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공무원이 꼽은 부정확한 코로나 보도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주최한 ‘감염병 위기와 인포데믹스: 실태 및 대안논의’ 웹포지움(webposium)에서 ‘인포데믹스’가 방역에 훼방 놓은 보도 사례들이 지적됐다. 인포데믹스(Infodemics)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로 부정확한 정보가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인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통협력과장은 코로나19 관련 인포데믹 사례를 하나하나 짚어냈다. 신 과장은 △지난 3월 초 대구 지역에서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그만뒀다는 보도 △마스크 공급 문제를 다루면서 우왕좌왕했던 보도 △중국 눈치를 보다가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지 못해 방역에 실패했다는 보도 △총선이 다가오자 코로나 검사를 축소했다는 보도 등이 특히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인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집단 사직했다는 보도에 대해 신 과장은 “퇴직 예정이었던 간호사들이 오히려 후임이 올 때까지 연장한 사례도 있었으며 지난 3월2일 당시 투입 준비 중이었던 간호사가 590명, 간호조무사는 273명, 이와 별도로 간호사협회에서 모집한 인원이 500여 명이어서 문제가 없던 상황”이라며 “이런 보도는 코로나19 방어를 위해 최일선에서 싸우는 분들을 깎아내리는 보도였다. 이런 보도를 해야 했는지 아쉽다”고 전했다.
마스크 공급에 관한 ‘우왕좌왕 보도’ 사례에 대해 신 과장은 “한 신문은 공적 마스크 제도를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는데 같은 날 동일 언론은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한 대만에 대해) ‘마스크 대란 대만은 어떻게 해결했나, 모범사례로 떠올라’라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며 “언론의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신 과장은 지난 2월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 소식 후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 개를 보냈다’는 기사 등에 대해 “중국 유학생 모임의 자발적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눈치를 보다가 한국이 세계 호구됐다’는 보도에 대해 신 과장은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 많은 나라보다 한국이 바이러스 발생률, 사망률이 낮게 관리됐고 입국 금지 대상 대부분은 우리나라 국민이거나 재외동포였다”며 “한국 언론이 이렇게 비판할 동안 주요 외신은 한국 방역을 칭찬했다”고 말했다.
4·15 총선이 다가오자 ‘코로나 검사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 신 과장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의사가 속한 병원에서도 ‘예정대로 다 검사한다’고 말했는데도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나왔다”며 “의협은 지난 4월2일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검사를 거부한 사례를 수집해 입장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발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이런 인포데믹은 방역 훼방꾼”이라며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허위정보는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정확한 보도로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8년간 한겨레신문에서 의학전문기자로 일했던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언론이 비록 코로나19 국면 초기 각종 오보나 부정확한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지만 뉴스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예로 △경향신문이 40년 만에 지면에 실은 5·18 보도 정정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 코너 신설 △한겨레의 ‘윤석열 접대 진술 덮었다’ 관련 기사 사과 사례 등을 꼽았다. 또 감염병 보도에 관해서도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4월 ‘감염병 보도 준칙’을 만들며 언론 신뢰도를 제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