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두 번 울린 무성의 코로나 보도 언론이 불안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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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두 번 울린 무성의 코로나 보도 언론이 불안 자극

지난 19일 한 연극배우의 코로나19 확진 후 쏟아진 공연예술계 감염세 확산 보도에 공연예술인들이 “보도준칙을 어긴 보도로 사회적 불안감이 더 증폭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오보부터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감염 경로를 추정한 보도가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오보 피해를 본 대표 사례는 뮤지컬 ‘빨래’다. 지난 20일과 21일 한경닷컴은 KBS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며 “(감염) 시작은 연극 ‘빨래’였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빨래’에 출연 중인 배우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도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1월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1월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기사는 위 드라마 출연 배우 허동원씨가 20일 확진 판정을 받자 허씨가 참여하는 공연 ‘빨래’ 배우들로부터 2차 감염이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무근이었다. 보도 즈음 ‘빨래’ 측이 22~23일 주말 공연을 취소한 이유도 확진자 발생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달라는 질병관리본부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취재기자는 ‘빨래’ 측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빨래 제작사 ‘씨에이치 수박’은 25일 입장문을 내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된 허위 정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해당 언론사에 요청해 기사를 수정하도록 조치했다”며 “향후에도 특정 배우 및 작품명을 거론하며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강경한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경제는 이 직후 정정보도문을 내 “확진 배우들 출연 작품이 연극 ‘짬뽕’이었으나 표기 과정에서 (19일 확진된) 서성종 배우가 2012년 출연한 뮤지컬 ‘빨래’로 오기했다. 실수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기사가 송출됐고 이후 해당 내용을 확인해 바로 잡았다”며 제작사 및 공연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25일 보도된 한국경제 정정보도문 갈무리.▲지난 25일 보도된 한국경제 정정보도문 갈무리.

 

수정된 “시작은 연극 ‘짬뽕’이었다”는 표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역학조사 결과가 확인되기 전이라 아직 감염 경로를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씨가 연극 ‘짬뽕’에 출연하고 참여진 41명 중 16명이 확진을 받았지만, 방역당국은 감염 확산을 둘러싼 인과 관계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짬봉을 제작한 극단 산 측은 논란 초기부터 검증되지 않은 추측 보도를 자제해달라 밝혔다. 당시 보도와 함께 최초 전파자나 감염 경로를 둘러싼 루머가 카카오톡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유포됐다. 극단 산은 지난 19일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감염 시작 시기나 경로에 대한 정보는 극단에서도 아직 알지 못하며, 방역당국에서 현재 심층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특정인을 전파자로 오해하게 하는 기사와 지라시는 금해달라”고 계속 호소했다.

공연계에서는 확진된 배우들 실명을 언론이 낱낱이 공개해야 하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일반인의 개인정보는 보호하는데 배우 실명과 동선을 세세하게 보도하는 건 이중적이라는 주장이다. 연극 ‘짬뽕’ 출연진 중 실명이 공개된 배우들은 서성종씨, 허동원씨, 김원해씨 등이다. 이들 확진 소식은 모두 ‘단독 기사’로 실명보도됐다. 한 공연예술 제작사의 A씨는 “전파자처럼 실명 보도된 당사자들이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확진을 받은 서씨 보도는 지난 19일에만 100개 이상 쏟아졌다. 20일 다른 출연진 허동원씨와 김원해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기사는 400여개로 늘었다. 상당수 기사 제목에 “서성종→허동원→?”, “허동원, 코로나 확진… ‘연극 동료 서성종에 감염’”, “김원해·허동원 ‘다른 배우에 2차 감염된 듯’”, “'짬뽕'發 코로나 쓰나미 '경보'” 등의 표현이 실렸다. 서씨나 극단 산을 최초 전파자로 추정하는 표현이다.

지난 4월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해 발표한 ‘감염병 보도준칙’은 “감염 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해 전달”하고 “감염병 발생 최초 보도 시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보건당국에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보도하며, 정보원 명기를 원칙으로 한다”고 정한다.

▲KBS 드라마 ▲KBS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또 “감염인은 취재만으로도 차별과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며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정한다.

보도에 따른 2차 피해는 가볍지 않다. ‘씨에이치 수박’ 관계자는 “보통 헤드라인 위주로 기사를 접하니 오보를 본 관객들은 ‘빨래 출연진들이 대거 감염됐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불안감이 관객에게 확산되고, 실제 공연 취소 요청도 여러 개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월 이후 얼어붙은 극장가가 (확진자 수가 줄면서) 이제 겨우 숨통을 틔우고 있었다. 공연계의 방역 노력과 마스크 착용 등 관객의 철저한 관리의 아름다운 공생 때문에 가능했다”며 “사실에 입각해 종합적으로 취재해달라”고 당부했다

극단 산 관계자도 “보도가 쏟아지면서 미확인 추정들이 진실이 된 측면이 있다”며 “감염 경로와 여부가 다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배우진과 참여진 이름, 특정 상가 이름 등이 다 노출됐다. 실제 해당 상가들에 2차 피해가 갔고, 대학로를 찾는 관객의 마음에도 ‘모든 공연예술계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심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종사자들은 이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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