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소수노조 검언유착 사건 고발하겠다 조사위 꾸려
KBS가 지난달 18일 전직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삭제·사과한 후 KBS 노사 공정방송위원회가 열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소수노조 KBS노동조합 등이 별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며 의혹의 불씨를 재차 지피고 있다.
지난 3일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과 보수 성향의 KBS공영노동조합은 ‘공영방송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5일 관련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할 예정이다. 고발장 등은 4일 오후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KBS 보도에 외부 인사 등 제3자가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소수노조와 보수 성향의 두 노조가 꾸린 진상조사위는 박인환 변호사(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맹기 교수(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진상조사위원으로는 황성현 변호사(전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 홍세욱 변호사(시민과함께 공동대표), 유승수 변호사(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 변호사모임), 황상무 전 KBS 앵커,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 이영풍 KBS공영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진상조사위 목적은 KBS 보도의 ‘검언유착’ 및 ‘권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 및 공개”라며 검찰 고발과 함께 KBS 이사회의 양승동 KBS 사장 해임 결의안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조사결과를 백서로 만들어 모든 국민께 배부하고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해당 진상조사위에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이 문제 삼는 보도는 지난달 18일자 KBS 뉴스9 리포트다. 이날 KBS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했지만, 보도 직후 이 기자가 공개한 한 검사장과의 면담 녹취록 전문에는 KBS 보도 내용은 없어 의문이 제기됐다. KBS는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KBS 오보 취재원이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였고,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보도로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KBS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청부가 없었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발표한 바 있다. 30일 열린 공방위에는 언론노조 KBS본부 외에 이번 진상조사위를 꾸린 KBS노동조합도 참여했다.
노사 공방위에서 담당 취재기자와 KBS 법조팀은 이번 아이템에 “자체 발제한 아이템”이라고 밝히고 “상부 지시나 외부 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측 위원들은 “경위서를 직접 검토하고 책임자 추가 설명 등을 통해 보도 경위가 설명됐고, 청부 등은 없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결론을 내렸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공방위에서 의혹이 해소됐다고 보고, 향후 부실한 취재 문제 등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노사 공방위는 KBS 단체협약, 편성규약 등 엄격한 근거 규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활동이지만, 두 노조(KBS노동조합, KBS공영노동조합)가 제안하는 ‘진상규명위원회’에는 어떠한 근거 규정도 없다”며 “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자유지만, 어떤 권한도 없는 기구가 어떻게 활동하고 어떻게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사건에 의혹이 남아있다면, 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진상규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난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이른바 ‘제3자 개입설’, ‘청부 보도설’ 등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KBS노동조합 역시 지난 공방위에 참석해 3시간가량 의혹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사측 설명을 직접 함께 들었다”며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이른바 ‘제3자 녹취록’ 등 핵심 의혹들은 ‘취재 메모’에 불과하다는 사측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고 공감한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남아있는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면 의혹의 근거를 단 한 가지라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