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포털뉴스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헌법으로 포털 알고리즘 규제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이 나왔다.

사법전문기자 출신의 이범준 전 경향신문 기자는 서울대 기술과법센터가 발행하는 ‘LAW & TECHNOLOGY(로앤테크놀로지)’ 최근 호에 기고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범준 전 기자는 헌법 21조 3항에 주목했다. 이 조항은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문의 기능 보장’ 차원에서 ‘보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한 물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 gettyimag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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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시설 기준’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고 2006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새롭게 해석했다. 2006년 6월 헌재는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를 ‘신문의 다양성을 위하여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확장해 해석한다. 즉, 헌법상 신문의 기능에는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범준 전 기자는 “뉴스 유통에 기술 대기업이 개입하면서 헌법이 예정한 다양성과 과점 상태가 붕괴됐다”며 “따라서 기술 대기업의 기사 유통 독점은 위헌적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즉, ‘신문의 기능’인 ‘다양성’을 무너뜨린 포털의 독점적인 뉴스 유통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범준 전 기자는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권력 견제’에 방점을 찍은 199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헌법 21조 3항을 연결지어 “‘신문의 기능이란 자유로운 권력 비판을 보장하는 기술적, 산업적 토대”라며 “기술 대기업과 이들의 산업적 기반인 알고리즘이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이 만들어지던 시절부터 신문사는 사기업이었다. 사기업인 신문사가 윤전기라는 여론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법률의 규제를 받아온 것”이라며 “이제는 그 규제가 기술 대기업과 알고리즘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의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를 강제하는 규제가 없다는 한계를 언급하며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는 ’신문의 기능‘을 시대에 맞게 해석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헌법 21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며 알고리즘 공개를 비롯한 규제 입법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범준 전 기자는 이처럼 ‘포털 알고리즘’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알고리즘을 갈등의 근원으로 여기는 주장에는 비판적 입장을 냈다.

이범준 전 기자는 “알고리즘이 갈등과 분열을 새롭게 심화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레거시 미디어야말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히려 200개 언론 기사를 (포털 환경의 낱개 유통이 아닌) 통째로 팔던 시대에 편향이 심했으면 더욱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범준 전 기자는 “알고리즘이 어떤 기사를 노출한다는 이유만으로 미디어들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호소하고 제 입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장하는 것은 게으른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용자들은 더는 제목뿐인 기사, 깊이 없는 기사에 돈과 시간을 쓰지 않는다. 공급자와 수용자가 구분되지 않는 단편적인 기사로는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수용자가 적극적으로 원하는 탐사보도를 비롯한 고품질 저널리즘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미디어는 도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사악한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라 게으른 저널리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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