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타워 복합개발사업자인 건설업체 자광 회장을 특집방송에 직접 출연시켜 약 1시간 동안 사업계획 및 기대효과에 대해 소개하는 홍보성 방송을 내보낸 JTV 전주방송 ‘클릭 이사람’에 ‘관계자 징계’가 결정됐다. 해당 특집방송의 제작비는 모두 자광에서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JTV ‘클릭 이사람’에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방송사측의 의견진술을 들은 후 관계자 징계가 의결돼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이번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 조치를 확정했다.

800회 특집 ‘더 타워’라는 부제로 방송된 JTV ‘클릭 이사람’ 해당 방송분(2021년 11월 14일)은 전은수 JGC그룹(자광) 회장이 출연해 진행자인 유진수 JTV 아나운서와 함께 미국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를 방문하면서 각 랜드마크와 자광이 옛 대한방직부지에 추진중인 전주타워 복합개발사업을 관련지어 대담하는 내용 등을 내보냈다.

▲ JTV ‘클릭 이사람’ ‘더 타워’ 방송화면 갈무리.
▲ JTV ‘클릭 이사람’ ‘더 타워’ 방송화면 갈무리.

진행자와 출연자는 ‘더 타워’라는 글씨와 자광이 개발 추진 중인 ‘전망타워’ 이미지가 들어간 깃발을 들고 있었다. 아울러 해당 타워 홍보 영상과 함께 대한방직부지 건축계획 및 기대효과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프로그램 종료시에는 ‘자광’이라는 업체명을 협찬고지하는 등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했다. 

▲ JTV ‘클릭 이사람’ ‘더 타워’ 방송화면 갈무리.
▲ JTV ‘클릭 이사람’ ‘더 타워’ 방송화면 갈무리.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 제4항으로, ‘방송은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북 광고계 ‘큰 손’ 자광, 전북 언론사와 지속적 공동사업 진행

전북일보 지분 45%를 보유, 신문사 대주주이기도 한 건설업체 자광은 기업이 많지 않은 전북 내에서 광고계의 ‘큰 손’이다. 

자광은 전북지역 언론사와 지속적으로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새전북신문이 주최하는 ‘미스코리아 전북 선발대회’ 공동주관사가 되었고, 이때 ‘미스 자광’이라는 명으로 선정자를 뽑기도 했다. 2021년에는 JTV와 자광이 공동 주최로 ‘새만금 전국 장타골프대회’를 진행했고, 올해 5월에도 같은 대회를 진행했다. 

자광이 지역언론과 함께 사업에 우호적 여론을 만들어 행정을 압박하는 형태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전북일보는 2017년 10월 자광건설 대표 인터뷰를 하고 대한방직 부지 재개발을 옹호하는 다수의 사설·칼럼을 지면에 게재했다. 2018년 5월 사설에선 “자광의 계획대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연간 6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연관 산업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노골적인 주장을 펼쳤다. 전북일보와 자광은 SNS에 ‘지역의 여론을 돈으로 매수한다’며 자신들을 비판한 전주시민회,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했다가 지난 4월 돌연 취하하기도 했다. 

이 와중 JTV는 2021년 ‘클릭이사람’에서 전은수 자광 회장을 출연시킨 800회 특집 프로그램 ‘더타워’를 제작했다. 

“일방적으로 사업 몰아가” “지역 행정에 압력 가해”

‘클릭 이 사람’ 진행 및 연출을 맡고 있는 유진수 JTV 아나운서실장은 지난달 17일 의견진술에 참석해 “전주 시민들이 ‘타워를 포함한 복합개발을 하겠다고 하고 타워를 안 지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오해가 있어서, 꼭 짓게 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가 2000만원 가까이 들어갔고, 제작비는 모두 자광 쪽에서 부담했다. 2021년 초쯤에 내가 기획을 했고, 자광쪽과는 7월쯤 만나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 현지에 찾아가서 전주에 지을 건축물 영상이랑 조감도 등을 코멘트 받는 내용 등은) 온전히 나의 기획안이다. 시나리오 작업도 내가 다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광에게 해당 프로그램이 제일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의 질문에 “숨은 의도는 그렇다. 지역의 지지부진한 사안에 대해서 지역 언론이 대안을 제시해야 된다는 것도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고, 전주 시민들은 이것마저도 무산이 되면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런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으로 인허가 과정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안했냐는 김우석 위원의 질문에는 “자광 회장과 같이 가서 대안과 혜안을 찾기 위해 그렇게 시도했다”고 답했다. 

▲ JTV ‘클릭 이사람’ ‘더 타워’ 방송화면 갈무리.
▲ JTV ‘클릭 이사람’ ‘더 타워’ 방송화면 갈무리.

방심위 사무처에 따르면, JTV는 지난 8일 사무처에 ‘7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프로그램 연출자를 징계했고, 이중 심의체계 구축, 프로그램 진행자의 제작, 연출 겸임 지양 등과 같은 조치와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방송소위에서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던 이광복 부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은 “(사업이) 현재 허가도 안나있는 상태인데, 이에 대해 지역언론이 일방적으로 꼭 (사업을) 해야하는것처럼 몰아갈만한 사안인가 의문이 들었다”며 “심의위원회에서 이것을 별 문제없는 것으로 넘어가면, 다음에는 이보다 더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정책 입안자한테 압력을 주고 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방송을 또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혼자 자기가 다 했다고 주장하는 관계자한테 일정 정도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지역방송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그 원인은 지역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방송사를 허가해준 그동안의 방송정책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건은 너무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사가 선제적으로 관계자를 징계했고, 지역방송이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그냥 쳐다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아직까지 허가도 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 선도적으로 지역 행정에 압력을 가하는거 아닌가 라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도 “방송사측에서 선제적으로 징계를 했다고해도 일관된 원칙이나 기준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심의위원회에서는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심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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