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회에 TBS 설립 및 운영 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제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TBS 문제는 시의회 교체로 인한 정치권력의 언론 압력 문제 혹은 공정성 시비를 바탕으로 한 저널리즘 가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결국 프레임 싸움 대립 구도의 관점에 따라 해당 사안을 협소하게 볼 위험이 높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언론장악’ 대 ‘공정방송’이라는 프레임 싸움을 넘어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으로 출범한 TBS의 지역 공영방송 위상과 역할을 재고하도록 인식의 폭을 넓히고자 외부 필진의 글을 4편에 나눠 실습니다. - 편집자 주

 

TBS가 지역공영방송을 표방하며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가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였다. 기존의 시민참여프로그램들은 오랫동안 채널을 열어두고 시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받아서 편성하는 방식이었다. 그냥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잘 들여다보면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라는 단어보다는 방송의 외주화라는 말이 더 어울련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형식화된 측면이 있다. 방송사는 (시청률이 가장 낮은 시간대에) 편성을 한채 심의만을 할 뿐이고, 시민은 그저 그 결과물을 내기만할 뿐이다. 이 사이에 어떤 피드백도 어떤 생산적인 논의도 생기지 않는다.

2019년 2월 TBS에서 ‘우리동네라디오’라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할 때 고민한 부분이 바로 기존 시청자프로그램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를 위해 먼저 제작진을 다르게 구성했다. 시민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서포터로 시민PD는 물론이고 작가, 현업 PD까지 포함해 구성했다. 이를 통해 방송에 참여하는 시민과 방송을 편성하는 방송사가 서로 이해하고 협업하는 관계를 꾀했다.

그리고 청취자들이 충분히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저녁 8시45분에(현재는 9시44분) 편성했다. 보통 다른 방송사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평일 오후나 주말 오전, 심지어 새벽에 편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보통 주말, 혹은 주 1회 편성에서 주 5회를 편성함으로써 더 자주 시민들에게 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3년 동안 ‘우리동네라디오’가 운영됐다.

‘우리동네라디오’는 많은 성과와 반성, 아쉬움을 남겼는데, 가장 큰 아쉬움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어 한번 위축됐고, 현재 새로운 집행부의 예산삭감으로 한번 더 위축이 됐다는 것이다.

▲ TBS FM라디오 ‘우리동네라디오’ 홈페이지
▲ TBS FM라디오 ‘우리동네라디오’ 홈페이지

인력으로 어쩔 수 없었던 것들은 제외하고 TBS ‘우리동네라디오’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평가를 해보자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방송에 참여한다는 것은 기존의 방식보다 더 많은 논의과정과 사고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단한 시민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방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방송사의 인식전환 및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TBS가 공영방송이라는 자각이 핵심인데, 시민참여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반면 수익은 나지 않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아니고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시민참여프로그램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서울시가 TBS의 예산을 줄이면서 드는 이유가 경제적인 자립이라는 점이 우려스러운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혹시라도 TBS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적인 자립을 꾀하는 것이 시민의 입장에서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TBS가 경제적인 자립을 하려고 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지위를 포기하고 더 상업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우리동네라디오’와 같은 방식의 시민참여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해 더 많은 예산과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그리고 더 적은 수익이 난다.

▲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이런 관점에서 과감하게 주장하는데, 서울시가 TBS의 예산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늘리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TBS의 어떤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편향이 있음에도 여전히 제작되는 것은 TBS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기보다 현재 그 프로그램이 가져오는 수익(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TBS에 경제적인 자립을 빙자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반대로 적절한 예산을 보장하고 지역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시도를 할 것을 주문할 일이다. 그런 환경이 된다면 어느 정도 문제의 프로그램들에 대한 내부 고민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TBS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 정치적 쟁점으로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최초의 지역공영방송으로서 했던 시도들과 성과들이 한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 혹은 폐지의 문제로만 귀결된다는 것은 TBS를 지켜보던 입장에서 슬픈 일이다. 며칠 전의 폭우는 오세훈 시장의 아이디어, 바람과는 달리 시민에게 교육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TBS의 역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작 한 프로그램의 폐지인가? 아니면 서울시 조례에도 있는 재난방송협의회를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등 TBS가 공영방송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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