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하면서 1등을 해야할 팀도 있나요?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7월3일 종편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어요. 의혹을 말하려면 객관적 근거가 필수겠죠? 하지만 종편이 내세운 근거라고는 추 장관 아들과 함께 군복무를 했다는 병사의 SNS 대화내용과 인터뷰뿐이었어요.
한편 6월26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에 대해 얘기하던 중 출연자가 고인의 전 소속인 경주시청 팀은 “패 가면서 1등을 해야 할 팀도 아니다”며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어요.
1. 추미애 장관 아들 특혜 의혹, 근거 없이 심증 더한 TV조선
‘아직 확실하지 않다’ 혹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TV조선 <신통방통>에 자주 등장하는 발언이에요. 주로 의혹을 제기한 뒤에 덧붙이는 말이죠.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관련 의혹을 다루면서 이런 발언을 꺼내들었어요.
TV조선 <신통방통>(7월3일)에서는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근무한 추 장관 아들이 복무기간 중 특혜를 받아 휴가를 연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어요. 추 장관 아들과 함께 근무한 당직사병 SNS 대화내용을 보여주면서 말이에요. 진행자 윤태윤 씨는 “추정이고 유추고 아직 확실히 드러난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그런 내용들이 지금 이슈가 되고 있고 지금 토론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어요. 이처럼 윤태윤 씨는 ‘아직 확실한 게 없다’고 했지만, 곧이어 해당 당직사병이 “상급 부대장교의 지시로 (추 장관 아들의) 휴가 기간이 늘어났다고 주장을 했다”며 인터뷰 영상까지 보여줬죠.
<신통방통>은 ‘진위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일’이라고 하면서도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에 심증을 더하는 방송을 이어갔어요. 출연자들도 의혹 제기에만 입을 모았죠. 의혹이 ‘확실치 않다’고 하면서도 이미 의혹의 답을 정해놓은 듯이 방송하고 있는 거예요.
지난 1월3일 자유한국당이 추 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1월30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에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의혹 제기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추측성 보도로 의혹을 확대재생산하기보다 수사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 TV조선 <신통방통>(7월3일) https://muz.so/acmB
2. MBN 출연자 “패 가면서 1등을 해야 할 팀도 아닌데…”
6월26일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참고로 트라이애슬론은 ‘철인 3종 경기’의 정식 명칭인데요. 고 최숙현 선수는 전 소속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과 팀닥터, 선배 등에게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여요. 고 최숙현 선수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을 비롯해 검찰, 경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철인3종경기협회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생을 마감하기 전날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진행한 곳은 한 곳도 없었죠.
MBN <뉴스와이드>(7월3일)에서는 고 최숙현 선수의 소식을 전했어요. 출연자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은 경주시청 팀에서 일어난 폭행과 가혹행위 원인을 분석하면서 감독과 팀닥터가 ‘폭행의 동반자’였다고 비판했어요. 그러더니 “경주시청 팀이라는 것은 공공기관인데 그렇게 선수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라 “그렇게 패 가면서 굳이 1등을 해야 할 팀도 아닌데”라는 터무니없는 발언을 내놨어요.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숱한 폭력을 ‘관행’이라며 용인해온 게 사실이에요. 폭력을 용납하는 ‘성적지상주의’ 때문이었죠. “패 가면서 굳이 1등을 해야 할 팀도 아닌데”라는 최 씨 발언에는 ‘1등을 위해서라면 폭행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숨어 있어요. 최경철 씨, 세상에 ‘패 가면서 1등을 해야 할 팀’도 있나요?
→ MBN <뉴스와이드>(7월3일) https://muz.so/acmA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3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