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연일 기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 1층에 출입기자실을 설치하고 자주 찾겠다고 했다. 1000여명의 출입기자가 몰리며 취재 환경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자 추가 기자실 설치도 공언했다. 이 과정에 윤 당선자가 내세운 명분은 ‘소통 강화’였다.

출입기자들 사이에 이 같은 노력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그러나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해를 구했다고 하지만 즉석 만남 자리에서 현안 질의가 제한됐던 점, 출입기자들과의 단순 신변잡기를 소통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취재진과 소통 나서

윤 당선자는 대변인단을 이원화해 운영 중이다. ‘당선자 대변인실’과 ‘인수위원회 대변인실’로 구성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 구성에 인수위 측에서는 “취재진과의 면밀한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 동향 취재 등에 대해선 당선자 대변인실이 담당하고 인수위 제반 업무 전반에 관해선 인수위 대변인실이 담당한다. 당선자 대변인실에는 김은혜 대변인과 강인선 외신대변인이, 인수위 대변인실에는 신용현 대변인, 원일희·최지현 수석부대변인, 김기흥·차승훈·김성범 부대변인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두고 인수위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국회 시스템에서 착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안철수 인수위원장과의 역할 분담 등이 있는 만큼 현재 정당에서 적용하고 있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시스템을 인수위에 도입했다는 이야기다. 정당에는 당대표 대변인과 원내대표 대변인이 따로 있다. 당대표 역할을 윤 당선자가 하고 원내대표 역할을 안 위원장이 하고 있는 셈.

실제 김 대변인은 후보 시설 윤 당선자 대변인으로 보좌를 했고, 신 대변인은 안 위원장이 국민의당 대선 후보이던 시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 당선자와 안 위원장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각각 당선자 대변인실과 인수위 대변인실을 이끌고 있다.

A종합일간지 소속 ㄱ기자는 “처음 김 대변인을 임명하고 이후 신 대변인을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왜 대변인실을 이원화하는지 의아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윤 당선자와 안 위원장 의중을 잘 아는 인사들을 따로 배치하며 마치 정당과 같은 시스템을 연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월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 임시 기자실(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 임시 기자실(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언론관’ 지적받은 이후 고민 많이 해와”

윤 당선자가 정치에 입문했을 초반에는 출입기자들과의 소통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시설 출입 등에 제한이 많은 법조 출입기자들과 달리 국회 출입기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윤 당선자에게 질문 세례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후 ‘마크맨’ 시스템을 몸소 경험하며 출입기자들과의 소통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스킨십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나름 고민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때 윤 당선자의 몇몇 발언을 놓고 언론관에 대한 지적도 받았던 적 있지 않았는가”라며 “정치를 시작하고 소통 과정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던 만큼 검찰 시절과 달리 새로운 시각에서 출입기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고민을 연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경험에 힘입어 대통령 당선 이후 늘 ‘기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강조된 것은 출입기자들과의 소통이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 용산 이전 결정 발표 자리에서 “용산 대통령실 1층에 프레스 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소통이 더 원활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긴 구상이라고 한다.

현재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춘추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춘추관은 청와대 본관이나 비서동과 담으로 분리돼 있어 출입기자들의 사무실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이에 지난 1990년 신축된 이후 대통령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늘 제기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 임시 기자실(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 임시 기자실(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농담 따먹기가 소통은 아냐” 비판 시각도

윤 당선자 행보에 긍정적 반응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23일 예정 없이 출입기자들이 있는 통의동 인수위 앞 ‘프레스다방’을 찾았던 일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즉흥적으로 격의 없이 출입기자들을 만나겠다는 취지에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소통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윤 당선자와 기자들 사이 신변잡기식 대화만 오갔다. 이 과정에 김 대변인이 현안 질의를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사전에 했다고 알려졌다.

당시에도 비판이 일자 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삼청동에도 상당수 기자가 있었을 텐데 사전 공지된 기자회견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기자들에게만 현안 질의 응답 기회를 제공하면, 그곳에 계시지 않은 기자분들에게는 공평한 기회가 아닐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현재 인수위 기자실은 브리핑룸이 있는 삼청동과 윤 당선자 집무실이 있는 통의동 두 곳으로 구성돼 있다.

B종합지 소속 ㄴ기자는 “얼마 전에 출입기자들과 소통하겠다고 프레스다방을 찾은 적이 있지 않은가”라며 “당선자 방문 당시 현안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다던데 농담 따먹기가 소통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C인터넷신문 소속 ㄷ기자는 “대변인단 브리핑이 매일 있긴 하지만 당선자 본인이 백브리핑에 소극적인 점이 아쉽다. 현안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부터 언론관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경우 불통이라는 오명을 썼던 전임 정부 길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대변인단 향해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 나와

대변인실에 대해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있다. 1000여명이 넘는 기자들이 출입 등록을 하고 하루에도 기자 수백명의 전화에 응대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취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D경제지 소속 ㄹ기자는 “출입기자 단체 카카오톡방을 운영 중인데 공통된 질문이 계속 올라오는데도 무작정 무답변으로 일관하는 일이 있다”며 “공식 입장을 빠르게 밝혀주면 기자들이 반복된 질문을 올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경제지 소속 ㅁ기자는 “인수위가 소통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취재에 있어 어려움이 너무 많다”며 “예를 들어 인수위원들에게 전화하면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설사 받아도 그 부분은 답해줄 수 없다 이런 답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F경제지 소속 ㅂ기자는 “취재 지원을 해주겠다며 노력하는 부분은 눈에 보이지만 입장 하나 묻기 위해 전화를 몇 번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신 대변인은 역량을 고려해서 임명된 인사도 아니지 않은가. 과학기술 전문가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니 언론 응대가 용이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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