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방송사들의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보도에 관한 지적과 함께 방송사들의 고민이 공유됐다. TV조선 시청자위원회에선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에 TV조선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사 댓글 문제에 KBS “거의 다 닫아” YTN “근본적 고민 필요”

KBS의 지난해 1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댓글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초기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댓글은 거의 다 닫았다. 댓글에 조금이라도 이상 있는 기사는 다 닫았다. 특히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인터뷰는 처음부터 (댓글창을) 닫았다”며 “워낙 안 좋은 댓글들이 일부 있었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상처를 키우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닫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YTN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유투권 YTN 보도국장은 “추모제 때는 댓글창을 외부 요청에 따라 닫았지만 여전히 무분별한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어서 일부 유가족께서는 취재 기자들을 통해 전언으로 관련 모든 기사의 댓글창을 닫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까지 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경우 일부 2차 가해가 있겠지만 댓글 창 자체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또 필요한 지점이어서 내부적으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2022년 10월30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 벽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붙여 있다. ⓒ 연합뉴스
▲ 2022년 10월30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 벽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붙여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해 12월16일 시민추모제를 앞두고 양대 포털에 관련 기사 댓글창 닫기를 요청했다. 카카오는 이에 응해 추모제 기사에 댓글을 없앴다. 네이버의 경우 포털 내 댓글창 관리 권한을 언론사가 갖고 있는데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채널 2개사와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연합뉴스 등이 관련 기사 댓글창을 닫았다. 

화물연대 파업 보도에 “이제는 달라져야”

지난해 12월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김지미 위원(법무법인 정도 변호사)은 “화물연대 파업뿐만 아니라 노동계 파업을 바라보는 우리 언론 시선이 파업으로 인한 피해, 시민 불편,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 보도 태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KBS ‘뉴스9’ 보도도 그런 차원에서 유사한 보도가 이어졌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지미 위원은 “핵심은 안전운임제인데 사실은 안전운임제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며 “안전운임제를 왜 강조하는지, 이게 왜 사회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보도가 내가 보기에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보도가 달라져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관련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한 뒤 “(피해를 다루는 것은) 국가 경제가 힘드니 빨리 정부나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마무리 지으라는,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 국장은 “파업이나 갈등 상황에 우리도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보도하고 있다. 좀더 균형 잡힌 보도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YTN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최용문 위원(법무법인 예율 변호사)은 “화물연대 파업 보도, 근로시간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서 중립적으로 보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형식적 중립성만 유지하려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최용문 위원은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지만 YTN은 파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핵심적 주제는 묻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이날 회의에선 본질적 문제를 조명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2022년 12월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중공동행동, 참여연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 등이 화물 노동자에 대한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하며 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22년 12월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중공동행동, 참여연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 등이 화물 노동자에 대한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하며 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MBN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명숙 위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은 “‘불법 파업’ 용어는 정정이 필요하다. 정부 발표래도 ‘불법 파업’이라는 용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요지는 뉴스에서 언급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MBN은 “향후 용어 선택에 있어 객관성을 담보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TV조선 시청자위 “MBC 전용기 배제 비판적 시각 가져야”

지난해 11월 TV조선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선 MBC 기자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된 문제에 TV조선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지현 위원(한국노총 미디어 홍보본부장)은 “다른 정권이었으면 TV조선도 당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언론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위원은 “전용기가 대통령의 사적 재산도 아니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그에 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지현 위원은 “언론은 팬클럽, 소식지 이런 게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고 앞으로 갈 수 있도록 적절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보수 정부에 대해서는 TV조선과 같은 언론이 그런 역할을 더 잘해줘야 이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청자위는 방송사가 시청자들을 대표하는 위원들을 선임해 방송 전반에 관한 평가와 의견을 듣는 기구다. 통상 한 달에 1회씩 회의한다. KBS와 YTN은 회의가 개최된 달에 홈페이지에 시청자위 회의록을 올린다. 다른 방송사들은 1~2달 뒤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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