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질 가볍지 않아 손석희 상대 공갈미수 혐의 김웅 징역형
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 대한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에게 법원이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이날 바로 법정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박용근 판사) 재판부는 8일 선고 공판에서 “풍문으로 알게 된 주차장 사건으로 피해자(손석희)를 협박해 취업이라는 재산상 이익을 받고자 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다. 피고인(김웅)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사실관계 확인 없이 언론에 각종 내용을 제보해 피해자에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반성하고 있지 않다. 피해자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동승자 등 사실확인 안 된 것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손석희 사장의 과거 차량 접촉사고를 기사화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손 사장의) 폭행 사건을 형사 사건화할 듯한 태도를 보여, 채용과 금품을 요구했으나 손 사장이 불응하여 미수에 그쳤다”고 밝히며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이날 김웅씨 측 변호인은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협박하려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의도와 다르게 (발언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주장했며 “(공갈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미수에 그쳐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과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폭행당한 피해가 있음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기자로서 명예롭게 사는 게 제 삶의 목표였다. 한 번도 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 판결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4월 발생한 주차장 관련 추문을 듣게 되었고, 사실확인 없이 2018년 8월26일 손 사장에게 연락해 “주차장 사건을 기사화하면 안 되는 이유를 한 개만 알려달라”고 했다. 손 사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이후에는 “기사화하지 않겠다. 다만 합리적 의심은 지울 수 없다”고 한 뒤 아내의 JTBC 채용 부탁 말을 손 사장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주차장 사건을 극도로 신경 쓰는 손 사장에게 “저는 지금이라도 제목 뽑고 10분 만에 쓸 수 있다”고 했다.
손 사장이 거듭 “인사 운영상 임원 외에는 반드시 공채를 거쳐야 한다”며 채용이 어렵다고 하자 김씨는 “상황을 끝내겠다”는 식의 입장을 전하며 언론에 제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2019년 1월 한 주점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김씨는 일시불로 2억4000만원을 24시간 내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손 사장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1월 말부터 소위 ‘뺑소니’ ‘동승자’ ‘폭행’ ‘배임’ 등의 키워드로 셀 수 없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해악 고지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했다. (김씨는) 피해자에게 채용절차를 묻고, 지속적으로 (주차장 사건이 갖는) 기삿거리로서의 가치, 보도가 이뤄질 경우 예상되는 피해 등을 언급했다”며 “여러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공갈의 고의가 인정된다. 피해자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었고 ‘뉴스룸’ 주요 진행자로 JTBC 신뢰도의 척도가 되는 인물이었다. 주차장 사건이나 폭행 사건이 보도될 경우 피해자의 명예에 큰 흠이 갈 것이 명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김씨가) 전치 3주 피해를 입었다며 과장되게 진술했고 이를 협박의 내용으로 삼았다”며 “2억4000만원은 단순 폭행 사건 합의금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자에게 JTBC 인력 채용과 관련한 지위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김씨가 이를 알고 접근했다고 판단했다. 김씨측은 “2억4000만원을 요구한 건 사실이지만, 현실성 없는 것이었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사는 선고 직전 김씨를 향해 “각종 자료를 보면서 피고인이 상당히 글을 잘 쓰고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굳은 얼굴로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상반기 언론은 김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배임 의혹·동승자 의혹·뺑소니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법정은 김씨를 공갈미수범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언론 보도에 대한 비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