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줄줄이 비상경영… 10년 내 유보금 고갈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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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MBC 줄줄이 비상경영… 10년 내 유보금 고갈위기

지역MBC 노사가 줄줄이 비상경영 논의에 들어갔다. 자금 고갈을 내다보는 MBC충북에 이어 제주MBC, 광주MBC 등 대다수 지역사가 한시적 급여 제한·삭감과 프로그램 축소를 결정했거나 논의 중이다. 방송산업 위기 속에 이렇다 할 경영전략을 내놓지 못해 적자폭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급전직하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각 지역MBC지부 등에 따르면 대다수 지역사 노사가 비상경영안 논의를 진행하고 프로그램 축소와 임금 반납, 휴직 등을 시행하거나 논의 중이다. 정부 고용유지지원기금을 활용해 휴직‧휴업 체제에 들어갔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각사 사업계획을 종합하면 지역MBC는 적자 폭이 커져 평균 9.4년 내 사내유보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시급한 곳은 2년 반~3년 앞으로 다가왔다.

MBC충북은 노사 합의 아래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기본급과 상여를 포함한 임금을 21% 삭감했다. 지난달 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했고, 이달부터 직고용 정규직·비정규직 직원이 1인당 5일 정도 휴업한다. 휴업 체제에서 업무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해 프로그램도 축소한다. 주말 TV뉴스와 라디오프로그램을 제작을 중단해 서울 것을 받고 있다. MBC충북은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말 기준 94억원 정도다. 지금 추이가 이어진다면 2년 뒤 고갈을 전망하고 있다.

▲MBC충북 청주방송국 전경.▲MBC충북 청주방송국 전경.

제주MBC는 노사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논의를 진행했지만 현재 타결에 이르지 못했고, 비용 절감안을 놓고 실무협상 중이다. 제주MBC는 사내유보금이 57억원 정도로 지역사 중 가장 적은 축에 속해 3년 내 자금 고갈이 예상된다. 광주MBC는 지난해 말 261억원이던 보유자금이 1년 새 절반 이상 줄 것으로 보인다. 퇴직 전 2년 의무안식 사내 제도를 이용해 정부 기금을 지원받는다. 급여 제한과 프로그램 축소, 기구 통폐합을 비롯한 조직개편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안동MBC는 직원들이 특별상여금을 100% 반납하고 노조가 적극 움직여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차근로제에 돌입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울산MBC도 20명 안팎 직원을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한 휴직을 시행한다. 태양광 사업 등으로 비교적 상황이 나은 목포MBC도 방어 체제에 들어갔다. 7월부터 토요일 뉴스를 없애고 2018년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직원 37명이 돌아가며 한 달씩 휴직 중이다.

대다수 지역사들이 프로그램 축소와 인력 감축을 전제로 한 휴업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근본 경영비상을 맞닥뜨린 셈이다. 전국언론노조 지역MBC 지부 다수는 경영 위기가 근본적인 방송산업 하락세와 광고수지 악화에서 비롯하기에 고통분담이 불가피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사와 본사의 경영전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부들에 따르면 서울 MBC본사는 콘텐츠 판매를 비롯해 다양한 부대 사업을 운영하지만 지역사는 그러지 못해 적자 폭이 더 심했다. 별수 없이 인력 감축 등 고정비용을 축소해왔다. 이런 가운데 서울MBC 사장이 지역사 사장을 임명하는 등 지역사 경영 책임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스템 탓에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제주MBC 전경.▲제주MBC 전경.

김기호 언론노조 제주MBC지부장은 “대부분 지역사가 비상경영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10년 안팎에 걸쳐 구조조정이 진행돼온 상황이다. 고통 분담을 논의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경영전략의 부재를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배경탁 안동MBC지부장도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경영전략 없이 노조에 일방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MBC본사도 사장 임명권을 가진 대주주로서 수수방관해선 안 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선윤식 광주MBC지부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정부 광고를 위탁 수행하면서 수수료를 10% 떼 가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이 매출 기준으로 잡혀 적자임에도 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정책과 입법을 논하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일 박성제 MBC 사장의 경영전략 발표를 며칠 앞두고 MBC 지역사와 본사 경영진에게 위기 타개책 마련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영방송 정체성과 공적 재원엔 긴 시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반면, 지역MBC 생존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지역사 사장들은 지난 2년간 무엇을 했나. 대안 없이 깎으라는 요구만 했다”고 비판했다. 본사에도 “지역은 지역이 알아서 하라는 방관자적 태도는 사장을 임명하고 이사회를 통해 중대한 경영상 결정을 좌우하는 본사가 취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대주주에 걸맞은 책임을 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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