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따져봐야 할 채널A 이동재의 조선일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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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따져봐야 할 채널A 이동재의 조선일보 인터뷰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논란으로 최근 해고된 전직 채널A 기자 이동재씨가 2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논란 이후 첫 언론 인터뷰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특검 도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조만간 구속기소 방침의 고강도 검찰수사가 시작될 것을 예상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동재씨는 조선일보에 “‘신라젠 여야 로비 자료’가 있다는 ‘제보자X’ 지모씨 말에 끌려 들어가 그의 이름을 확인도 못 한 채 무리한 취재를 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으며 “지모씨는 ‘이철이 아니면 이건 절대 모르는 내용’이라는 등 취재를 유도했다. 거대 방송사(MBC)를 이용해 몰카를 찍었다. 협박받은 사람의 태도인가”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함정취재에 당한 피해자’로 위치시키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다. 조선일보도 이 대목을 강조했다. 

그는 “MBC 보도 이후 우리도 팀을 짜고 콘티를 만들고 반박 보도를 상당히 준비해 놨는데 하나도 못 나갔다. 회사로부터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며 채널A 경영진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의 ‘고립’을 강조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씨는 “나는 6년차 기자다.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는) 내가 검찰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 안 했을 거다”라고 밝혔으며 한동훈 검사장과 관계에 대해서도 “난 6년차 기자다. 친해봤자 얼마나 친하겠나”라며 자신이 별 것 아닌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4월 초반 일본 연수를 가기로 돼 있었는데 그 전에 한 건 하고 싶었고 성과를 내려다 말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번 사건이 확대됐다는 주장을 위한 발언이다.

지난 2월13일 한동훈 검사장(당시 부산고검 차장)을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을 검찰이 공모의 근거로 보고 있는 대목에 대해서는 “내가 ‘유시민 의혹 있지 않으냐’고 했더니 ‘난 유시민 관심 없다’고 했다. 반복해서 물어봐도 마찬가지 답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논란이 여권 정치인을 흔들어 총선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없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2월13일 대화 녹취록 전부를 들어야 최종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디자인=안혜나 기자.▲디자인=안혜나 기자.

 

조선일보 인터뷰가 드러낸 이동재 주장의 ‘허술함’

이씨는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논리적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채널A 자체조사에서 처음에는 녹취 속 검찰 고위관계자를 ‘한동훈’이라고 했다가 번복한 이유에 대해 “거기서 내가 한동훈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왜 한동훈을 팔고 다니느냐’고 할까봐 그랬다”며 “당시만 해도 MBC가 3월31일 보도를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고 사안이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다. 점점 사태가 커지기에 사실대로 그 음성은 한 검사장이 아니라고 다시 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월22일 일요일 밤 MBC 취재가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된 후, 23일 새벽 0시25분 회사로 나와 휴게실에서 오전 5시까지 ‘반박 아이디어’란 이름의 문건까지 작성하며 지씨에게 들려줬던 녹음파일을 비슷한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재녹음하자는 제안까지 했던 이동재씨가 일이 커질 줄 몰라서 처음에는 한동훈이라고 말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3월10일 백승우 기자와 통화에서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말한 대목에 대해 이씨는 “어떤 검사가 ‘나를 팔아’ 그런 말을 하겠나.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하려고 내가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다”라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그러나 채널A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등장하는 3월10일 통화의 한 대목을 보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욕설)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한동훈 검사장으로 추정)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 거야.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 거기다가 녹음 얘기는 못하겠더라. 그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되게 자기가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해.”

 

“후배의 취재 의욕”을 위해 검사장과 대화까지 거짓말? 

선배에게 취재 상황을 보고하는 것도 아니고 후배와 정보를 공유하는 맥락의 대화 과정에서 후배의 취재 의욕을 위해 저런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10일 뒤인 3월20일 이씨와 백 기자의 통화내용을 보자. “내가 □□□한테는 아예 얘기를 해놨어. 어떻게 돼가요 ××게 묻는 거야. 그래서 ×××이 자꾸 검찰하고 다리 놔달라고 한다고, 딜 칠라고. 그랬더니 그래 그러면 내가 놔 줄게 그러는 거야 갑자기. … ×× 지도 이게 자기 동아줄이야. □□□도 내가 보니깐. ○○(지역명)에서 자기를 다시 ○○으로 끌고 올.” 이동재씨는 이 같은 이야기까지 모두 후배의 ‘취재 의욕’을 높여주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디자인=안혜나 기자.▲디자인=안혜나 기자.

문제의 검찰 관계자 녹취록에 대해 이씨는 “3월13일 녹취록은 100% 내가 창작한 것이다. 3월22일 녹취록은 디테일을 살려야겠다 싶어서 실제 통화 녹음을 푼 것처럼, ‘02:40~03:14’ 이런 식으로 시간 표시를 넣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3월22일 녹음파일의 경우 “7초 정도 들려줬는데 한 검사장이 아닌 다른 법조계 취재원과의 대화를 녹음한 걸 들려줬다. 정말 믿게 만들려면 (한 검사장과의) 부산 녹취 음성을 쓰지 뭐하러 대역을 썼겠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부산 녹취 음성은 이동재 전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게 아니라 후배 백승우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나왔다. 이 기자가 부산 녹취 음성을 쓰지 않은 이유는 쓸 수 있는 음성이 또 있었기 때문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각종 증거가 담긴 휴대전화·노트북 초기화에 대해서는 “수천 명의 취재원 정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취재원들이 피해를 입을 상황이 명백해 보여 취재원 보호를 위해 기자라면 당연히 지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따로 보관해놓지 않고 함께 지워버렸다는 것은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씨는 앞선 진상조사보고서에선 “누구도 (녹음파일을) 들어보자고 한 사람이 일주일(3월23일~3월31일)동안 없었다”며 다소 황당한 삭제 이유를 밝혔다. 

취재결과물을 위해 직속 후배에게 거짓말을 하고 취재원에게 거짓 녹취록을 보여주고 거짓 음성파일을 들려줬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거짓 보고를 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이동재씨가 이번 인터뷰에서 100% 진실을 털어놨을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동재씨의 이번 조선일보 인터뷰가 오히려 윗선의 개입 여부를 더욱 강하게 의심하게 만들며 채널A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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