일간지 중 처음으로 기후위기와 에너지 이슈를 담당하는 기후변화팀을 세웠다. “기후위기 상황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1만호 특집 기획 ‘기후변화와 감염병, 자연의 반격’은 조선시대 기록과 연구결과를 종합해 기후변화와 감염병의 상관관계를 보도했다. 한국형 뉴딜 정책을 분석하며 그린뉴딜은 왜 없는지 지적하고, 한국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선진국 가운데 바닥권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말부턴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 수치를 매주 보도한다. 박기용 한겨레 기후변화팀장은 5월 초 팀 신설을 알리는 칼럼에서 “인류는 이미 실기한 듯 싶다”고 했다. 기후변화팀 박기용 팀장과 최우리 기자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 어떻게 기후변화팀을 신설하게 됐나?
“직접적으로는 사장과 편집국장의 올 초 공약이었다. 선거 때 한겨레 조직에 필요한 과제를 놓고 정책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그전부터 전 사회적으로 기후위기가 부를 대재앙에 대한 관심이 커져왔던 터다. 언론이 민감하게 그 흐름을 포착해 대응해야 한다는 고민이 쌓여왔기에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팀이 탄생했다.”
- 기후변화팀장이 5월 초 기후변화팀 소개 칼럼에서 “최근에야 기후변화 관련 사안을 가까이 들여다본 인상을 말하자면 인류는 이미 실기한 듯 싶다”고 했는데.
“현 상황을 보면 코로나19에 폭우가 겹치면서 기후위기를 언급하는 보도가 막 나오기 시작했다. 기후위기 문제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찾아온 문제임이 알려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코로나19 확산에 기후위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두고 중요한 과학적 사실이 새로 전파되고 있다. 문제가 코앞에 닥친 지는 오래다. IPCC는 2018년 인천에서 총회를 열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는 권고를 승인했다. 반면 한국의 탄소예산(Carbon Budget·이산화탄소 배출허용 총량) 고갈 예상 시점은 지금 이대로 간다면 2018년 기준 10년 정도 남은 상황이다.”
- 취재는 어떻게 이뤄지나?
“기존 환경·에너지·기상·과학 담당 기자들을 한팀으로 묶었다. 팀장이 있고, 김정수‧이근영‧최우리 기자가 산업부(에너지)와 기상청, 환경부를 각각 맡고 있다. 기후위기가 사회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 탓에 출입처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기후위기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심각할 경우 이는 농림부 소관이고, 바다 생태계 변화는 해수부 담당이다.”
-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 등 기자 칼럼도 눈에 띈다.
“기후위기 문제가 전문용어도 많고 독자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언론사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기사로 다루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전담 팀이 만들어진 만큼 적극 새롭고 쉬운 콘텐츠를 개발해야겠다는 뜻에서 만들었다. 문제의식을 지니면서도 쉬운 콘텐츠를 디지털 형태로 연재하면 새 창구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기자 한 사람당 기명 칼럼을 맡아 달마다 연재하기로 했다. 바람, 햇빛, 습기, 비 주제 가운데 일부는 외부 전문가 필진에 고정 칼럼을 맡겼다. 예컨대 ‘비도 오고 그래서’는 비가 일상의 감정을 포함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작은 주제로 메시지를 풀어보려 한다.”
-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과소평가에 아쉬움은 없나?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는 ‘기후변화와 감염병, 자연의 반격’ 등 기획 보도에 “대문짝만하게 실려야 할 기사”라며 비교적 노출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약으로 기후변화팀이 만들어졌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현장에서 기사를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편집국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단독’ 여부를 떠나 기후위기 주제를 1면에 싣고 의제 설정할지 여부는 편집국 의지와 판단에 달렸다. 그 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면에 올린 기사를 온라인에 나눠서 풀어서 연재하는 등 여러 방도를 고민 중이다.”
- 보도에 반응은 어떤가? 20대 전후로는 기후위기 이슈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젊은 독자층은 얼마나 호응하나?
“주로 독자 메일을 통해 반응이 오는데, 환경 전문가뿐 아니라 예상 외로 대중 독자가 많다. 특히 주 한겨레 독자 연령층이 아닌 학생과 청소년이 호응이 크다. 기성세대는 환경 문제를 진보와 보수 프레임 위에서 정부의 정책을 보고 동의 여부를 밝혔다면, 젊은 세대 독자는 ‘문재인이 뭐 했어, 이명박이 뭐 했어’보다는 현 상황이나 정책이 생태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묻는 점이 다르다고 느낀다.”
- 앞으로 취재하고 싶은 관심 분야는?
“환경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팀이 처음 만들어졌기에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려 한다. 현안이 터지면 그게 기후위기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현안이 폭우다. 장마가 끝나면 통상 폭염, 곧 에어컨을 트는 시기가 오는데, 전력 문제를 재생에너지와 함께 다루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