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장관 사의로 끝? 청와대 책임론은 없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사의(의원면직안)를 재가하면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겠다는 김 장관의 책임론을 수용했다. 사실상 책임을 물은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지금 이지경까지 이른 데엔 실무 부처인 통일부의 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실제로 북미관계든 남북관계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북정책을 주도한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정원 등이다.
김연철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는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김 장관이 말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은 가까이는 대북삐라 대량살포를 막지 못한 것, 이에 따른 북측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는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전직 통일부 장관 및 원로 오찬에서 대북전단을 막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하기도 했다.
길게 보면, 지난해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불발 이후 남북간에 실질적으로 이뤄진 일이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대북제재에 막혀 남북협력사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남북간 사업의 경우 미국측과 협의하느라 실기하거나 없던 일이 된 사례도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언제 시작할지 요원한 과제가 됐다.
문제는 이 모든 책임을 통일부의 장관 한 사람에 묻는 것으로 종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남북관계를 주도한 것은 청와대 외교안보리인인 국가안보실이다.
남북관계를 오래 취재해온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부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와 안보실 책임론을 언급했다. 전단살포의 경우 1차적으로 통일부 책임이지만, 이를 막는 총괄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청와대 안보실이라는 설명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문제를 삼은 대미사대주의와 관련해 장 부장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북한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타미플루 지원사업을 들었다. 장 부장에 따르면 남북이 독감약인 타미플루 지원에 합의하고도 타미플루를 북한에 줘도 되는지 미국의 승락을 받는데 두어달 걸렸을 뿐 아니라 유엔사가 타미플루를 싣고 갔다가 남쪽으로 돌아올 화물차량의 제재면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두어달 지나 결국 봄이 왔다. 더이상 독감약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된 과정을 두고 장 부장은 “안보실장(정의용)과 미국과 협상을 책임지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도훈), 안보실 2차장(긴현종) 모두 외교 공무원 출신으로 친미적”이라며 “미국이 하지 말라면 안한다”고 해석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두관 의원, 민홍철 의원, 홍익표 의원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쇄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부 장관의 사표만 수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책임을 물으려면 가장 책임이 큰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일정브리핑에서 이견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김연철 장관의 사의를 재가를 했다는 것은 책임을 추궁했다는 의미인데, 실질적인 남북관계를 주도한 것은 장관뿐만 아니라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도 있는 것 아니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톱다운이 아니라고 한 것은 미국의 실무 책임자들이 문제라는 뜻이고, 그 미국의 실무 책임자들을 상대하는 우리의 실무 책임자들도 책임이 있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볼 때 책임의 범위는 김연철 장관만이 아니라 청와대까지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김 장관 재가 사실 브리핑하면서 (강민석) 대변인이 비슷한 질문에 답을 했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면서도 “책임 추궁과 관련돼서 김연철 장관이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오늘 재가가 끝나신 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판단한다”며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