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오 대주주 회사는 왜 영어유치원에 20억 빌려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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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오 대주주 회사는 왜 영어유치원에 20억 빌려줬을까

TV조선이 방정오 전 대표가 대주주인 드라마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에 드라마 제작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하이그라운드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 전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으로 2017년 5월 TV조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가 이듬해 11월 운전기사에 대한 자녀의 갑질 논란으로 사임했다. 대표직에서 내려왔을 뿐 현재도 TV조선 사내 이사다.

지난 4월 공시된 하이그라운드 감사보고서를 보면, 하이그라운드는 지난 2018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프리미엄 영어 유치원 ‘컵스빌리지’에 19억원을 빌려(대여)줬다. 이 가운데 15억원은 대손충당금이다.

대손충당금은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현재는 돈을 떼인 것으로 결정하고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계정이다. 자금을 빌려주고도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컵스빌리지에 대한 대여금은 전년(2018년)에 비해 8800만원 증가한 19억8800만원. 미지급 이자로 추정되는 8800만원이 증가된 ‘19억8800만원’ 전액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됐다. 하이그라운드가 컵스빌리지에 빌려준 자금 전액을 회수불능 채권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이그라운드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17억원과 18억원의 적자를 봤다. 경영이 녹록지 못한 상황에서 거액의 대여금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하이그라운드와 컵스빌리지의 ‘매개’는 방 전 대표다. 방 전 대표는 하이그라운드 지분 35.3%를 갖고 있는 대주주이자 2017년 11월까지 컵스빌리지 대표로 활동했다. 하이그라운드의 나머지 주주는 브릴리언트 고지 리미티드(35.3%), GTI Management(19.53%), ACCEL Technology Holdings Limited(9.88%) 등으로 외국계 자본으로 보인다.

▲ 방정오 TV조선 사내이사. ⓒTV조선▲ 방정오 TV조선 사내이사. ⓒTV조선

방 전 대표가 지분 4.91%를 갖고 있는 디지틀조선일보는 2014년 1억9000만원을 컵스빌리지에 투자(지분율 15.83%)했다. 방 전 대표 자녀도 이 유치원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를 보면 현재 컵스빌리지 대표이사는 2015년 10월부터 미국인 ‘변스탠리성진’씨다.

방 전 대표가 컵스빌리지 지분을 갖고 있는지, 갖고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은 되지 않는다. 다만 2014년 개원한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소재의 컵스빌리지는 지난 2018년 여름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명시적으로 아직 회계 문제가 드러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대손충당금은 못 받을 거라 예상된 금액일 뿐 확정 금액은 아니다. 추후 빌려준 돈이 환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합리적 판단으로 대여했으나 이후 유치원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 충당금 설정을 했다면 회계상 오류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대여 시점에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걸로 예상했는데도 대여했다면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계사는 “회계·세무 문제가 아니더라도 업무 관련성 없는 회사에 거금을 대여하고 대손 설정하면 대표나 최대주주가 돈을 빼돌린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공인회계사)도 23일 “회계상이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이그라운드가 컵스빌리지에 19억원을 빌려주고 2년이 지나지 않아 빌려준 돈을 전부 못 받겠다고 밝힌 것인데, 그것이 정상적 경영 판단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주주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에 나머지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방정오 대표를 제외한 주주들은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대주주가 자금조달 창구처럼 하이그라운드를 활용해 하이그라운드와 업무상 연관 없는 회사(컵스빌리지)에 자금을 전용하거나 유용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컵스빌리지와 방 전 대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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