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필리핀 BPO 콜센터 사업 위기
지난 10여년 간 필리핀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역할을 해온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산업이 여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
디스 위크 인 아시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산업이 중국 온라인 도박업체의 팽창과 필리핀 정부 정책, 인공지능(AI)의 빠른 발달 등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BPO는 기업이 비핵심 사업을 제3자 서비스 제공업체에 하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객 서비스나 인사관리 등은 BPO 업체에 맡기고 자신들은 제품개발 및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
보도에 따르면 BPO 산업은 20여년 전 필리핀에서 등장할 당시엔 미미했지만 지금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발전했다. 필리핀 최대 은행인 BDO 유니뱅크에 따르면 국내 총생산의 10%가 BPO 분야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 노동자의 송금에 이어 필리핀에선 가장 큰 외화수입원으로, 미국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호주, 영국, 캐나다 업체들이 주 고객이다.
필리핀 중앙은행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BPO 산업 종사자는 총 57만5600명으로 이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50만4000여명이 콜센터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일부 자료에선 현재 BPO업체 종사자의 수가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통계청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정식 등록된 BPO 기업은 851개사로 이 중 절반 이상인 429개사가 콜센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콜센터 비중이 큰 이유는 필리핀인들의 영어구사능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필리핀인들 특유의 고객 공감 능력 또한 이 분야에서 일하기에 적합한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BPO 산업은 예상치 못한 경쟁에 직면했다.
먼저 필리핀 역외 게임 사업자(POGOs)라고 불리는 온라인 카지노업체들이 있다.
중국에선 도박이 불법이기 때문에 이 업체들은 마닐라에 근거지를 두고 온라인 카지노를 열어 중국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이 사업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인들이 고용되고 있고 이 때문에 수만명의 중국인들이 필리핀으로 몰려왔다.
이 사업체들은 마닐라의 가용 사무실 공간을 빠르게 파고 들면서 BPO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BPO 센터는 현재 도시 사무실 공간의 24만4000㎡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24만3000㎡의 사무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POGOs가 연말까지 45만㎡를 구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새 정부 정책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마닐라 지역 내 '에코존' 신청 처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수도에 집중된 경제 활동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BPO업체들에겐 또 하나의 시련이다.
에코 존은 BPO 센터들의 성장을 촉진시킨 세금혜택이 있는 지역이다. 또한 마닐라는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노동력이 풍부해 BPO 센터들이 크게 밀집해 있었다.
이외에도 지난 수년간 BPO 업계의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의 발달 또한 이 산업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필리핀인들의 뛰어난 영어구사능력은 5~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일자리를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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