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초유의 일 신문 논평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불참 속에 단독 선출했다. 아침신문들이 “시작부터 정국 경색”을 우려하며 법사위 제도 개선을 주문한 가운데 보수 신문은 여당 ‘독주’에 초점을 뒀다.
아래는 16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문 대통령 ‘남북 함께 돌파구 찾아 나설 때 됐다”
국민일보 “여,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강행…통합당 ‘의회 독재’”
동아일보 “거여, 법사위장 단독 선출…야 ‘폭거’”
서울신문 “여 힘으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세계일보 “거여, 6개 상임위장 강행 처리…협치 ‘올스톱’”
조선일보 “수퍼 여당 결국 법사위 가졌다”
중앙일보 “176석 완력,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한겨레 “여,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국회 파행’”
한국일보 “거여의 독주, 53년 만에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국회는 15일 본회의에서 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소속 의원 187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불참했다.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건 1967년 7대 국회 개원 당시 이후 53년 만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임기가 시작한 뒤 원구성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개원을 강행했다. 통합당은 막판까지 법사위원장을 요구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면 각 정당이 전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지만, 통합당이 이날까지 내지 않아 박병석 국회의장이 6개 상임위에 위원도 강제 배정했다. 한겨레는 이 사실을 전하며 “이 또한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법사위원장이 국회 의석이 가장 많은 원내 1당 차지가 된 건 2004년 17대 국회 이후 16년 만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1948년 제헌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모두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건 처음”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없어도 ‘성과만 내면 된다’는 여당과 타협의 여지 없이 ‘짓밟고 가라’며 협상을 방기한 야당의 조합이 만든 결과”라고 했다.
양당의 법사위원장 몫 고집은 법사위가 가진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 때문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가 의결한 법안이 기존 법과 충돌하진 않는지, 자구가 적절한지 등을 심사한다. 그러나 각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는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법안으로 예고했다. 통합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 권력형 비리를 엄호하기 위해 검찰, 법원을 관할하는 법사위를 지키려 한다고도 주장한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달을 조짐”을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가 노골화될까 우려된다”면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하다 결국 얻은 것 없이 대치 정국만 자초한 통합당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통합당은 민주당이 제시한 11대7 상임위 배분안을 의원총회에서 거부했다. 이후 협상에서는 대안을 내놓지도 않았다”고 짚었고 민주당엔 “빈약한 정치력”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법정 시한 8일을 일주일이나 넘겼지만 여야는 제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보수신문들은 여당 독주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여야 공수가 바뀌었을 때도 이 원칙은 지켜졌다(법사위원장 야당 몫)”며 “결국 여당이 국회 운영도 제 마음대로 하겠다며 일방통행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협치 없이 일방 독주하는 거대 여당, 우려스럽다”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법사위 고수 속내가 “검찰·법원 장악”이라고 주장했다. 1면에 인용했던 통합당 핵심 관계자 발언 “법사위원장 가져간다고 울산 선거공작 진실 못 막는다”를 사설 제목에 옮겼다. 조선일보는 “법사위원회는 검찰과 법원을 관할한다.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울산 선거공작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기 말 정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에 국회 관행과 민주 절차를 무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 ‘산업유산 군함도’ 왜곡 전시, 신문들 입모아 비판
일본이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강제징용 피해가 발생한 군함도를 두고 “조선인 차별은 없었다” 등 역사를 왜곡하는 전시를 담은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강력히 항의했다. 신문들은 군함도 역사 기술이 한·일 새 갈등요인으로 떠올랐다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15일 오후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역사왜곡 전시물이 포함된 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일본은 앞서 2015년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하시마 등 일부 산업시설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 등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선인이 섬에서 좋은 환경에서 살았다” 등 강제징용 피해를 부정하는 내용이 전시됐다.
한겨레는 “현지 언론 일부도 문제를 제기했다. ‘아사히신문’은 14일 ‘한반도 출신 징용공과 관련해 학대와 차별이 없었다는 섬 주민 인터뷰가 소개돼 있어 한국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교도통신이 “과거를 덮는 역사 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두 신문은 군함도 역사왜곡이 한일 갈등의 새 뇌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들에 따르면 오카다 나오키 관방부장관은 내용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국민일보는 “아베 총리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한국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정작 유네스코에서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일 군함도 ‘강제노역’ 표현 합의 어겨, 약속 운운할 자격 있나”란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유네스코는 하루빨리 일본 정보의 역사왜곡 행위를 바로잡아 세계문화유산의 보편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