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폭우 외면 비판 받는 KBS 재난방송 살펴보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의 재난방송이 또 논란이 됐다. 23~24일 부산울산경남 일대 폭우 당시 KBS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KBS는 입장을 내고 재난방송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편성 내역을 공개했다. KBS의 재난방송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고성 산불 당시 방송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선점이 적지 않았다.
“부산에서 수신료 받지 마세요” 반발
지난 23~24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들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부산에서는 수신료를 받아가지 마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리고 “재난 전문 방송사라던 KBS. 지금 부산 비 와서 거의 모든 도로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는 한 두 꼭지 하다가 마네요. 수신료의 가치 전혀 못하는데 왜 강제 징수하나요”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KBS 재난방송 문제와 더불어 서울 중심 방송사들이 지역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맞물리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부산일보는 “‘지진 때도 그러더니…’ 지역재난 ‘방관’ 방송 또 입증한 KBS” 기사를 내고 지역 문제에 소홀하다며 KBS를 비판했다.
KBS “선제적” “신속대응 어려운 기록적 폭우”
KBS는 이번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KBS는 24일 밤 재난방송 편성 내역을 공개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KBS는 “선제적, 예방적 정보와 행동 요령을 23일 오전부터 인터넷과 라디오, TV를 통해서 경남 지역과 강원 영동 동해안 지역에 내릴 집중 호우의 위험성을 시민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KBS는 전국단위 방송 기준으로 자막, 정규 뉴스의 주요 리포트로 사안을 다뤘고 전국 및 지역 단위의 특보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KBS는 “부산방송총국에서는 23일 16시 45분부터 12분 동안 로컬자체특보를 편성해 부산지역의 호우 피해 위험성을 알렸다. 그리고 24일 새벽 0시 13분부터 10분동안 로컬자체특보를 다시 한번 방송했고, 전국단위의 뉴스특보를 24일 새벽 1시부터 25분간 부산 지역의 상황을 집중 방송했다. 아울러, 23일과 24일 사이에 자막 속보 8회, 스크롤 속보 30회를 방송했다”고 밝혔다.
KBS는 “이 같은 강수량은 부산의 재난 관련 당국들도 초기 상황 파악과 신속 대응이 어려웠던 기록적인 수준”이라며 대비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강조했다.
KBS는 지난해 고성산불 이후 재난방송 시스템을 보완했다고 자평한 가운데 이번 재난방송에 대한 비판이 일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특히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지역국 제작 송출 기능 총국 통합을 단행하는 때 지역 재난방송 문제가 터져 나왔다. KBS가 적극적으로 항변한 데는 이 같은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만 지키면 문제 없다?
이날 KBS의 재난방송을 살펴본 결과 ‘외면’했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 고성 산불 논란 당시와는 대조적인 모습도 있었다.
우선 KBS부산에서 진행한 낮시간 특보를 통해 가옥침수시 대피요령, 집중호우 발생시 행동요령 등을 방송했다. 서울에서 진행한 전국단위 특보에는 기상청 관계자 전화 인터뷰 형식으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기존의 KBS 재난방송은 재난 상황을 시각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기자들을 위험에 내몬다는 지적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비 피해가 커지자 기자가 KBS부산총국 앞으로 자리를 옮겨 리포트를 하기도 했다. 수어 통역도 진행됐다.
이전보다 나아진 건 맞지만 이날 방송이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KBS는 재난방송 매뉴얼을 준수했다는 입장인데 2019년 고성 산불 논란 당시에도 KBS는 “재난방송 매뉴얼대로 특보 체제를 갖추고, 피해 내용과 규모, 확산 속도 등에 따라 시간대별로 대응을 조정 확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KBS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는 재난방송 관리체계 강화 사업내역서를 통해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나타난 문제점”으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의 책임의식 부족’ 등을 꼽았다.
특히 주요시설 침수소식이 전해지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된 때인 24일 0시 10분 음악 프로그램 '올댓뮤직' 편성을 내보낸 사실은 매뉴얼 준수 여부와는 별개로 가장 필요한 때 재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KBS 청원 게시판에 두번째로 관련 청원을 올린 누리꾼은 “이렇게 큰 물난리에 사망자도 나왔는데 정규편성 시간 기다려서 보거나 새벽방송 유튜브에서 찾아서 다시보기 해야합니까?”라고 지적했다.
재난방송을 통한 정보제공 역시 개선점이 있다. 심야에 진행한 재난방송을 보면 재난 상황에서 부산 내 지역별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프나 도표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현장의 침수 모습만 반복적으로 나왔다. 기상전문기자와 대담, 기상청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가 진행됐으나 대부분 자막을 내보내지 않고 스튜디오, 비바람 피해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이날 KBS 부산총국 산하인 울산 지역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피해 신고만 40여건에 달했지만 KBS는 울산지역 별도 방송을 하지 않았고, 부산총국 및 중앙 재난방송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