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람이다" 했더니 택시비 공짜... 무슨 일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필리핀 테마 팝업 이벤트가 열렸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필리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리핀 관광부와 필리핀 관광 진흥위원회가 개최한 행사였다. 총 2만8000여 명이 이곳을 찾아 버추얼존, 사진전시회, 포토존, 액티비티존 등에서 다시 떠나는 필리핀 여행 맛보기 체험을 했다. 특히 현장 콘텐츠와 관련한 퀴즈 추첨을 통해 세부 퍼시픽, 필리핀항공, 진에어, 대한항공 등이 공동으로 협찬한 필리핀 왕복 항공권을 13명에게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마리아 안토네트 베라스코-알론스(MARIA ANTHONETTE C. VELASCO-ALLONES) 필리핀 관광 진흥위원회 총괄 COO를 만났다. 필리핀 관광 진흥위원회는 필리핀 관광 상품을 만들고 새로운 지역 발굴 및 홍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오랜만에 양손 가득 한국 화장품 쇼핑을 했다는 그는 “코로나 이전에는 한국에 20~30번도 더 왔는데, 너무 오랜만에 와서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한국인이 즐겨 찾던 여행지 필리핀은 지금 어떨지, 떠나기 전 알아두면 좋을 팁은 무엇이 있을지.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리아 아포 필리핀 관광부 한국지사장을 비롯한 필리핀 관광부 북아시아팀을 돕기 위해서다. 지난 20일까지 일주일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필리핀 관광부 팝업 이벤트, ‘It's More Fun with You’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2월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시 문을 연 필리핀의 문화, 여행지, 예술을 흥미롭게 체험해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 최근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 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해외입국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도 한 만큼 지금이 한국과 필리핀의 긴밀한 관계를 새롭게 다지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20~30대 ‘MZ세대’ 남성들이다. 골프, 다이빙, 사이클 등 액티비티를 즐길 곳이 많다는 게 젊은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지난 2년간 필리핀은 ‘세계 최고의 다이빙 여행지’로 수차례 선정됐다. 로맨틱한 해변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경관, 쇼핑 스폿 등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들도 많다. 온라인,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여행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필리핀을 여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필리핀 공식 여행 애플리케이션 ‘Travel Philippines’을 출시했다. 관광지, 식당, 액티비티, 편의시설 등 여행객들이 일정을 짜는 데 필요한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여행객들이 지참해야 할 코로나19 관련 인증 서류도 지역별로 잘 안내돼 있어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이밖에도 최신 정보를 반영한 추천 여행 코스 등 다양한 기능이 있으니 여행 전 꼭 다운받기를 추천한다. 올해 말까지 더 보완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필리핀은 덥거나, 매우 덥거나. 딱 두 계절뿐이다. 그래서 사실 언제 여행해도 좋다. 세부의 경우 11월부터 겨울 시즌까지 호텔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특히 일본 여행객들이 추위를 피해 세부로 많이 온다. 해변과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여름 시즌에 오는 걸 추천한다. 필리핀에서 여름은 주로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를 말한다. 6월부터는 비가 자주 오는 편이니 항상 우산을 지참하는 게 좋다.
한국에 올 때마다 서울 인사동을 꼭 방문한다. 며칠 전 인사동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가게 주인이 ‘어디서 왔냐’고 묻더라. 필리핀 사람이라고 하니 자신도 세부, 보라카이 등 필리핀을 자주 여행했다며 반갑다고 대폭 할인을 해 줬다. (웃음)
한 번은 택시를 탔는데, 나이 지긋한 기사가 고향을 물었다. 필리핀에서 왔다고 하니 택시비를 안 받겠다고 하던 게 아닌가. 놀란 마음에 ‘왜 그러시냐’며 계속 택시비를 건넸는데, 알고 보니 6.25 참전용사셨다. ‘한국 전쟁 때 함께 싸워줘서 고맙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고, 한국과 필리핀의 끈끈한 우정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청와대 관람을 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대통령이 일하던 자리에 앉아 사진도 찍고, 여러 건물과 정원을 관람했다. 멀게만 느껴지는 대통령이 살던 공간을 국민들이 자유롭게 둘러보고 사진도 찍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한국인들이 대다수라 놀랐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국민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하기 위해 다가가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필리핀의 새 대통령도 이런 이벤트를 해줬으면’하는 마음도 들더라. (웃음)
필리핀 관광부도 관광객들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필리핀 경찰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가고 있다. 또 여행객을 돕기 위한 커뮤니티도 활성화돼있다. 특히 보라카이와 같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의 경우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관광객에게 우호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강력한 마약 규제다. 이전에는 마약에 연루된 범죄가 잦았는데, 마약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전체적인 범죄율이 크게 줄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도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관광경찰이 있으니 여행 중 작은 어려움이라도 닥친다면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길 바란다.
2년 넘게 필리핀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볼 수 없었다. 필리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다시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멈추지 않았다. 더욱 깨끗해진 해변,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 신나는 액티비티를 지금 당장 만나볼 수 있다.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매우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 필리핀이 국경을 개방하고, 한국도 최근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다시 필리핀과 한국의 우정을 다질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필리핀 관광부의 캠페인 타이틀처럼, ‘필리핀은 당신과 함께하면 더욱 재미있다(It's more fun with you in the Philippines).’
[강예신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