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새로운 뉴스 모델 만들자 제안에 복잡한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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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새로운 뉴스 모델 만들자 제안에 복잡한 JTBC

JTBC가 ‘뉴스룸’의 전면적 혁신에 나선다. 손석희 JTBC 사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코너의 개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뉴스의 체제를 바꿔보자”며 혁신을 주문했다. 

손석희 사장은 “7년 전, 여러분은 저를 앵커로서 중심에 놓고 새로운 뉴스 모델을 구상했고 실천했으며, 그것이 진화를 거쳐 제가 물러날 때의 뉴스룸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전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이 전통적 방송 종합뉴스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끝까지 간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뉴스 모델을 만들어 보자”며 뉴스혁신TF를 제안했다.

손 사장은 “우리가 만든 뉴스 모델이 이미 모든 타 방송 뉴스에 의해서 벤치마킹되고, 이제 우리가 그들과 비교우위에 있지 못하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뉴스 모델로 새롭게 방송 뉴스사를 써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는 것”이라며 새 모델을 가리켜 “디지털 시대에 도래한 새로운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정파적 뉴스를 뛰어넘어 정말로 합리적 시민사회에 필요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 사장은 2013년 5월 JTBC 보도담당 사장이 되자마자 뉴스혁신TF팀을 구성했고, 4개월 뒤 오늘날 ‘뉴스룸’의 출발점인 ‘뉴스9’을 편성했다. 당시 TF팀에 30여명이 자원했다. 손 사장은 “지금이 바로 그때와 같은 열정과 의지가 필요할 때”라며 “그렇게 해서 나오는 새로운 뉴스 모델은 포맷도, 내용도 진일보 한 것이어야 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보도부문의 재편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석희 JTBC대표이사. ⓒJTBC▲손석희 JTBC대표이사. ⓒJTBC

손 사장의 이 같은 제안에 JTBC기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해 보인다. JTBC A기자는 “지금까지 손 사장 물러난 뒤에 ‘원보가중계’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 밀어 넣은 거 말고는 바뀐 게 없었다. 오히려 앵커브리핑 같이 힘줬던 코너가 빠지면서 마이너스 됐는데, 그걸 채워주는 개편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자연스럽게 그냥 1/N 뉴스가 되면서 아무런 영향력도 차별점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지금의 뉴스룸”이라고 진단했다.

JTBC A기자는 “현재 뉴스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큰 그림은 못 보고, 하루하루 막기 급급하다. 총괄은 저널리즘 타령만 하고 있고, 그 저널리즘도 밑으로 내려가면 국장의 ‘신중함’이란 방어 논리에 묻혀서 결국 벙벙한 뉴스만 만들어대고 있다. 싸워야 할 이슈에선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다”고 평가하며 손 사장의 뉴스혁신TF 제안에 “그걸 탈피하려는 적재적소의 제안이다. 판을 흔들려는 시도라고 생각하고, 필요한 제안”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JTBC B기자는 “반드시 뉴스룸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하루 막는데 급급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 손석희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지금 뉴스룸 시스템은 손석희였기 때문에 빛을 발한 거였고,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B기자는 “그런데 그런 중대한 변화를 TF가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 탁상공론만 하다 끝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B기자는 “뉴스 자체가 워낙 길어 지금 다들 지친 상태에다, 결정권자가 앵커였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JTBC.▲JTBC.

이런 가운데 손석희 사장은 사내 이메일에서 “합리적 진보”라는 뉴스룸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손 사장은 “우리는 이미 ‘합리적 진보’라는 노선을 세웠다. 진보적 가치는 우리가 추구하는 상위개념이며, 정파적 집단은 그 하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부적으로 토론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자칫 우리의 노선을 흔들게 되는 현상으로 오해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또한 “방송과 일보 간의 논조 차이는 피할 수 없는 ‘다름’이다. 한 매체 안에서도 방향성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각각의 매체가 정체성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으며 “신방통합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전략이다. 방송과 신문이 각각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선의의 경쟁을 해나간다는 것은 바뀌지 않을 우리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의 내용은 나만의 생각이나 판단이 아닌, 회사의 전략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손 사장은 JTBC를 둘러싼 최근의 신뢰도·영향력 하락세와 관련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바깥에선 갖가지 분석도 내놓지만, 지나치게 독식해오던 시기가 오히려 상식적이지 않았다. 큰 목소리 내지 않으면서도 우리를 믿고 지지해주는 시청자들이 있다”며 “자긍심을 갖고 또 한 번의 혁신을 준비해도 될 기반이 우리에겐 갖춰져 있다”고 기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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