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 시절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특혜 의혹과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자녀의 경북대 편입이 절차에 따라 합당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으나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진이나 출근기록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기자는 6년 전 이름표를 보관하고 있느냐”고 되묻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언론이 그동안 자신의 해명은 보도하지 않고 의혹만 보도했다고 밝혀 의혹이 커진 배경으로 국회와 언론탓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선자 부담을 덜기 위해 후보자 사퇴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의에 “불법적 행위, 부당한 팩트가 없었다”며 사실상 부인했다.

정호영 후보자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녀들의 문제에 있어서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으며,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의대 편입이나 병역 처리 과정은 최대한 공정성이 담보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객관적인 자료로 드러나는 결과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의심할 대목이 없다”며 “검증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편입과정 조사 및 아들의 병역 재판정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들 딸의 학사편입 선발과정을 두고 정 후보자는 1단계는 학사성적(200점), 공인영어(100점), 서류전형(200점) 점수의 합으로 3배수를 선발하고, 최종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의 합계와 면접고사(100점)와 구술평가(200점)를 합하여 800점 만점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며, 심사위원 배정은 시험 당일에 무작위로 임의 배정을 하게 되어, 누가 심사를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딸과 아들의 2단계 평가에서 각각 33명 중 27위, 17명 중 7위였다며 성적과 항목별 평가점수를 공개했다. 그는 “두 자녀 모두 주관성이 개입되는 면접과 서류평가 점수가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학사, 영어성적보다 낮은 점을 미루어볼 때, 편입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자원봉사 과정의 특혜 여부를 두고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자원봉사는 누구든지 신청하면 별도 제한없이 봉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자원 봉사를 신청하기 위해 별도의 부탁이나 청탁을 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아들의 대학 시절 KCI 논문 두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이 오르는 등 특혜의혹을 두고 정 후보자는 “지도교수와 진로상담을 하던 중 U-헬스케어 분야에 평소 관심이 많아 논문작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해 전공 소양과 외국어 실력 등을 판단해 논문작성에 참여시켰던 것으로 안다”며 “자료의 검색과, 외국자료 번역과 편집을 담당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3, 제4 공저자로 등재됐다”고 말했다.

두 논문 모두 학회에서 검토 시작 한 달여 만에 학술지에 등재되었다는 의혹을 두고 정 후보자는 “전자공학회에 제출한 후 약 3~4개월이 소요되었다”며 “이는 이 분야 논문 게재에 통상적인 기간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아들 병역의혹과 관련해 정 후보자는 “아들이 19살인 2010년 11월에 첫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재수 중이어서 입영 연기를 신청했다”며 “이후 대학 재학 중이었던 2013년에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경북대학교병원에서 MRI를 촬영해 보니 척추협착증 소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받은 척추질환 진단서를 가지고 신체검사장으로 갔으나, 병역판정 검사의사가 정확한 판정을 위해 현장에서 다시 CT 촬영을 하였다”며 “판정의사가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4급으로 판정하였다”고 전했다.

기자와 신경전 ‘사진 제출 안하겠다는거냐’ vs ‘기자는 6년전 이름표 있냐’

그러나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기자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15~2016년 아들딸의 봉사활동 중의 실제 수행 사진이나 출근기록 같은 증빙자료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YTN 기자의 질의에 정 후보자는 “그 당시의 방식을 물어봤는데, 2009년도에 9시에 출근해서 출근부 서명을 한다는데, 출근부에 서명하고 나면 사진이 있는 택, 즉 이름표 목걸이를 쓰고 하루종일 일하고 4시에 퇴근 사인하고 나온다고 한다”며 “그런 것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사람이 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자는 “그건 사회 봉사실에서 그 출근부와 출퇴근부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사진 제출이 어렵다는 말씀이냐’는 이 기자의 재차 질의에 정 후보자는 “사진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기자님은 6년 전에 갖고 있는 네임태그를 기자는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아들의 경우 2017년 한차례 편입시험에서 누락됐는데(떨어졌는데) 정 후보자가 병원장일 때 신설된 특별전형으로 그 다음해에 합격한 것을 두고 한겨레 기자가 ‘아들이 떨어졌다 합격한 사이에 그의 스펙이 달라진 게 없는데, 그 동안 석연치 않는 게 있었던 게 아니냐 의혹’을 질의하자 정 후보자는 “당연히 같은 스펙이었다”고 시인했다. 정 후보자는 이어 “그 지역 전형 특별전형은 다른 학교엔 다 있었으나 경북대와 영남대만 교육부 권고를 이행하지 않다가 대구시 요청으로 특별전형이 생겼다”며 “(아들이) 똑같은 스펙으로 들어왔다. 기자 지적이 맞는다. 객관적 스펙이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런데 2021년엔 그것이 아마 특별전형이 지역 특별 전형이 강제사항이 되었다”고 했다. 결국 아들의 스펙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새로 생긴 특별전형으로 선발된 사실 자체는 시인한 것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산동면 농지 의혹을 두고 정 후보자는 “농지 부분은 문중의 토지”라며 “종손이었던 사촌형님에서 저한테 명의가 넘어와 제가 산 것”이라며 “인근에 사는 부모 친척의 묘지도 있다. 문중의 토지에 대해 제가 간단히 말씀드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북 구미와 산동면 농지 보유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시인하느냐는 MBC 기자의 질의에 대해서도 “산동면은 제 본적지로 제 부모와 숙부가 나서 자란 곳이고, 87년에 제가 구입한 것으로 안다”며 “1996년 농지시행법 전이라 법적으로는 위법하지 않다고 들었지만, 그게 문중의 토지라고 했지 않느냐. 문중의 토지를 제가 종손으로 있으니 제가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양해 바란다”고 농지법 위반이 왜 아닌지를 분명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언론이 해명은 빼고 의혹만 계속 보도해” 불만 제기

정 후보자는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의혹에 대해 청문회서 밝힌다고 했는데,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이 뭐냐’는 이투데이 기자 질의에 “제가 부단히 보도자료에 상세한 해명을 해도 기자들이 해명했던 나머지는 다 무시했는지, 다 빼버리고, 의혹 부분만을 계속 보도하길래 도저히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서 제 말씀으로서 이렇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말씀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심사위원 정말 몰랐다 확신하나?…매경 “만점준 심사위원 정후보와 인연”

심사과정이 공정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은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경북대 병원장이었을때 심사위원들이 후보자 자녀의 응시를 몰랐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 ‘자녀들이 편입 지원했다는 사실을 한번도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느냐’는 JTBC 기자 질의에 정 후보자는 “제 자녀 입학 사실을 교수들에게 이야기 한 적이 없다”며 “제 자녀를 보호하고, 저 제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 자체가 나중에 큰일날 일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과연 소문이 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분명히 소문 나겠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의도조차 없었다”며 “(심사위원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50명 정도가 시작할 때 추첨으로 배정해서 방에 3명씩 들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특정학생과 특정교수가 만나게 될 확률이 굉장히 천문학적 통계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럴 기회가 없다”며 “부탁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입학관계, 교육부 조사에서 확실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반해 ‘심사위원들이 후보자와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취재됐다’는 매일경제 기자의 반박성 질문이 나오자 정 후보자는 “고사실마다 시험과목이 다르고, 배정되는 교수는 추첨해서 배정한다”며 “심사관이 원하는 항목의 답을 모두 답을 (학생이) 말해줘야 만점, 한두개 모자라면 감점이 들어간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나름 객관적인 방법으로 구술면접이 시행되기 때문에 들어간 심사관 3명의 성적이 일치한 경우가 많다”며 “만점 받은 학생은 그 외에도 여러 학생이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17일 아침 ‘단독 정호영 딸, 고사실 면접 만점이 당락 갈라…면접관 모두 정 후보자와 인연’ 기사에서 “정 후보자의 딸은 구술평가 당시 특정 고사실에서 받은 만점(60점)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고사실의 면접관들 모두가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었던 의대 교수들로 확인되면서 ‘아빠찬스’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의대 학사 편입관련자료를 분석한 결과 “딸은 1고사실에서는 53점(17점, 19점, 17점), 2고사실에선 51점(17점, 17점, 17점)을 받았고, 3고사실에서만 60점(20점, 20점, 20점) 만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퇴 의향 없나? “위법 부당한 팩트 없어” 아버지 병원에 합격한 아들딸과정 오해없나? “다른 학교에 보내야 하나”

정 후보는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자녀 논란 자체가 청문회 전 기자회견 자체 여당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고, 당선인에 정치적 부담 덜어주기 위해 결단 내릴 생각이 있느냐’는 TV조선 기자 질의에 정 후보자는 “저는 일단 위법적 행위나 부정한 부당한 팩트가 없음을 제가 소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며 “이미 병원장이 될 때 두 번의 인사검증을 혹독하게 받았고, 위법한 행위나 팩트의 부당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인수위의 연락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장관으로 임명된 뒤라도 팩트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뉴시스 기자 질의에 정 후보자는 “조사해서 부당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상응한 조치를 받아야겠죠”라고 답했다.

‘아버지가 근무중인 학교와 병원에서 자녀가 논문을 쓰고 면접에 합격점을 받아서 편입에 성공한 일련의 과정들이 국민의 오해를 살만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아시아경제 기자 질의에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그렇다고 해서 그 학교에 있다고 해서 아들 딸들을 다른 학교에 보내야 된다? 이런 점도 헤아려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서 연 본인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서 연 본인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이날 기자회견으로 의혹에 대한 해명이 갈음됐다고 보느냐는 채널A 기자 질의에 정 후보자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의혹을 정리해서 종합적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그게 제가 아까 일관되게 얘기했던 부당한 위법 팩트 행위는 없었다는 것을 제가 소명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답했다.

민주 “핵심논점서 벗어난 답변…책임을 국회와 언론에 돌려”

정 후보자의 해명에 민주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게임의 법칙, 룰을 누가 만들었느냐’에 대한 국민적 의혹 제기에 대해, 핵심 논점에서 벗어난 자기합리화, 입증책임을 국민과 국회, 언론으로 돌리는 기자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정 후보자가 ‘부당행위’와 ‘위법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고위공직자를 평가하는 ‘눈높이’에 대한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발언”이라며 “부당행위나 위법행위는 당연히 없어야 한다. 장관 후보자가 자랑스럽게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교육부에 딸과 아들 편입 의혹 재조사를, 아들 병역 의혹 재진단을 각각 받겠다고 한 정 후보자 주장에 “아들의 병역판정 4급에 대해 당당하시다면 척추 협착과 관련된 당시 MRI와 CT 영상자료부터 공개하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자료제출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신 대변인은 ‘원칙대로 심사기준에 맞게 투명한 경제장치를 통해 공정한 면접을 봤다’는 정 후보자 주장에 “자교 출신 의대교수 비율이 80%가 넘는, 순혈주의가 공고한 경북대에서, 과연 병원장 자녀가 편입 입한한 것이 공정했겠느냐는 것이 국민의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지점은 ‘게임의 법칙, 룰’을 누가 만들었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적용했냐는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의 정확한 해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의혹제기는 더욱 더 커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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