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지지층 여성·30대 이탈, 등 돌리는 민심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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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지지층 여성·30대 이탈, 등 돌리는 민심 요인은

21일 주요 일간지 아침신문 1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보존 결정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그리고 깔따구가 차지했다. 반면 한겨레는 직설적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 추락의 근본 원인을 짚으며 민심의 경고음을 전했다. 민심 이반의 핵심엔 부동산 정책도 있었지만,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가 크게 자리 잡았다. 조선일보는 그린벨트와 깔따구 유충 수돗물을 연관 짓는 1면 머리기사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두 개를 털어 검언유착 의혹 기자 구속 결정에 거칠게 맹비난했다.

▲ 한겨레 1면▲ 한겨레 1면

 

정부·여당 민심이반 직격탄 날린 한겨레

한겨레는 1면 “총선 압승한 지 석달, 정권에 ‘민심 경고장’” 머리기사에서 20일 리얼미터 여론 조사 결과를 전하며 “44.8%. 임기를 2년도 남기지 않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로는 양호한 수치”라면서도 “문제는 국면과 추세, 하강 속도다. ‘케이(K)방역 신드롬’을 타고 한때 70%를 넘나들던 긍정 평가는 어느새 부정 평가에 추월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 등 최근 잇따랐던 악재의 여파로만 돌리기엔 징후가 심상찮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한겨레는 “여권에서는 핵심 지지층인 여성과 30대의 이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의 충격과 민주당의 미흡한 사후 대처가 여성 지지층에, 부동산 이슈가 아파트 실수요층인 30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5면 “정권 핵심지지층 30대도 이탈…‘사태 심각성 몰라, 감 잃었다’” 해설기사에서 “여권은 무엇보다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30대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왜 민심이 등을 돌렸는지 분석했다.

한겨레는 “지지율 하락 배경에는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 지난 4월 총선 뒤 끊이지 않은 여권발 악재가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최근 급격한 민심 이반은 신뢰를 잃어가는 부동산 정책과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및 이에 대한 여권의 부적절한 대처 등이 맞물리면서 가속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으로 들끓던 민심은 ‘박원순 사태’로 폭발했다”며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이후 사건을 대하는 여권의 태도가 지지자들마저 등 돌리게 했다”고 여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 한 의원 보좌관의 말도 빌려 “사태 초기부터 아무리 조언을 해도 먹히지 않았다. 의원 대부분이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민심이반에 대한 돌파구로 “‘인연과 의리에 이끌리지 말고’ 단호하게 조기 수습에 나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기류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내놓아 민심을 달래고, 개혁 과제 처리에 집중해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겨레 5면▲한겨레 5면

 

그린벨트 혼선 사이에 ‘재개발 규제 완화’ 강조하는 일부 신문들

대부분 신문은 20일 문 대통령의 그린벨트가 미래 세대를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여당의 혼선과 잡음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15일 홍남기 부총리의 그린벨트 해제 관련 발언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야 정리된 그린벨트 혼선” 사설에서 “늦게나마 그린벨트를 지키기로 정리해 다행스럽다”면서도 “부동산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복원시켜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이 중심을 잡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논란이 진화되는 상황은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사설▲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도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대신 군이 보유한 태릉 골프장 등 국공립 시설 터에 주택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여권발 그린벨트 대전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3면 “그린벨트 놓고 ‘중구난방’ 당정청, 정책 불신만 키워” 기사에서 “대선주자와 총리, 장관,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모두 경쟁하듯 내놓은 중구난방식 해법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여권발 그린벨트 ‘대전’이 일어난 것은 지난 14일”이라며 “조율을 거치지 않은 의견들이 중구난방으로 분출되는 사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은 더욱 싸늘해져 갔다....결론은 ‘해제 백지화’였고, 남은 것은 불신이었다”고 비판했다.

1면 편집의 묘미(?) 보여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면 “사는 집도 걱정” 머리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그린벨트 보존 결정 소식에 이어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유력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거론돼온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에 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 활용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선 “가장 유력한 주택 공급 방안들은 빼고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대책만 언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재건축·재개발 등 규제를 풀지 않고 국가 소유 자투리땅을 긁어모으는 식으론 공급 한계가 명확하다”는 말을 인용해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또 여권 고위 관계자라는 사람의 말도 빌려 “문 대통령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도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재차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3면 “1주일 오락가락하다 그린벨트 포기… 자투리땅 쓰겠다는 정부” 기사에서 “10만가구 공급 가능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그린벨트 놔둔채”라는 소제목을 뽑고 “그린벨트 해제 외에 또 하나의 실효적 공급 대책으로 지목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도심 고밀도 개발 등은 주택 공급 잠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면 “사는 집도 걱정” 머리기사 옆에 같은 크기로 라임을 맞춰 “먹는 물도 걱정”이라는 수돗물 유충 기사를 붙였다.

▲조선일보 1면▲조선일보 1면

 

서울신문도 “한심한 그린벨트 논란, 시장친화적 공급 대책 내놔야” 사설에서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정부ㆍ여당의 무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서울 도심의 용적률을 대폭 높이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획기적이고 시장친화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대책-행정수도 이전 개헌 논의에 힘 싣는 한겨레·경향

대통령의 그린벨트 보존 결정과 연결된 사안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밝힌 행정수도 이전 제안이다. 경향신문은 이 의제를 1면 머리기사로 뽑았다. 경향신문은 “집값 잡기 ‘행정수도 이전’ 꺼낸 여당” 기사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제안했다”며 “행정수도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선 개헌이 필수라는 주장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법률위임론’을 밝힌 바 있어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 제안은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한 부동산 가격 하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며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은 개헌이 필요하다며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청와대·국회 다 세종시로 옮기자는 여당, 개헌론 불지피나” 사설에선 “김 원내대표의 제안은 사실상 개헌론을 제기한 셈”이라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권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이슈를 행정수도 이슈로 돌파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며 “개헌 논의를 하려거든 제대로 해야 한다. 집권여당이라면 개헌을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책임 있게 밝히는 것이 옳은 태도다”라고 개헌 논의에 힘을 실었다.

▲한겨레 사설▲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김태년 ‘국회·청와대 세종 이전’, 실행으로 옮기자” 사설에서 “위헌 결정 이후 반쪽 이행에 그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을 176석의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공식 제안한 것이어서 무게감이 실린다”며 “특히 ‘행정수도 완성’을 국가 균형발전과 함께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도 한번 의제를 던져본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당·정·청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 방향과 실행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헌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등 예상되는 쟁점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채널A 기자 구속 관련 사설 연달아 내며 맹비난

 

▲조선일보 사설▲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협박 취재 혐의-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설 두 개를 할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김동현 판사의 법을 빙자한 정치에 법원이 입장 밝혀야 한다” 사설에서 “형사소송법은 인신 구속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다. 그런데 명색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 요건이 아닌 다른 이유가 더해져 사람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법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어 “김동현 판사는 채널A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라고 했다”며 “판사가 사람을 구속하는 이유로 법에도 없는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들 수 있나. 정당의 논평인가. 왜 정치를 하지 않고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하나”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교묘한 왜곡이 섞여 있다. 이와 관련해 20일자 한국일보 1면 보도를 보면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이러한 혐의 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했고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힌바 있다.

조선일보는 연달아 게재한 “정권과 친여 매체들의 ‘윤석열 죽이기’ 공모가 ‘검·언 유착’이다” 사설에서, KBS가 보도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 확인” 오보 논란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 어이없는 소동은 MBC가 만들고 친여 매체들이 가세한 ‘검·언 유착’ 사건이 실은 조작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KBS가 보도한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을 두고 “두 사람의 녹취록은 이 전 기자와 검찰 수사팀만 갖고 있다”며 “KBS의 취재원은 검찰 수사팀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수사팀은 대통령 대학 후배로 충견(忠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검·언 유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KBS 오보는 결코 우연한 오보가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거될 때까지 이들의 조작, 공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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