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검언유착 사건, 검찰이 채널A에 외주 준 것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지난 2월 면담 녹취가 공개된 가운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4일 “이번 사건은 검찰이 언론에 외주를 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빈총도 맞으면 기분이 안 좋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관련자가 됐다”며 “오늘 검찰 수사심의위가 열리는데 저보고는 오라고 안 하더라. 그러나 나도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여기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재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과의 친분과 관계를 강조하며 여권 인사와 가까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지난 17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과 이 기자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핵심 근거로 주목받았던 두 사람의 2월13일 부산고검에서의 대화 녹취에는 공모를 단정할 근거가 빈약했다.
그럼에도 유 이사장은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이 지난 2월5일 무렵 이철 전 대표 취재를 공모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유 이사장은 “2월5일쯤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윤 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 검사를 보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2월6일부터 어마어마하게 보도가 쏟아졌다. 내 이름도 많이 보도됐다”며 “이동재 기자는 2월6일 채널A 사회부 단체 채팅방에 신라젠 관련해 저를 잡으러 간다고 보고했다. 저는 한동훈과 이동재 만남은 2월5일쯤이라 추측한다”고 밝혔다. 부산고검에서의 만남 일주일 전에도 두 사람이 만남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유 이사장은 20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특강하거나 밸류가 투자한 ‘신라젠’ 행사도 참석했다. 밸류는 3만3000여명을 상대로 7000억원의 사기 행각을 벌인 투자 사기업체다. 이철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700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고,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 1심에서도 징역 2년6월을 받은 범죄자다.
유 이사장은 밸류 등에서의 강연과 행사 참여를 이유로 검찰과 언론이 자신을 무리하게 엮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 이사장은 24일 라디오 방송에서도 “그분들(검찰) 세계관, 그분들 삶 경험에서는 저처럼 장관을 지낸 유명한 사람이 3시간 가까이 기차를 타고, 하루를 완전히 집어넣는 일정(강연 등)을 소화하면서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밥 한 끼만 얻어먹고 왔다는 게 말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검언유착 사건에 윤 총장의 연루 가능성을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 와중 제가 유튜브 알릴레오를 진행할 때 대검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했다. 알릴레오에서 제가 매주 윤 총장 언행과 검찰 행태를 지적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다고 봤을 것이고, 뭔가를 찾기 위해 노무현재단 계좌도 뒤진 것 같다. 증거를 갖고 할 수 없으니까 증언으로 엮어보자고 해서 이철씨를 데려다가 미결수로 만들어서 추가 기소 건으로 압박하고, 그랬던 것 같다. ‘신라젠 동영상에 (유시민이) 나왔어? 부산 양산까지 가서 축사를 했단 말야?’ 이분들 생각은 이런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뼛조각 하나 갖고 공룡 모양 전체를 확정할 순 없지만 윤석열 총장도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2월5일 윤 총장이 신라젠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4명을 추가로 파견 지시했고, 이때쯤 언론에 신라젠 행사에서 자신이 찍힌 사진과 보도가 쏟아졌고, 이동재 기자가 2월6일 사회부 법조팀 단체 채팅방에 유 이사장 취재를 보고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이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유 이사장 발언 중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 4명을 경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파견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이들 검사가 신라젠 사건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는 등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에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다. 자기 감싸기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