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정의연 관련 정정보도 기사에 기자상
한국경제가 ‘정의기억연대가 기부금 3300만원을 하룻밤에 술값에 썼다’고 잘못 보도한 지난 5월 기사에 사내 기자상을 수여했다. 수상 결정 직후 정정보도가 게재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내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30일 “[단독] 하룻밤 3300만원 사용, 정의연의 수상한 술값”이란 제목의 5월11일자 보도를 사내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편집국 내 각 부서가 자체 신청을 하면 국장단이 심사해 결정하는 사내 시상제도다.
보도는 시상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정정 및 반론보도를 냈다. “정의연은 하룻밤에 3300만원을 술값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 잡는다”며 “국세청 신고시 2018년 모금사업비 총액의 대표지급처 1곳만 기재해서 오해가 발생한 것일 뿐이며 3300만원은 2018년 정의기억연대 모금사업비 지급처 140여곳에 대한 지출총액이다”라는 정의연 반론을 전했다. 정의연이 지난 6월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기사 삭제 등을 신청해 이뤄진 조정 결과다.
오류가 있는 보도에 상을 주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사내 일각에서 나왔다. 한 직원 A씨는 “기자상 받은 바로 다음 날 정정보도가 나왔다. 아무리 회사 결정이라 해도 이 상황은 지나치게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보도 당시에도 기사가 왜곡됐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왔다. 공익법인의 국세청 공시 시스템상 통상 지급처란에 ‘대표 지급처’만 적어왔는데, 이를 한 지급처로 보도하는 등 왜곡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연의 2018년 사업별 결산 공시엔 ‘모금사업’ 지출 지급처엔 맥주회사를 운영하는 A업체가, 지출액으론 현금 3300만원이 적혔다. 한국경제는 이를 A업체에 3300만원을 다 쓴 것처럼 보도했으나 정의연은 지급처는 140여개라고 반박했다.
이후 한국경제처럼 대표 지급처를 한 곳으로 오독한 의혹 기사들이 연이어 나왔다. 모두 확인된 근거에 비해 의혹 제기가 부풀려졌단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상 회계전문가가 없고 국세청으로부터 별도 공시 교육도 받지 않은 탓에 회계 과목을 혼동하거나 과거 공시 방식을 유지한 곳이 많다. 대표 지급처 기재가 한 예다. 근래 ‘100만원 이상 지급처는 별도로 기재한다’고 변경된 사실을 다수 시민단체가 모르고 있었고, 국세청의 별도 통보도 없어 안이하게 처리됐던 것. 이 같은 부실 기재를 비리로 확신하는 건 과장이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취재 과정에서 해명을 들으려고 여러 번 전화했지만 당시엔 제대로 된 해명을 듣지 못했다. 국세청이란 정부 기관에 신고한 내용인데, 언론 입장에선 이를 기반으로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상 이유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정의연이 회계 공시를 부실하게 기재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발견해 가장 먼저 시민단체 회계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한국경제 기자들이 썼다. 이 점에 의의를 뒀다. 국세청 자료를 치열하게 살피는 등 열심히 취재한 노고를 치하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