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김어준에게 대선 개표조작 의혹 물었다
MBC PD수첩이 16일 오후 본방송에서 2012년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검증해 주목된다. 이날 PD수첩은 ‘전격해부 개표조작설’이라는 제목으로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개표 조작 의혹을 파헤쳤다.
지난 4·15 총선에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한 민경욱 전 의원 주장을 따져보는 것이 이날 방송의 주된 목적이었으나 방송 후반부터는 2017년 김씨가 제작한 영화 ‘더 플랜’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더 플랜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에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영화다. 김씨가 주목했던 것은 ‘미분류표’다. 미분류표는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하지 못한 재확인 대상표를 말한다. 김씨는 영화에서 “기계가 사람이 판독해 낼 표를 너무 많이 미분류로 분류해낸다”고 주장했다.
더 플랜은 후보별로 분류표와 미분류표 비율이 같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미분류표 가운데 박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보다 1.5배(K값) 많은 양상이 전국 선거구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누군가 개표 분류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김씨 주장.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PD수첩 인터뷰에서 “미분류표가 나오는 것 자체는 찍을 때 실수한 것”이라며 “그건 지역별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일률적으로 같을 수 없다. 60대 지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미분류표 비율이 높다”고 반박했다. 즉, 고령 유권자들이 박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기 때문에 박 후보 쪽 미분류표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 플랜이 제기한 의혹은 문 대통령이 선출된 2017년 19대 대선에서 이미 논파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꺾은 2017년 19대 대선 미분류표의 경우 홍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보다 1.6배(K값) 많았다고 보도했다. 더 플랜에 따르면 19대 대선도 부정선거여야 했다.
최진성 더 플랜 감독은 PD수첩에 “김어준님이 다 취재한 걸 저한테 데이터 페이퍼로 주셨다. 김어준님이 다 이렇게, 제 아이디어는 솔직히 없어서.(…) (저는) 그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이 그래픽 CG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담당했다)”라고 했다.
김씨는 ‘영화 제작은 어떻게 했는지’를 묻는 PD수첩 질문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그때는 합리적 의혹 제기였다. 지금은 조건이 바뀐 게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저는 그 과정과 시스템을 이해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꼭 그 문제 제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겠지만, 지금 민경욱 전 의원이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네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문제 제기”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영화에서 제기한 ‘투표지 분류기 해킹을 통한 개표 조작’ 의혹에 “(선관위가) 초반에는 실제 네트워크 카드를 제거하지 않았다”며 “그런 지적이 있고 나중에 제거했다고 하고, 물론 지금은 제거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투표지 분류기 해킹을 통한 개표 조작은 민 전 의원도 주장하고 있는 의혹이다.
김씨는 ‘(영화 제작 시) 선관위를 다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변했지만 유훈옥 중앙선관위 선거2과장은 PD수첩에 “자료 요청 또는 취재 요청이 있었는데 선관위에서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더 플랜 영화 안에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더 플랜에 나와 김씨 주장에 힘을 실었던 김재광 아이오와주립대 통계학과 교수는 PD수첩에 “(영화 속 멘트가) 무리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부끄러운,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저 자신에게 떳떳한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연히 두 집단이 똑값은 비율(K값)의 관련성을 갖는 것은 번개를 두 번 맞을 확률 만큼 낮은 확률이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영화) 뒷부분에는 조작 가능성에 개연성이 높다는 식으로 영화 흐름을 유도한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은 저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더 플랜 제작진에게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다.
이윤동 서강대 통계학과 교수는 “더 플랜에서는 K값이 1이 안 나오고 1.5가 나와 문제가 됐다고 말하는 것이고, (민경욱 전 의원이 문제 제기한) 인천 연수을의 경우 왜 K값이 1이 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상식적 수준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자기 관점에서 사안을 보니까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김씨와 민 전 의원 주장은 음모론이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