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검찰 수사 자료에 경제지 1면 여론작업 정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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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검찰 수사 자료에 경제지 1면 여론작업 정황 있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이 우호적 합병 여론을 위해 1면 기사부터 인터뷰, 기고문까지 전방위 작업에 나섰다는 내용이 검찰 수사에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검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반대 입장을 밝히자 ‘합병이 국익’이라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이 2015년 6월28일 한국경제신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기사 초안을 수정해줬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실제로 2015년 6월29일 한국경제신문은 1면 톱기사로 “삼성그룹이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고 보도하며 업계 관계자 말을 빌려 “시가총액은 최소 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신문은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합병을 준비 중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손자회사”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하면 통합 삼성물산의 회사 가치도 크게 오를 것”이라 보도하며 “합병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하면 통합 삼성물산의 회사 가치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90.3%를 갖고 있었다.

▲2015년 6월29일자 한국경제 1면.▲2015년 6월29일자 한국경제 1면.

이같은 검찰 수사내용과 관련해 해당 기사를 작성한 정영효 현 한국경제 도쿄 특파원은 미디어오늘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기사는 6개월 간 한사코 보안을 유지하려는 삼성그룹 취재원을 어렵게 뚫어가며 확인한 단독 기사였다”며 “삼성에서 미리 알려주고 기사 초안을 수정해줬다는 식의 주장은 나의 취재노력과 IB담당 기자로서 쌓은 프라이드를 뭉게는 것”이라며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왕익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의혹과 긴밀하게 연관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도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8년 5월부터 벌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조직적 증거인멸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동아일보 인터뷰, 매일경제 기고문도 ‘삼성 작품’ 

저명인사를 동원한 청탁 인터뷰와 기고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장충기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2015년 6월 삼성 출신의 황영기 당시 한국금융투자협회장에게 부탁해 그해 6월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가 이뤄졌다. 황영기 회장은 인터뷰에서 “외국의 헤지펀드가 한국 자본시장에 와서 분탕질 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되는 것은 ‘항복’으로, 전 세계 벌처펀드가 한국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7월12일자 매일경제에 실린 ‘우울한 경제, 삼성마저 흔들리나’라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기고문도 2015년 7월 장충기 사장이 박재완 전 장관에게 부탁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적극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6월23일 동아일보에 실린 “헤지펀드,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때 경영권 빈틈 노려”란 제목의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도 삼성이 청탁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2015년 7월12일자 매일경제 기고문.▲2015년 7월12일자 매일경제 기고문.
▲삼성. ⓒ연합뉴스▲삼성. ⓒ연합뉴스

검찰은 장충기 사장이 주요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논설위원, 언론사 산업부 간부들, 삼성 출입 기자들과 만남을 통해 엘리엇 관련 보도 참고자료를 제공하며 합병 찬성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아젠다를 설정해주고 이를 기사화하도록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미래전략실은 와인과 공연 티켓 등 선물을 언론인들에게 제공하는가 하면 식사 대접, 골프 모임 등 언론사 간부들이 나오는 사모임을 통해 관리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된 ‘장충기 문자’에 따르면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는 곳곳에서 드러난 바 있다. 또한 당시 삼성물산 경영진을 주축으로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를 앞둔 7월13일부터 7월16일까지 4일간 ‘합병 찬성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소액주주에게 의결권 위임을 부탁하는 내용의 대규모 광고가 집행됐다. 256개 신문사와 14개 방송사,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광고비 36억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합병 찬성은 ‘국익’이 아닌 ‘이재용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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