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재용 기소에 경영 공백 침울 삼성 걱정 태산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1일 삼성그룹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일 아침신문은 이 부회장이 받는 혐의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 신문과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비판에 공감한 신문으로 갈렸다.
다음은 아침종합신문들이 1면에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 사건 소식을 전한 기사 제목이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가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경향신문 “또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국민일보 “심의위 권고 뒤집고 검, 이재용 기소 강행”
동아일보 “검, 심의위 권고 뒤집고 이재용 기소”
서울신문 “검찰, 이재용 기소 삼성 ‘짜맞춘 수사’”
세계일보 “심의위 권고 뒤집고 검, 이재용 기소 강행”
조선일보 “심의위 권고 뒤집고 검찰, 이재용 기소”
중앙일보 “검찰, 이재용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
한겨레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심판대 선다”
한국일보 “검, 수사심의위 뒤집고…‘중대 범죄’ 이재용 기소”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회계 조작에 따른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가 명백한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선 “시장질서를 교란한 사안의 중대성”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최대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가·회계 조작을 일삼았단 혐의를 받는다. 배경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다. 이 부회장은 종전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했지만 삼성전자와 순환출자 관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가지지 못했는데, 두 회사의 불법적 합병을 거쳐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혐의는 크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주가 조작(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과 △총수에게만 유리한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끼친 손해(업무상 배임) △합병 당시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는 과정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손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정보 은폐와 회계 조작(외부감사법 위반)으로 나뉜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다시 반박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1면과 이어지는 기사를 통해 이같은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을 전하는 데에 주요 지면을 할애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이 받는 혐의와 검찰의 기소 근거와 수사 과정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합병 시간표와 주요 혐의를 표 인포그래픽으로도 정리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이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와 회사에 이로운 일인지 검토 없이 분야가 전혀 다른 두 개의 대형 기업을 인위적으로 결합시켰다는 게 의혹의 뼈대”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삼성 측의 반박 입장을 전하는 데 2면 공소사실을 다룬 기사 11문단 가운데 4문단을 할애하고, 3면 머리에 따로 기사도 냈다. 중앙일보는 삼성이 “‘혹시나 했던 기대가 무너졌다’며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는커녕 장기화 국면에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 실형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도 석방됐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삼성 내부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라며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지난달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사내방송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신문들은 검찰 수사 결과가 수사심의위 권고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6월2일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고, 심의위는 한 차례 회의 끝에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6개 일간지가 1면 머리에 수사임의위 권고가 뒤집힌 점을 내세워, 이 부회장의 혐의 면면이나 검찰의 기소 근거보다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면 제목과 부제에서 ‘검찰이 처음부터 목표를 정한 수사로 심의위 권고를 뒤집고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선 “검, 영장에 없던 배임 혐의 추가… 삼성 ‘무죄 입증할 것’”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선 ‘검찰이 자기들이 만든 수사심의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인용 없이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찰이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이 확보한 디지털 자료만 2270만건에 달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수사심의위가 한 차례 회의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차제에 수사심의위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라는 앞서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로 기사를 냈다. 수사심의위 권고가 오히려 수사팀의 법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결과 공소 내용이 더욱 충실하게 보강됐다”며 “수사팀은 2달 간 금융‧경영‧회계 전문가 80여명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 기소에 찬성‧반대하는 전문가가 거의 다 포함됐다”고 했다. 이번에 추가 적용한 배임 혐의도 여러 교수가 낸 의견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다수 매체가 공소사실과 검찰의 기소 근거를 분석하는 기사에 앞서 삼성과 재계의 우려 시선을 먼저 전했다. 동아일보는 4면에서 “재계 ‘삼성, 반도체 전쟁중에 사법리스크…‘잃어버린 10년’ 우려’”라는 제목을 달고, 삼성 입장의 ‘사법 리스크’를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 부회장이 받는 혐의를 5면에 분석하기 앞서 “검 기소 논리, 엘리엇 주장과 유사”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국일보도 2면에 “사법 리스크에 삼성 또 발목, 글로벌 경쟁 속 총수는 법정에”란 제목의 기사로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한 “재계 안팎”의 우려 시선을 전한 뒤 다음 지면에서 공소사실을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이(기소)에 따라 코로나19 여파에 불거진 경영상 불확실성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3면에 공소사실 분석 기사를 내놨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1면 머리에 이 부회장의 기소 소식을 검찰의 “강행”이라 표현했다. 국민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국정농단 재판도 안 끝났는데…계속되는 위기에 침울한 삼성”이란 제목으로, 세계일보는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총수 공백 불가피”란 제목으로 이 부회장 개인의 기소 소식을 삼성 경영 위기 우려와 연결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