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여정에 몰상식한 행위 예의갖춰라
청와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문 대통령 비난 담화에 무례하고 몰상식한 행위라며 사리분별없는 언행을 감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본적 예의를 갖추라고도 했다.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 김여정 부부장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등이 더욱 거센 비난과 조롱을 담음 담화를 잇달아 발표한 데 따른 대응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17일자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문 ‘철면피한 감언리설을 듣자니 역스럽다’에서 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20주년 영상축사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발언을 일일이 문제삼으며 철면피, 궤변, 구걸질, 처신머리 역겹게 꼴불견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강하게 반박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 등이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남과 북이 직면한 난제들을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자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북측이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에서 이런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이는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북측은 또한 우리 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은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 수석은 이날 오전 8시30분~10시까지 NSC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했으며 북한의 대남 담화발표 관련내용을 분석해 우리측 대응방안을 논의한 결과 이렇게 자신이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는 국가안보실장, 외교부장관,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합참의장, 안보실 1~2차장이 참석했다고 했다.
특사 거절에 대한 언질이 있었는지를 묻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공개로 제의했는데, 공개한 자체가 말한대로 비상식적 행위”라며 “(다른 내용을) 특별히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어조가 강경한 것이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도 담겨있는 의미인지와 관련 이 고위관계자는 “매우 무례한 어조에 따른 것으로 6·15 공동선언 기념사 비난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이고, 종합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6·15 공동선인 20주년 기념사에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언급을 한 것의 실효성을 묻자 이 고위관계자는 “제 판단으로는 현 상황에서 판문점선언 비준은 약간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당과 협의했거나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라, 저의 판단은 그렇다”고 답했다.
특사파견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기 위한 구상이 뭔지와 관련, 이 고위관계자는 “계속 논의해봐야 한다”며 “어제부터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모든 것은 미래의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가정해서 하지 않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파악하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반박 이외에 우리가 강력히 대응할 것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 고위관계자는 “가능한 것이 있다 한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두고 이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판단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북한군이 개성과 금강산에 진수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군도 상응조치가 가능하느냐는 질의에 이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미래에 어떻게 한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한 질문에 답변은 할 수 없고,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편,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문에서 문 대통령이 2000년 6·15 공동선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넥타이를 빌려메고 연단에서서 축사한 것을 두고 “새삼 혐오감을 금할수 없다”고 “한마디로 맹물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것을 느꼈다”고 썼다.
대북전단과 관련 김 부부장은 “최고존엄인 우리 위원장동지를 감히 모독했으며 동시에 우리 전체 인민을 우롱하는 천하의 망동짓을 꺼리낌없이 자행하였다”며 “이것을 어떻게 ‘일부’의 소행으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로 매도하고 단순히 ‘무거운 마음’으로만 대할수 있단 말인가”라고 거듭 대북전단을 문제삼았다. 그는 “남조선당국자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도 없고 눈곱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며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남에게 넘기려는것은 비렬한들이나 하는짓”이라고 비난했다.
‘기대만큼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크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김 부부장은 “막연한 기대와 아쉬움이나 토로하는것이 소위 ‘국가원수’가 취할 자세와 립장인가”라며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과 관련해 김 부부장은 “남조선당국이 리행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 한 조항이라도 있단 말인가”라며 “한것이 있다면 주인구실은 하지 못하고 상전의 눈치나 보며 국제사회에 구걸질하러 다닌것이 전부인데 그것을 ‘끊임없는 노력’, ‘소통의 끈’으로 포장하는것은 여우도 낯을 붉힐 비렬하고 간특한 발상”이라고 썼다.
그는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