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의정 활동 중 기자들 복장과 가방 브랜드에 지속 관심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원피스를 입었다고 여성·청년혐오 비난을 받으면서 김재연 진보당 대표(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진이 함께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2012년 5월30일 국회 첫 등원날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그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진보당 대표를 맡은지 약 50일이 지났는데 그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들었다.
김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등원 첫날 국회 정문 앞에서 반값등록금 요구 기자회견이 있었고 옆에는 보수시위대가 있어 상당히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었다”며 “다음날(5월31일) 여러매체 1면에 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의상보다는 보수시위대 모습, 저와 이석기 (당시) 의원이 정상적으로 등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뉴스거리였다”고 회상했다.
5월30일 조선일보는 1면에서 통합진보당 의원 국회등원을 문제삼는 이들 모습을 “종북세력 국회진출 반대 촛불집회”란 사진기사를 보도했고 이날 국회 앞 기자회견과 시위대 사진을 5월31일 다수 매체가 보도했다. 당시 보도를 보면 6월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반바지·샌들 등 자유복장을 허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하루 이틀 지나보니 제 복장가지고 기사화하거나 칼럼이 나왔는데 여성의 복장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틀뒤인 6월1일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보라색 미니스커트’ 김재연”이란 칼럼에서 자신의 아내가 ‘날 생각하면 무지개색 중 무슨 색이 떠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면서 “빨강은 그저 마누라, 주황은 애인같은, 노랑은 동생같은, 초록은 친구같은, 파랑은 편안한, 남색은 지적인, 보라는 섹시한 마누라를 의미한단다”라고 쓰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기자들이 제 복장, 구두나 가방 브랜드가 어떤 것인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류 의원 원피스가 주목을 받자 조선일보 등이 원피스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보도한 양상과 비슷했다.
김 대표는 “당시 여성혐오 시선이 있었지만 당시 여성혐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없었고 (복장 등 지적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있는 여성조차 여성혐오적 시선과 발언에 제대로 대항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8년이 지났는데 여태 이러고 있구나, 변한게 없구나 싶으면서 그래도 이만큼 왔다 싶었다”고 말했다. 류 의원 복장을 지적하는 이들에 대해 ‘여성혐오다’,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걸 보면 지난 8년간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청년을 정체성으로 국회에 입성한 첫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그는 “청년비례대표 정체성을 가진 만큼 발랄하게 의정활동 하고 싶었다”며 “저뿐 아니라 장하나 (민주당) 의원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본회의를 가는 등 여러모로 편하게 입으려 했고 그렇게 많이 입었다”고 했다.
지난 6월20일 옛 민중당은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김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그는 지난 4일 청와대 앞에서 24시간 단식농성을 했다. 국가보안법 등으로 8년째 감옥에 있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과 그의 누나의 쾌유를 비는 의미로 연대한 단식이었다.
김 대표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너무나 낡은 잣대로 감옥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면과 복권을 요구하는 양심수가 이 시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이 발표가 나지 않았는데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의) 누나(이경진씨)가 1000일 넘게 농성을 하다가 말기암으로 두차례 수술을 받아 심각한 상황”이라며 “위로와 쾌유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단체들과 릴레이로 단식을 했다”고 했다.
최근 비전향 장기수들을 만났다. 비전향 장기수란 인민군 포로 등으로 간첩죄, 국가보안법, 반공법 등으로 7년이상 형을 받고 사상전향을 하지 않은 채 수십년간 옥에서 생활한 양심수를 말한다. 김 대표는 “비전향 장기수 북송이 2000년이었는데 그때 가지 못한 사람들은 20년이 지났다”며 “20년이면 (북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대가 오지 못한 채로 그분들은 80대 90대가 됐다”고 했다.
진보당은 21대 총선에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대표는 “7월 말에 정부안에 대한 의견제출이 있었는데 단계적 확대라는 것의 한계가 분명한 것을 비롯해 그 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안을 제출했다”며 “현재 특수고용노동자(특수고용종사자)가 산재보험을 받게 돼 있지만 택배노동자는 실제 받는 경우가 5%도 안 된다. 현장엔 이런 한계가 있는데 산재보험을 차용해 고용보험에 늘리는 게 취지는 좋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건설 공론화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하고 당선됐지만 박근혜 정부 때 방식에서 진전되지 못했고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에 대해 답을 찾지 못했다”며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과정이 울산시민들 의견을 배제한 채 폭력적으로 이뤄져 청와대 직속으로 공론화기구를 설치해달라고 열흘 째 농성 중”이라고 말했다.
원내에서 더 신경쓸 부분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대표는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보면 진보당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택배노동자, 배달노동자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실제 정책입안자들이 캐치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제로는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했다. 그는 “대미관계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된 부분에 대해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새로 취임해 해소될 거란 기대감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코로나 때문에 명분도 뚜렷하지 않나.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해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자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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