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 콘텐츠 등장에 술렁이는 미디어업계
카카오TV가 오늘(1일) 오리지널 콘텐츠를 처음 공개했다. 카카오M 신종수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모바일로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 모바일로 보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부가통신사업자의 전면적인 ‘방송’ 진출은 업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TV는 ‘톡에서 보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톡 톡캘린더와 연동돼 개별 프로그램을 톡 캘린더 알림으로 등록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될 때마다 좋아하는 콘텐츠 소식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 별도의 앱은 필요 없다. 카카오톡에서 ‘카카오TV채널’ 또는 ‘#카카오TV탭’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포털 다음, 팟플레이어 등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영상을 카톡 채팅창에 띄운 채 다른 사람들과 채팅하면서도 볼 수 있다.
신 본부장은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 특징으로 △속도감 있는 빠른 호흡을 가진 새로운 문법 제시(Compact)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콘텐츠 소비문화 강화(Engagement) △스크린 프레임의 다양화(Mobile frame)를 꼽았다. 카카오TV는 기존 TV나 스크린에 맞춰진 가로형 포맷을 넘어 세로형, 정방형, 가변형 등 다양한 스크린 프레임으로 ‘모바일 프레임’ 포맷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종수 본부장은 “올해 드라마 6개, 예능 19개 타이틀로 총 25개 타이틀, 350여편의 에피소드를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뒤 “카카오TV는 모바일을 통한 영상 소비를 확대하고 있는 사용자, 브랜드 세이프티를 중시하는 기업과 브랜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소재와 형식을 갈망하는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새롭고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M은 카카오TV 론칭 라인업으로 공개했던 ‘마스코트’들의 세계관을 가져온 서바이벌 리얼리티 ‘내 꿈은 라이언’, 출근시간대 이용자 맞춤형으로 기획한 오전 예능 쇼 ‘카카오TV 모닝’, 스타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녹화해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페이스아이디’ 등 7개 콘텐츠 외에 30세 남녀의 리얼 연애사를 담은 인기 웹툰 ‘85년생’ 원작의 정인선, 강민혁 주연의 ‘아직 낫 서른’, 화제의 인스타툰 ‘며느라기’ 원작의 박하선, 권율의 공감 드라마 ‘며느라기’, ‘연애의 발견’ 정현정 작가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신우 감독이 만난 첫 디지털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을 연내 라인업으로 추가 공개했다.
카카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라보는 방송업계 입장은 복잡하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상파와 똑같이 ‘콘텐츠’로 경쟁하는 셈인데 지상파에 비해 심의에서 매우 자유롭다. 사실상 내용 규제가 없다. PPL(간접광고)도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반면 지상파는 내용부터 광고까지 많은 제한이 있다. 재원을 확보하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며 규제 역차별에 따른 불공정 경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카카오TV 콘텐츠는 방송법상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심의 규정에 따른 심의는 어려울 것 같다”며 “(문제적 콘텐츠는) 유튜브처럼 통신소위로 갈텐데 이곳에선 주로 불법·유해 콘텐츠 여부를 심의하기 때문에 일반 방송심의 수준의 심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TV로서는 일종의 ‘심의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사들의 또 다른 고민은 ‘인력 유출’이다. 앞서 카카오M은 지난해 ‘마리텔’을 연출했던 박진경·권해봄·권성민 MBC PD, 문상돈 MBC에브리원 PD 등을 영입했다. 카카오TV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공할수록, 과거 CJ ENM과 종편의 사례처럼 인력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젊은 예능·드라마PD 입장에선 넷플릭스처럼 심의규제에서 자유롭고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와의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에 매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방송협회는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얻는 만큼 지상파와 마찬가지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카카오TV의 ‘방송 진출’에 따라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