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간광고 허가해도 보도∙어린이프로는 막아야
지상파 방송사에서 1일치 프로그램이 2회, 3회로 쪼개져 그 사이에 광고가 등장하는 일이 보편화됐다. 지상파는 못하게 막아놓은 ‘중간광고’를 편법으로 끼워넣기 위한 방송사들의 고육지책이자 꼼수다.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중간광고 규제를 현실에 맞게 풀고, 막아야 할 것은 확실히 막자는 제안이 나왔다.
‘중간광고’는 말 그대로 하나의 방송프로그램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그 사이에 편성되는 광고다. 현행법상 지상파 방송사는 운동경기, 문화∙예술행사 등 프로그램 자체에 휴식∙준비시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중간광고를 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018년 12월 지상파 방송사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여러 반대로 여전히 의견수렴 중이다. 중간광고 허용은 수년 째 지상파 방송사들 숙원으로 남아 있다.
프로그램 경쟁력, 시장 점유율 약화에 광고 규제까지 강하게 받아온 지상파 방송사들은 편법을 택했다. 한 회차의 프로그램을 나눠서 편성하고 그 사이에 광고를 넣는 분리편성(PCM∙Premium Commercial Message) 즉, ‘쪼개기 편성’ ‘유사 중간광고’를 도입했다. 방통위가 지난 2월 한 달 간 조사한 결과 지상파 방송사들은 총 49개의 분리편성을 했는데, 60분 분량 프로그램을 20분씩 3부로 쪼개는 경우도 있었다. 중간광고와 분리편성광고를 동시에 편성한 사례도 확인됐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분리편성광고나 중간광고가 크게 다르지 않다. 되레 분리편성광고가 시청권을 더 침해할 수 있는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유료방송의 중간광고는 매회 1분 이내로 제한되는데, 분리편성광고는 매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시간당 광고 총량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일 보고서에서 “지상파방송의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은 무너지고 있고, 콘텐츠 제작을 위한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편법적인 분리편성광고로 시청자들의 불만은 쌓이는 현실을 감안해 규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 지적(지상파방송의 위기와 중간광고 규제 개선)했다.
관건은 중간광고 허용의 원칙과 범위다. 최근 SBS는 메인뉴스인 ‘8뉴스’에 분리편성광고를 도입하기에 이르러 안팎의 논란을 불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더라도 상업적 메시지에 영향을 받기 쉬운 시사 및 보도프로그램,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 등에서의 중간광고는 금지하거나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지상파방송의 유형이나 방송프로그램 성격∙특성에 따라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공영방송 BBC를 제외한 공공서비스채널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되 ‘방송광고규정’에 따라 시간을 제한한다. 프로그램 유형별로는 △학교프로그램 중단은 허용되지 않음 △30분 이하의 어린이 프로그램 광고는 금지 △영화나 뉴스 프로그램은 최소 30분이 지나야 광고 가능 △종교적 서비스를 포함한 프로그램 및 공식 왕실 행사 등 중간광고 금지 등이 기준을 뒀다. 근본적으로 방송광고가 프로그램의 온전성을 훼손하거나 연속성을 해쳐선 안 된다.
일본도 공영방송 NHK를 제외한 지상파방송은 학교용 프로그램 중 학교교육에 방해되는 광고방송 외에 중간광고를 허용한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중간광고를 허용하지만 30분 이하의 뉴스, 시사, 종교, 어린이 프로그램 중간광고는 금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중간광고의 제한적 허용과 함께 분리편성광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필요하다. 분리편성광고를 현재와 같이 방송프로그램 광고로 분류하여 중간광고와 동시에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규제완화는 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 재원을 확충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시청자의 복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 강조했다.
나아가 “지상파방송의 기타 자구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지상파방송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방송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고, 매체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맞는 새로운 규제의 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