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가족종사자, 여성배우자도 고용안전망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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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가족종사자, 여성배우자도 고용안전망 보호해야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민고용보험제를 공약으로 내건 진보당(당시 민중당)을 지지하는 연설로 화제가 됐다. 이 대표와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청년진보당 대표)가 최근 전국민고용보험을 왜 해야 하는지, 누굴 보장하기 위한 방안인지 소개한 책을 펴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진보당사에서 송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단지 특수고용종사자(특고), 자영업자를 고용보험 틀에 포섭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들이 보통 가족의 무급노동으로 지탱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무급가족종사자’에게도 고용보험을 가입하게 한다는 아이디어, 비자발적 실업에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 자발적 실업(이직)에도 급여를 지급해 노동자가 주체가 된 노동유연화 방안 등을 고민했다. 송 대표와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진보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진보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고용보험 확대, 전국민고용보험제가 그동안 진보진영 내에서도 시급하지 않은 문제로 취급됐다고 본다. 동의하나,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순위가 밀렸던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초단시간노동, 특고, 플랫폼노동, 4인이하 사업장에서 노동을 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노조에서도 조직된 노동을 기본으로 하는 게 우선이다. 진보정당에선 노조조차 갖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고용보험법 개정 용역보고서를 만들었고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용안전망이 부실하구나’라고 느꼈다. 주변에 적당히 월급받고 지내던 2030 세대도 강제로 무급휴직 당하거나 잘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실업급여를 타기 어려워 깨닫게 된 것 같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에 보고서를 내놨고, 진보당(옛 민중당)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계기가 있나?

“특정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거나 노조를 만들지 못하는 분들이 배제된 문제를 고민하다 그런 사업장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고용형태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노동시장 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겠나. 

지난해 전국민고용보험과 함께 ‘공동사용자책임 도입 및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함께 내놨다. 노동법에 ‘사용자’와 ‘노동자’를 정의했는데 이 개념을 개정한 것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 하청업체 사장과 교섭을 해봤자 별 의미가 없지 않나. 그래서 (원청 사장을 포함해) 공동사용자 책임을 도입했고, 특고·프리랜서 등도 노동법상 노동자로 포함하는 내용이다.” 

▲ ▲ '바로 지금, 전국민고용보험이 필요하다'/ 이정희 송명숙 지음/ 민중의소리 펴냄

 

-최근 이정희 대표와 함께 ‘바로 지금, 전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서 강조할 부분을 소개해달라.

“일하는 모든 사람을 데려오는 게 첫째다. 정부에서 낸 안을 보면 ‘단계적 적용’을 만한다.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그 속도가 빠른데 하나하나 업종 지정하는 방식으로 가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태가 유지된다. 핵심은 일단 일하는 사람은 고용보험 틀 안으로 다 들어오는 것이다. 

프랑스는 자발적 이직에 대해 5년에 한번 실업급여 지급을 보장한다. 통계를 보니 정규직은 7년에 한번, 비정규직은 더 자주 이직한다. 자발적 실업, 비자발적 실업을 나눠서 비자발적 실업만 실업급여를 주는 게 의미가 있나. 재충전급여는 7년마다 재직하는 노동자에게 90일 휴직할 수 있도록 지급한다. 좋은 직장에는 안식년, 안식월이 있는데 어떤 직장에서는 성실하게 일해도 휴식을 누릴 수 없다. 휴식에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 

‘소득지원급여’는 실업상태는 아니지만 소득이 줄어들면 이를 보장한다. 코로나 등으로 고용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최저임금의 80% 상당액까지 소득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투잡, 쓰리잡이 늘기 때문에 ‘부분실업급여’도 지급해야 한다. 저소득 청년일수록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다. ‘청년 이직준비급여’는 횟수 제한 없이 보장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취업이 안 되는 상황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취업자들도 많다. 고용보험 확대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고용보험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고 한방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전국민고용보험을 말한 정부가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풀었다.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특고 등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은 그래서 서울시 같은 곳은 따로 지원금을 책정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안전망 틀이 마련되지 않으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써야 하는 등 이중삼중 부담이 된다. 정부가 한국형 국민취업지원제도라고 실업부조도 이제 막 시작했다. 미미하지만 긍정적이다. 

전국민고용보험 개정안을 설계하면서 첫 6개월은 보험료를 낸 걸로 인정하기로 했다. 바로 수급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연가입으로 하면서 저소득 노동자는 부담이 될 수 있고 회피할 수도 있다. 안전망으로 들어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지금은 실업상태라 급여를 받지만 취업을 하면 그들이 보험료를 납부한다.”

▲ 고용보험 사각지대 규모. 자료=▲ 고용보험 사각지대 규모. 자료='바로 지금, 전국민고용보험이 필요하다'

 

-현재 고용보험가입자는 1300만명 수준으로 전체 취업자 2700만명의 절반도 안 된다. 사각지대가 50% 넘는다. 현재 의무가입대상자조차 포섭이 안 됐는데 무분별하게 넓히는 것이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지난 25년간 사회보험 가입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사회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도 예산만 늘었지 가입률은 크게 늘지 않았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 해야하고 피보험단위기간 180일 이상 등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을 낮추고 실업급여 받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현재 자영업자 등은 고용보험에 임의가입 대상이다. 가입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가입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 등의 경우 당연가입을 해야한다는 게 OECD 권고사항, 국제기준이다. 폐업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니 고용보험에 들어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은 당연가입이다. 아무도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입률이 낮은 이유 중에는 사업자가 고용보험 신청을 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법 위반이다. 당연가입이 되면 두루누리 사업도 재정지원 근거가 오히려 명확해진다. 아까 말한 공동사용자 책임이나 특고 등을 노동자에 넣는 문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못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배우자 등 가족의 무급노동으로 지탱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무급가족종사자로 칭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보수를 받지 못해 현행법상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무급가족종사자도 고용보험 대상자로 하자는 주장이 신선했다. 다만 임의가입 대상에 넣었기 때문에 가입이 많을지 의문이다. 

“가입률보다는 상당수 여성 노동에 가치를 매기지 않았던 부분을 서류상으로 끌고 온다는데 의미가 있다. 간담회하면서 4050여성분들과 얘기해보면 ‘집에서 살림을 했는데 국민연금 가입도 안 되고 건강보험도 남편 직장으로 들어 서류에 자기는 남아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무급가족종사자 2009년이 최신통계인데 68.7%가 여성배우자였다. 그분들 노동의 가치를 고용안전망으로 가져오려는 것이다.

고용보험에는 모성보호 사업이라고 출산·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임의가입이지만 가입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자영업자의 경우 남편(사업주)이 내던 고용보험료를 아내가 가입한다고 추가로 내는 게 아니다. 사업장에서 내던 건 그대로 내니까 충분히 가입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안 관련 얘기를 해보자. 예술인이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됐다. 노동자성이라는 기준을 놓고 보면 이미 산재가입 대상인 특고 일부 직종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예술인이 먼저 고용보험에 포함돼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최근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 성명을 냈다. 일정소득 이상의 예술인만 고용보험 대상으로 하겠다는 예술인고용보험법 시행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의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인원이 많지 않다. 정부에서 용역을 맡긴 공연들이 최근 코로나로 취소되니까 긴급하게 책임질 필요가 있으니까 먼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고도 들어가야 하는데 예술인에 비하면 인원이 많다.

성명을 봤는데 정확하게 잘 지적했더라. 50만원 이상 소득이 있어야만 실업급여를 지급한다고 했는데 예술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니 정책설계가 어려운 거다. 고용보험의 취지를 살리려면 예술인 전체 소득을 파악하고 소득대비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추후 자영업자에게도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고용보험기금이 고갈위기라는 비판도 있다. 재원마련은 어떻게 하나?

“고용보험은 자동안정화장치(정부지출이나 세율을 조정하지 않아도 경기침체나 호황 때 자동으로 재정지출과 조세수입이 변해 침체나 호황의 정도를 완화하는 것)로 설계됐다. 흑자일 때도 있고 적자일 때도 있다. 기금고갈 이야기만 하는 건 자동안정화장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지난 국회 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술인 특고를 고용보험에 확대하는 안을 냈을 때 재정추계한 자료를 보면 적자가 아니다. 가입자가 늘어나서 그렇다. ”

▲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진보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진보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전국민고용보험 vs 기본소득,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입장은?

“허구적 대립구도다. 전국민고용보험을 해야 기본소득 실효성이 커진다고 본다. 사회안전망이 없으면 기본소득으로 그만큼의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월 소득 20만원인 사람에게 기본소득 20만원을 주는 것과 월 소득 100만원인 사람에게 기본소득 20만원은 다른 원리다. 후자의 실효성이 더 높다.”

-무급가족종사자를 고용보험 틀 안에 넣는 방안은 ‘그림자노동(돌봄노동 등 노동시장에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일)’을 보상하는 효과도 있다. 임의가입인 고용보험보다는 기본소득이 더 확실하게 보상하는 것 아닐까?

“기본소득은 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준다. 정규직 노동자처럼 확실하게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사람도 기본소득을 받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집에서 돌봄노동을 한 여성에게 기본소득을 준다고 그 노동에 가치를 준 건 아니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고 일자리가 없어질 거란 우려도 기본소득의 필요성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렇다고 임금노동이 없어질까? 임금노동에서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해지고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다. 따라서 치료법은 격차를 줄이는 거다. 물론 보편적 복지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다루는 게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논쟁이지만 이는 노동시장의 문제와 해법 차원에서 볼 때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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