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광고인가 꼼수 중간광고인가
2015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예정에 없던 자료를 배포한 적 있다. 제목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올바른 약칭 사용 필요”였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단통법’이라고 부르는 법을 ‘단말기유통법’ ‘단말기법’이라는 ‘올바른 표현’으로 써 달라는 내용이다. “단통법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며 법령의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등”의 이유가 붙었다. 방통위는 ‘단통법’이라고 쓰면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으로 오용되고 있다며 예시까지 들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기자들은 본질보다 용어 사용에 몰두하는 방통위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요즘 ’PCM’(Premium Commercial Message)이라는 용어를 보면 방통위의 황당했던 자료가 떠오른다. SBS가 이 광고를 시사 보도 부문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SBS는 일관되게 이 광고를 가리켜 ‘PCM’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광고가 논란이 될 때마다 ‘꼼수 중간광고’나 ‘유사 중간광고’라는 표현을 쓰면 지상파 관계자들로부터 “그건 공식 용어가 아니다”라는 반박을 듣기도 한다.
왜 PCM이라고 불러야 할까. 정식 광고 유형이 아니기에 방송법에는 ‘PCM’이라는 표현이 없다. PCM은 지상파가 만들어낸 용어로 ‘P’는 ‘프리미엄’이라는 뜻이다.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껴 넣어 중간광고처럼 효과가 높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광고라는 의미다. 즉 PCM은 방송사와 광고주 사이의 거래 행위에서 붙은 마케팅 용어로 방송의 핵심인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시청자 입장에서 시청 흐름을 끊는 이 광고는 절대 ‘프리미엄’이 될 수 없다.
논란이 불거지자 SBS는 콘텐츠전략본부장 명의로 사내에 입장문을 내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편법 중간광고라고 비난하고 있으나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어떠한 법 조항에도 저촉되지 않는 편성의 합법적 권리”라고 밝혔다.
이 광고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광고가 등장했을 때 방통위는 문제로 인지했지만 법 위반 사항을 찾지 못했다. 1회 방송분을 30분씩 임의로 쪼개 2회로 만들어 그 사이에 광고를 넣었고 진짜 중간광고와 달리 연령 고지, 오프닝을 다시 내보냈기에 법적 문제는 없었다.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 들었기에 ‘꼼수’이고 ‘편법’인 것인데 합법적 권리라고 항변하는 건 번짓수가 틀린 답변이다.
SBS 콘텐츠전략본부장의 입장과 달리 일부 시민단체만의 주장도 아니다. 이 광고의 편법성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논란이 됐다. 지난 3일 발간된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보고서는 “편법적인 분리편성광고로 시청자들의 불만은 쌓이고 있는 현실”이라며 편법이라는 표현을 썼다.
PCM이라는 용어는 근본적으로 이 광고의 ‘성격’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같은 날 두 회차가 방송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VOD를 판매하거나 OTT에 서비스 할 때는 같은 날 방영된 여러 회차를 하나의 파일로 묶어 올린다. 하나의 회차를 임의로 쪼갰다는 점을 방증한다.
최근 방통위는 ‘분리편성광고’라는 표현을 쓰는데 ‘PCM’보다는 낫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성격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용어는 규제 기관인 방통위가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민에 경청할 필요는 있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불허한 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꼼수 중간광고를 선보인 걸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PCM이라 불러도 꼼수이며, 편법적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부정적인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이 광고 자체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