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노동지원센터 방만운영 보도 1도 안 맞아
문화일보가 서울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의 공금유용과 근무태만, 대가성 임명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가 ‘회의비를 회식에 썼다’고 한 금액은 본래 식비 명목이었고, ‘출퇴근 방만’을 지적한 일시는 정식 휴가였다. 센터장은 외부 심사에 의해 대표로 선정됐고, 대가성 의혹 금전은 기부금이었다. 해당 기자는 사실 확인이나 반론 취재를 하지 않았다. 관할구청인 마포구는 보도 뒤 감사에 들어가 센터 쪽이 곤란을 겪고 있다.
문화일보는 지난 3일 9면에 “회의비를 회식에 쓰고, 점심 지나 퇴근… 노동지원센터 방만운영”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는 “민주노총 출신이 다수 포함된 서울시 자치구 산하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이 근무 태만 문제와 함께 운영 및 사업비로 책정된 예산을 ‘야금야금’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관리 부실 지적이 나와 해당 자치구도 감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센터 직원들이 회의비와 식비‧다과비를 회식비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센터 직원들이 1인당 8000원으로 책정된 회의비를 회식비로 사용하는 등 부실회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자 최고 30만 원에 달하는 행사용 식비·다과비 역시 회식비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고 했다. 근거로는 “회의비는 센터에서 회의를 할 때 쓰는 목적의 비용”이라는 관계자 전언이 유일했다.
취재 결과 센터 규정상 회의비를 1인당 8000원으로 책정한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규정은 같은 금액을 식비로 책정하고 있다. ‘2020년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운영안내’를 보면 시는 센터가 외부자 참여 회의나 행사를 열 때에 1인당 8000원의 식비나 2000원의 다과비를 쓰도록 명시했다.
문화일보가 유용금이라고 주장한 식비·다과비 30만원도 같은 규정에 맞춰 사용됐다. 센터는 지난달 23~24일 마포구 내 아파트 경비노동자 30명을 대상으로 교육 모임을 진행한 뒤 점심 식비로 1인당 8000원을 사용했다. 센터 측은 “갑질에 시달리고 최근 자살 사건까지 난 경비노동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한 뒤 “규정대로 참석자 명단까지 남겼다. 이를 직원 회식비로 유용했다는 주장은 악의적”이라고 했다.
문화일보는 해당 센터장이 태만 근무를 하고 이른바 ‘대가성 취업’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모두 사실과 달랐다. 기사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센터장 B씨는 지난 4월 등산모임을 이유로 오후 2시에 퇴근하는 한편 지난달 5일에도 오전 11시30분에 출근해 오후 1시30분에 퇴근하는 등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센터가 밝힌 휴가신청 내역을 보면 당사자 김태현 센터장은 2월 센터 출범 이래 4월에 0.25일, 6월에 반일 2차례 휴가를 냈다.
기사는 이어 “B씨는 수탁기관인 한 진보 시민단체 대표로부터 센터장 자리를 추천받은 대신 자신의 월급 중 100만원을 매달 전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김 센터장이 마포구 ‘민중의집’에 100만원씩 후원해온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실상 운영 안내와 구청 측에 따르면 수탁기관 ‘민중의집’과 센터장은 외부위원을 포함한 시 선정심의위원회에서 경쟁 공모로 뽑혔다. 위원회는 공모 단체를 심사하며 활동 내역과 함께 단체가 내정한 센터장 면면을 살핀다.
김 센터장은 “30여년 노동조합 활동하고 1995년부터 마포구에 살았다. 적법하게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그와 무관하게 운영 어려움을 겪는 민중의 집에 자발로 회비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센터가 출장할 일이 없는데도 여비를 이유로 운영비를 감액하는 반면, 정책 개발이나 조사연구 등 사업비는 1800만원 줄였다는 ‘전언’도 보도했는데, 사실과 달랐다. 센터가 구와 시에 제출해 승인받은 ‘사업예산과 변경세부대비표’를 보면, 사업비는 1800만원이 아닌 180만원 감액됐다. 이 중 정책연구 사업비에 해당되는 금액은 20만원(대관비)에 그쳤다.
한편 증액된 180만원 중 여비(교통비) 명목은 100만원이다. 센터 측은 “달로 치면 10만원도 안 되는 액수다. 센터가 올해 첫 출범하면서 실수로 넣지 않은 항목을 구청과 협의해 넣고 시 승인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온 뒤 지난 6일부터 구청 감사까지 받게 됐다. 김태현 센터장은 “기자가 보도 직전인 3일 오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화했다. ‘감사에 들어갔냐’고만 물어 아직 아니라고 답했다. 반론의 여지는 없었다”며 “보도가 나간 이튿날인 4일 구청에서 갑자기 6일부터 감사를 진행한다고 전화가 왔다”고 했다.
센터를 감사 중인 구청 관계자는 “본래 규정상 감사를 하도록 돼 있어 할 예정이었는데, 문화일보에서 취재해 오면서 착수 일을 앞당기게 됐다”고 했다. 언론 보도를 보고 감사에 착수할 시 기준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언론 보도나 민원, 투서가 있을 시 특별 지도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기사 내용 중 한 가지도 맞는 것이 없었다. 사실 확인이나 반론 문의도 없이 근거 없이 매도하는 보도 탓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센터 측은 문화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와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해당 기사를 쓴 문화일보 기자는 취재 과정이나 보도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의혹이 사실인지 당사자나 구청, 자료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시인하면서도 “감사 사실을 확인했다면 확인할 부분은 모두 했다고 본다”고 했다. 의혹이 사실인지 취재하지 않은 이유에는 “센터 측이 감사에 앞서 내용을 알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했다. 문화일보의 의혹 제기는 감사에 3일 앞서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