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박선원이 품었던 천안함 의혹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부임 후 첫 실시된 차관급 인사에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박선원 전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보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임명이다.
박선원 실장이 맡게된 기획조정실 업무도 국정원 내 요직일 뿐 아니라 박 실장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외교안보특보(국정원장)를 맡는 등 ‘서훈’ 라인이자 외교안보 쪽 실세로 평가받고 있는 탓이다.
또한 조선일보 등이 박 실장의 과거 이력을 문제삼아 반미성향이라 이미지를 씌우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5일자 1면기사 ‘국정원 기조실장에 반미투사였던 박선원’에서 박 실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내며 서훈 당시 국정원 3차장(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추진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386 운동권 출신(연세대 82학번)으로 반미 학생운동 조직인 '삼민투'에 몸담았고,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했다”며 “노무현 청와대에선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돼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외교 관료들과 자주 부딪혔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에 유임된 김상균 국정원 1차장이 2018년 3월과 9월 서훈 국정원장과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이 박지원 국정원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김상균 1차장, 박선원 기조실장' 체제를 구축해 집권 후반기 남북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국정원 조직을 바꾸려 한다는 분석”이라고 해석했다.
문화일보도 사설 ‘간첩 못 잡고 親北反美 눈총 국정원, 대북협력院 되나’에서 박 실장의 삼민투 위원장 및 미문화원 점거 배후라는 이력을 들어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됐다”며 “2006년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 사퇴를 몰고 온 일심회 간첩단 사건 수사 때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국회에 출석해 ‘관련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일심회 수사가 흐지부지돼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썼다.
이 같은 평판에 박 실장은 5일 여러차례 연락과 문자메시지 질의를 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박 실장은 단지 반미성향이라는 평가와 별개로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천안함 사건 당시 해외파 의혹제기 전문가 4인방(서재정, 이승헌, 양판석, 박선원)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박 실장은 미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군이 정확한 천안함 항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인터뷰했다가 김태영 국방부장관에 고소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박 실장은 2010년 4월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 이것은 미국이 갖고 있다”면서 “사고가 났다고 하는 9시15분부터 22분 사이에 천안함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속도는 얼마였는지 정확한 정보, 항적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신기록도 공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주장탓에 김태영 장관이 고소해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으나 박 실장은 최종적으로 검찰의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박 실장은 이밖에도 그해 5월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미국 친구로부터 ‘△이명박 정부는 어뢰피습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물증을 찾고있고 △그래서 북한이라고 딱 특정을 하진 않지만 실제 가해자가 북한일수밖에 없지 없느냐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조사단으로서는 아직 그런 결론을 내릴 정도로 확증이 나온건 아니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런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실장은 김태영 장관의 고소를 두고 “제 발언은 허위가 아닌 진실이었으며 그 어떤 누구의 명예도 훼손하지 않았음에도 국방장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함으로서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국방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보전략 비서관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그해 6월7일엔 이명박 정부의 민군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북한 1번 어뢰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두고 “조사단의 발표문이 민군합동조사단 명의로 돼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다국적 조사결과는 아니며, 국제 전문가들은 기술적 자문만 한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한국의 독자적 조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며 “미 중간 고위급 관리가 한 얘기”라고 전했다.
박 실장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어뢰의 근거리 수중폭발이라는 정부 발표와 달리 아군의 육상조종기뢰에 의한 원거리 수중폭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7월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당직사관이었던 박연수 대위(작전관)가 사건 당시 천안함 침몰 지역 수심이 20m였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 “수심 20m라는 말은 ‘수심 47m’라는 합조단 결론을 부정하는 증언”이라며 “(합조단 보고서에 있는) 해양연구원이 제시한 해도상 높게 튀어올라온 지대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박 실장은 “합조단이 사고지점 반경 500야드를 쌍끌이 어선으로 샅샅이 뒤져 어뢰를 건졌다고 발표했지만, 그 지점은 수심 47m인 곳”이라며 “500야드에서 샅샅이 건져냈다는 그 지점과 공간은 있지도 않은 공간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국 ‘수심 47m 지대의 (선저) 근거리 어뢰 폭발’이라는 합조단 주장은 기각돼야 하고, ‘수심 20m 지대의 원거리 비접촉 폭발(100kg)’이 훨씬 근접한 결론이 된다”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15년 3월14일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의문으로 남는 것은 어뢰 공격작전을 지원한 모선(북한 잠수함)조차 어떻게 발견을 못할 수가 있느냐는 점”이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연어급 잠수정이 수중에서 작전을 벌이는 동안 발견을 못했다해도 정작 작전을 지휘하는 모선은 떠있었을텐데 확인도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문”이라며 “모선이 없으면 잠수정 작전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실장은 미디어오늘이 5일 이 같은 천안함 사건에 관한 의문이 사건 발생 10년을 넘긴 현재도 여전히 남아있느냐고 질의했으나 연결이 되거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