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비판하며 2차 가해 저지르고 있는 채널A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7월13일 종편에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이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다뤘어요. 그러나 2차 가해를 비판하면서도 피해 호소인의 직무를 언급하며 ‘여**’라고 지칭하거나 2차 가해 내용을 상세히 언급하며 오히려 2차 가해를 저지르는 듯한 행태를 보였죠.
1. 민현주 씨, ‘서울시 공무원’을 왜 ‘여**’라고 하나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월13일)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성차별 단어가 등장했어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대담 중, 민현주 전 새누리당 의원은 피해 호소인의 직무를 언급하며 ‘여**’라고 지칭했어요. 특정 직무 앞에 ‘여’를 붙이는 ‘여교사’ 등의 표현은 남성을 단어의 기본값으로 두는 전형적인 성차별 표현이에요. 성추행 의혹에 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는 와중에 성차별 단어를 사용하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더군다나 피해 호소인의 직무가 알려지면 신상이 공개되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질 우려도 있어요. 민현주 씨가 피해 호소인의 직책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서울시 공무원’이라고 지칭했으면 될 일이죠.
이날 방송에서 피해 호소인을 ‘여**’라고 지칭한 사람은 민현주 씨가 유일했어요. 민현주 씨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어요. 2015년에는 민 씨를 비롯한 국회의원 136명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성평등 국회’ 비전 선포하기도 했죠. 이렇게 ‘성평등’에 앞장선 민현주 씨가 정작 방송에서는 성차별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네요.
2. 2차 가해 재생산하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월13일)에서는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면서 2차 가해성 SNS 글과 근거 없는 소문을 자세하게 언급했어요.
진행자 김진 씨는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이 올라와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다”며 2차 가해에 해당하는 SNS 글을 읽었어요. 읽기 직전 “이미 이슈화, 기사화됐다”며 본인의 행위를 은근슬쩍 정당화하기도 했죠. 어떤 글이든 기사화됐으면 방송에서 함부로 언급해도 되는 걸까요? 김진 씨가 읽은 글은 익명의 누리꾼이 작성한 것에 불과해요. 언론이 이런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할수록 피해 호소인의 2차 피해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죠.
하지만 김진 씨의 2차 가해 재생산은 멈추지 않았어요. “급기야 고소인이라며 사진이 떠돌고 있다. 신상 털기 및 2차 가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한 거예요. 김진 씨가 진심으로 피해 호소인의 ‘신상 털기 및 2차 가해’를 우려하고 있다면 “고소인이라며 사진이 떠돌고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해요. 피해 호소인 신상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2차 피해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언론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신중한 태도로 보도에 임해야 해요. 적어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처럼 언론이 나서서 2차 가해성 글을 재생산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13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