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5‧18특별법, 신세 망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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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18특별법, 신세 망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협박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18년 ‘5·18가짜뉴스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 5·18정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발표를 시작한 민언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접수하였습니다. 언론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항쟁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20년에도 성실하게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특별법’ 역사왜곡 처벌 취지보다 과잉입법, 표현자유 침해만 부각한 언론>(7월10일)에서 5·18 역사왜곡처벌법이 나오게 된 배경보다 해당 법안이 불러올 ‘과잉입법’ 문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에만 집중하는 언론을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해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특정 정당이 추진하는 법안’ 혹은 ‘법안에 대한 각종 우려가 있다’고만 전하는 보도를 지적했습니다. 법안 추진 배경과 법안을 둘러싼 학계‧법조계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전하고 시민들이 법안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올바른 보도라는 당부도 덧붙였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7월 한 달간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8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유일하게 조선일보에서 5·18 역사왜곡처벌법의 본질을 외면하고 폄훼하는 보도가 나타났습니다.

정권 심기 건드리면 처벌하는 법?

문제 보도는 조선일보 <사설-정권 비판하고 맞서면 기소, 유죄, 구속, 면직, 취소 당하는 나라>(7월20일)입니다. 제목부터 자극적인데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한 탈북민 단체의 설립허가를 취소한 통일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참고로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북한이 6월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상당수 국민이 불안감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정권 심기를 건드렸다가 공권력의 공격을 받은 일은 이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각종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근거로 제시한 사례의 적절성은 제쳐 두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적절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5·18 역사왜곡처벌법’입니다. 조선일보는 “여당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감옥에 보내는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세 망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협박”이라고 단언했습니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명백한 폄훼이며 얼토당토않은 주장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억지 주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정권 눈 밖에 나는 일을 했다가는 허가·승인 취소 같은 행정조치를 통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감옥 갈 걱정까지 해야 하는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는 의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겁니다.

▲ 7월20일 ‘5‧18 역사왜곡처벌법’ 폄훼한 조선일보▲ 7월20일 ‘5‧18 역사왜곡처벌법’ 폄훼한 조선일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은 유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기존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에는 5·18 망언을 일삼는 극우 인사들이 법망을 피해가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만원 씨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급기야 5·18 왜곡을 막아야 할 공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 씨를 국회로 불러 공청회를 열고 5·18 망언을 반복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과잉입법’과 ‘표현의 자유 침해’와 같은 각종 우려에도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나오게 된 것이죠. 그런데 조선일보는 5·18 왜곡에 일조하면 명백히 처벌하겠다는 법안을 정권 심기를 건드리면 처벌하는 법으로 간주하고 “신세 망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협박”으로까지 묘사한 겁니다.

조선일보는 폄훼, 미래통합당은 ‘5·18정신’ 계승 발표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폄훼한 7월20일, 자유한국당을 전신으로 하는 미래통합당은 ‘5·18정신 계승’이 명시된 새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통합당은 새 정강정책 초안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에서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2·28대구민주운동, 3·8대전민주의거, 3·15의거,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밝혔습니다.

▲ 7월20일 5‧18 계승 정신 밝힌 미래통합당 새 정강정책 초안▲ 7월20일 5‧18 계승 정신 밝힌 미래통합당 새 정강정책 초안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7월22일) 인터뷰에서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은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 초안을 설명하며, 보수진영이 강조하는 가치는 헌법가치 수호로써 헌법에 나온 민주화운동 역사를 이어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 :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4·19혁명이 적시가 되어 있는 상황처럼,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을 거쳐서 결국 6·10항쟁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현재의 헌법은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87체제를 지내고 있는 거죠. 그러면 보수진영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가치는 헌법가치를 수호하겠다는 거거든요. 헌법에 나와 있는 4·19혁명과 그리고 지금의 헌법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6월 항쟁에 대한 역사를 이어 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로 비판받아온 자유한국당과는 달리 한국당을 전신으로 하는 미래통합당은 ‘5·18정신 계승’을 정강정책 초안에 포함하고 진영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조선일보는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여당이 추진 중이며 정권 심기를 건드리면 처벌하는 법’으로 비하했습니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의 본질은 외면한 채 케케묵은 ‘진영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조선일보의 인식수준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1~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지면)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 / <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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