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노든 K방역 정보수집, 효과 확실치 않다
“우리는 위기상황이란 전제 아래 전에 없는 규모의 비자발적인 감시를 수용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이 문제가 대량 감시와 통제불가능한 감염 확산 사이 선택이라고 예단하는데, 그것은 맞지 않다.” (에드워드 스노든)
미국 국가안보국(NSA) 공익제보자이자 현 미국 언론자유재단 대표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휴대폰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를 추적‧수집해 공개하는 이른바 ‘K방역’을 놓고 감염 통제에 기여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독립 탐사보도 기자 글렌 그린월드는 지난 3일 공개한 스노든과의 유튜브 대담에서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감염 관리를 위한 비자발 정보수집 시스템을 거론했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 정부가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가장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서유럽보다 감염병을 잘 관리해왔다고 추어올렸다”며 “한국 정부는 위치를 추적하고 확진자가 사람들과 접촉한 지역을 찾아 무리에서 빼내거나 격리시키는 등 우리가 반대해온 유형의 전자기기 감시에 매우 많이 기댔다”고 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스노든에게 “우리가 중국처럼 강압적 수단을 쓰지 않으려면, 국가가 감염병 통제라는 선한 의도로 일시적으로라도 추가 재량 혹은 권한을 행사하도록 허락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한국 정부는 현재 휴대폰-기지국 통신데이터(GPS)와 CCTV 기록, 신용카드 및 간편결제 내역을 종합해 확진자와 접촉자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스노든은 “질문 속 사례들엔 많은 추정이 담겨있다. 한국이 위치추적 장치를 신속히 받아들인 점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스노든은 한국의 감염병 확산 양상이 다른 국가와 달랐던 한편, 감염 확산 방지에 유리한 문화와 관행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한국 사례는 수많은 면에서 예외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한 예로 대규모의 감염이 긴밀한 종교 공동체(신천지)에서 왔고 특정한 지역(대구)에서 불거졌다”며 “아시아의 문화, 즉 내집단과 외집단 차이의 중요성도 있다. 한국은 집단적 움직임과 정부의 권위가 작동하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이 보건당국 전문가들의 권고를 받아들였고, 마스크 착용이나 손 소독 등 개인적 행위에도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집단적인 자발적 행동이 아주 효과적이고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누적확진자 집계의) 곡선을 완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에도 누군가 감기에 걸리면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있었다. 사스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준비했다”며 “일본의 경우 불행하게도 정부가 정치적 문제로 감염병의 중요성을 얕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대량감시’와 ‘감염확산’은 양자택일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로서 두 가지의 사람들의 행동을 빚어낼 두 방식이 있다”며 무언가를 하지 말도록 ‘무력화’하는 것과 자발로 친사회적 행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라고 분류한 뒤, 현 시점에서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개인정보 대량수집이 필요 없는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스노든은 한 예로 블루투스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확진자나 접촉자가 자신과 밀접한 위치에 있었던 휴대폰들에 무작위로 별명을 붙인 비식별 자료를 업로드해 접촉 여부와 진단시험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방법을 제시했다.
스노든은 2013년 NSA의 미국 시민과 해외 각국 정부를 비롯해 전세계 대상으로 해온 무차별 감시 시스템을 폭로한 공익제보자료, 현재 미국 ‘언론자유재단’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월드 기자는 ‘가디언’을 통해 스노든이 건넨 기밀 문서에 바탕한 탐사보도한 뒤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 구상을 발표하고 △범국가적 데이터 정책 수립 △공공 민간데이터 통합관리와 연계, 활용 활성화 △데이터 산업 지원 △K-사이버 방역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